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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Feb 08. 2022

흔들리는 대지 위에서는 꽃이 피어날 수 없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지만,

흔들리는 대지 위에서는 꽃이 피어날 수 없다.

바람이 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의 중심을 꽉 잡고 있어야 꽃을 피울 수 있다."

- 작가 김종원


김종원 작가의 블로그에서 내게 온 글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부유(浮遊)하는 삶을 산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내 삶의 운전대를 내 손으로 꽉 붙잡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종종 길을 잃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주변에 휩쓸린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이쪽으로!", "저쪽으로!" 주변에서 말하는 대로 급하게 핸들을 꺾거나, 아예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다른 사람한테 내 삶의 운전을 맡긴 셈이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라는 문구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막으로 자주 쓰인다.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것 같다. 자신과 상황을 알기 어려울 때 혼란스럽고 불안해진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난감해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시청자는 알고 있는 상황을 출연자만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대지가 마구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비단 예능프로그램뿐일까? 우리의 일상이 실은 수시로 흔들리고 만다. 남들은 잘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계속 무언가 놓치고 사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미 늦은 것 같은 조바심 속에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은 그것이 무엇이든 덥석 잡아 물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불안한 사람은 기꺼이 큰 비용을 지불한다(교육, 부동산, 건강보조식품이나 약 광고에서 불안을 조성하는 상술을 생각해 보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지만, 흔들리는 대지 위에서는 꽃이 피어날 수 없다."

나 자신, 흔들리는 대지이면서 꽃이 피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모진 바람 속에서도 비옥한 대지는 꽃을 틔운다. 나의 대지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나날이 비옥해져 아름다운 꽃들을 키워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 joelholland,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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