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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by 양만춘

"낙타는 울부짖지 않는다. 울부짖을 만큼 괴롭지 않기 때문이다. 낙타는 웃지도 않는다. 웃을 만큼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유를 포기한 낙타의 삶이다."

- 임병희, <나를 지키는 힘>


낙타는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순종할 뿐이다.

"원래 그러는 거야."

"그냥 그렇게 해."

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낙타 같다. 의문을 품지 않기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변화가 없다.


"왜?"

라는 질문은 현실을 다르게 보는 시선이다. '원래', '그냥'이라는 말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라면, '왜?'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드는 것이다. 상황과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며 질문하는 사람은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불평등과 격차가 심해지고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이 있어도 능력이나 숙명에 따른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면, 벽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두께와 높이를 더할 뿐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갖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굴레를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결코 그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공정'과 '능력주의'가 사회를 뒤덮고 있다. 그 가치의 그늘이 구조적 모순과 현실의 한계를 개인의 한계로 바꾸어 놓았다. '원칙'과 '상식'이 누구에게는 적용되고 누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렇다'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착한 심성과 무한 긍정이 순응으로 이어진다면 이용만 당할 뿐이다.


"그래도"라는 말은 자유와 변화를 막는 목줄 같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볼 줄 알아야 한다. 보라는 대로 보지 말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삐딱하게 보아야 한다. 다르게 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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