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타운의 정치인

빅픽쳐

by 작가 시일

대한민국 성창시

깊은 밤, 성창시의 좁은 골목길을 숨 가쁘게 내달리는 중년 남성의 거친 숨소리가 어둠 속에 울렸다. 김동철, 성창시 상인연합회 회장이었다. 그의 눈엔 두려움이 가득했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체구의 남성이 그의 뒤를 성큼성큼 따라오고 있었다. 이 남자는 김동철이 도망치는 속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롭게 걸으며 점점 다가왔다.

동철은 절박하게 속도를 냈다. 그의 뇌리엔 단 하나의 생각, “살아야 한다!” 그러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어느새 거대한 남자의 손이 그의 목덜미를 움켜잡아버렸다. 순식간에 그는 벽에 내동댕이쳐졌다. 충격으로 얼굴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제발... 살려주세요!” 그는 눈을 꼭 감고 간절히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남성의 냉소적인 미소였다.

“삐쭤이(닥쳐)!” 남성은 거친 중국어를 내뱉으며 주먹을 높이 들었다. 이어 강한 펀치가 동철의 얼굴을 강타하며 앞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프게 치통이 일었고, 피는 멈추지 않았다.

남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손에 힘을 주어 그 종이를 구긴 다음, 동철의 피 묻은 얼굴을 닦아내며 그 종이를 그의 입속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사라졌다.

김동철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더듬어보며, 생전 처음 겪는 충격과 고통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50대 중년 남성이 눈물을 보이기란 쉽지 않다지만, 이 눈물은 단지 고통의 무게에 짓눌린 결과였다. 아무 의미도, 감정도 담기지 않은 그저 무력한 눈물이었다.


다음날 - K병원 병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십니다. 잇몸 손상과 뇌진탕 정도여서 일주일 정도 안정을 취하시면 회복될 겁니다.” 의사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의사가 나가고 나서, 침대에 누워있는 김동철은 서서히 눈을 떴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그녀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자기, 괜찮아?”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애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동철은 아내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고, 마치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 나오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누가 그런 거야? 왜 이렇게 됐어… 대체 누구야!" 아내의 분노와 걱정 섞인 목소리에 동철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입을 떼려 했지만, 무언가 가슴에 얹혀 있어 쉽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경찰서 - 김동철의 진술서

동철은 한동안 안정을 취한 후, 사건을 진술하기 위해 경찰서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떨리는 손으로 진술서를 적어나가며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저는 성창시 상인연합회 회장 김동철입니다. 지난 6개월간 저희 성창시 상인연합회는 세 가지 이유로 차이나타운 확장을 반대해왔습니다. 첫째, 성창시 소상공인의 경제적 타격. 둘째, 성창시 문화 자주성 우려. 셋째, 부패 정치인의 개입 의혹입니다.

그날 밤, 저는 퇴근 후 집으로 가던 중 한 남성이 저를 쫓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려움에 도망치기 시작했으나, 그는 저를 무자비하게 폭행했습니다. 폭행 후, 그는 제가 차이나타운 확장 반대 집회에서 사용한 홍보물을 제 입에 구겨 넣고 중국어로 저를 모욕하며 사라졌습니다. 저를 폭행한 남성은 약 190cm 정도의 체구로, 폭행으로 인해 앞니 5개가 빠졌고 현재 뇌진탕으로 입원 중에 있습니다.

꼭 범인을 잡아주십시오.”_

진술서를 다 쓴 후, 동철은 경찰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덧붙였다. "제발, 이 사람을 꼭 찾아주세요… 제 가족이 위험할지 모릅니다." 동철의 눈에는 공포와 절망이 가득했다.



동철의 폭행 사건이 성창시 상인연합회에 알려지자, 상인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었다. 회의실에서 모인 상인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그중 한 상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우리도 이렇게 되면 어쩌죠? 저런 무자비한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잖아요."

또 다른 상인이 말을 보탰다. "아마 우리가 계속 차이나타운 확장 반대 운동을 하면... 우리 가족도 위험해질지 몰라요. 계속 이대로 버텨야 하는 걸까요?"

그때, 신임 회장으로 임명된 동규가 결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여러분, 물론 두렵죠. 하지만 동철 회장님이 이렇게 헌신적으로 싸워왔던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물러선다면 그분이 감수하신 고통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됩니다."

회의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각자의 얼굴에 묘한 갈등이 떠올랐고,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흔들리는 듯했다.



몇 주가 지나고, 동철의 사망 소식이 성창시에 퍼졌다. 경찰은 그의 죽음을 자살로 처리했지만, 동철을 아는 사람들은 믿기 힘들었다. "동철 회장님이 정말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아 속삭였고, 의문스러운 소문이 퍼져나갔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살이니 타살이니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았고,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진전은 없었다.



성창시의 메인 상가 거리에는 중국인 청소년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상점의 음식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왜 손으로 음식을 만져요?" 한 상인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장난스러운 얼굴로 상인의 말을 무시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칸 치라이 헌 하오츠(이거 맛있어 보여)!" 그들의 말투와 태도는 상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상인들은 처음엔 신고할까 망설였으나, 그들의 행동이 어딘가 지적 장애가 있는 듯 보였기에 그냥 눈감아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매일같이 반복되었고, 저녁엔 술 취한 중국인들이 문 닫은 상가 앞에서 대소변을 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상황을 참다못한 동규는 경찰서를 찾아가 CCTV 자료를 제출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을 겁니까? 우리의 고통은 점점 커져가고 있어요."

그러나 경찰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동규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결심을 굳혔다.

며칠 후, 동규가 운영하는 빵집에 두 명의 중국인 청년이 들어와 빵을 찔러보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동규는 참아온 화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봐, 이제 그만하라고! 너네 부모님 어디 있어?”

그는 날카롭게 외쳤다. 그러나 두 청년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웃어댔다. 빵을 손가락으로 쑤시고 만지작거리며 동규의 화를 더욱 자극했다. 이내 동규는 그들을 제지하려는 듯 손을 뻗었고, 그 과정에서 한 청년의 어깨를 꽉 잡아 흔들며 말했다.

“다들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여기 상인들은 매일 피해를 보고 있다고! 어른을 우습게 보지 마!”

그러나 그 순간 빵집 문이 열리며, 청년들의 부모로 보이는 중국인 부부가 들어왔다. 그들은 알아듣지 못할 중국어로 동규를 향해 무언가를 외쳤다. 동규가 아직도 청년의 어깨를 놓지 않자, 청년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그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이 구타하는 걸 다 찍었어요! 경찰 부를 거야!” 그녀는 한국어로 외치며 동규를 향해 핸드폰을 흔들었다.

동규는 그제서야 상황을 인지하고 황급히 손을 놓았다. 당황한 그의 표정에 어머니는 더욱 기세등등하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주변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폭력적인 사람이네..." 그 순간부터, 동규에게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뉴스 속보에서 그 장면이 크게 보도되었다.

“성창시의 빵집 사장이 지적 장애를 가진 중국인 청소년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빵집 사장이 청소년에게 무력으로 대응하는 장면이 촬영되어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는데요...”

뉴스를 본 성창시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알던 동규가, 장애를 가진 청소년에게 무력을 행사했다는 소식에 동규의 빵집 불매운동이 시작되었고, 온라인에서는 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동규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지만, 이미 세상의 시선은 그를 향해 차갑게 굳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규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에게는 사건 경위서를 작성하라는 통보가 내려졌고, 그는 종이 위에 손을 얹고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 억울하고도 화가 나기만 했지만,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저는 그 아이들에게 악의를 품은 것이 아닙니다. 매일같이 저희 상점에 와서 물건을 훼손하고, 저희를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적 장애가 있는 줄은 알지 못했어요.”

그러나 검사들은 그에게 냉정한 시선을 보내며 중단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동규 씨, 당신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까지 했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저희도 매일같이 힘듭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무력감을 느꼈어요...”

그의 이야기를 듣던 검사는 묵묵히 그를 바라보았다. 동규의 진술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는 지쳐서 눈을 감은 채로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날 밤, 동규는 홀로 한강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고, 그는 한참 동안 강을 내려다보았다.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이제는 지쳐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다리에 낙서처럼 쓰인 문구가 들어왔다.

"환경은 사람을 만듭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연락 주세요."
그리고 그 아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동규는 그 문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도움이 필요하면...’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 달 후, 동규는 평소처럼 빵을 굽고 있었다. 가게는 여전히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일에 집중했다. 그때,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지난번 그 청년들이 빵집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동규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청년들은 그의 빵을 손으로 찔러보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동규는 그 모습을 침착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다 결제 포스기 옆에 놓인 작은 스위치 같은 버튼을 은밀히 눌렀다.

그 순간, 청년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으아아!”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마치 머릿속을 짓누르는 듯한 고통을 호소했다. 잠시 후, 그들의 부모가 가게로 들어와 자녀를 살피기 시작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에 청년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비틀거렸다.

이윽고 동규가 스위치를 다시 껐다. 청년들은 힘없이 가게 밖으로 도망쳐 나갔다.

다음날, 성창시 상가연합회의 부회장 미연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미연은 동규에게서 받은 스위치를 켜며 신경질적으로 눌렀다. 청년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카페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녀의 카페는 엉망이 되었지만, CCTV에 모든 장면이 담겼다. 미연은 이 장면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다음 날, 이 사건은 뉴스로 보도되었다.

“성창시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청년들이 상가 주민을 괴롭히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상습적인 주민 위협과 상가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차이나타운 확장과 관련된 사건의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성창시의 검찰 출신 국회의원 김준태는 이 사건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는 차이나타운 확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기에 동규와 미연의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관련된 모든 일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며칠 뒤, 국회의원 김준태는 검찰에 특명을 내려 상가연합회와 THE PROGRAM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도록 지시했다. 국회의원의 압박으로 검찰은 사건을 더욱 깊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검찰은 THE PROGRAM과 관련된 정보를 찾는 데 실패했다. 모든 단서가 끊긴 상황에서, 뜻밖에도 검찰로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저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입니다. 최근 성창시 CCTV 사건을 보고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제보 드립니다. 얼마 전 회사에 새로 경력 사원이 입사한 이후, 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공격적인 행동을 한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무언가 제 행동을 조작하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웃어넘기던 검찰이었지만, 다른 단서가 없어 이 제보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검찰은 그 대기업에 방문해 CCTV를 확보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CCTV를 분석하던 중, 제보자의 책상에 방향제처럼 보이는 꽃 모양의 장치가 설치된 것이 포착되었다. 그 장치를 설치한 남성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검찰은 사무실에 긴장감이 돌았다.

마침내, 검찰은 이 장치가 사람의 감정을 교란하는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가지게 되었고, THE PROGRAM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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