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修洞 三十五番地 이야기 : 流浪船
여자는 점점 늙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누군가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면 ‘다 한때야, 너도 내 나이가 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거야’라고 속엣말 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자는 나이 들고 싶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여자에게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을 의미했다. 자신이 쌓은 시간만큼은 아니어도 쌓은 시간의 십 분의 일, 혹은 백분의 일만큼이라도 나아지는 것. 나아진다는 것은 무엇이든 들을 수 있도록 언제든지 귀를 열어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귀를 틀어막는’ 속엣말을 하다니. 그건 나이 들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불쾌한 증거를 손에 들고 어쩔 줄 몰라하던 여자 앞에 다니엘*이 나타났다. 다니엘은 ‘어떤 글자’를 찾고 있었다. 마치 소행성에서 노을을 바라보던, 좀 더 오래 노을을 보기 위해 몇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던 아이가 양을 찾고 있던 것처럼.
시詩가 뭐예요?
글쎄...
다람쥐는 오래된 돌담이 둘러싼 창문 많은 집이랬어요.
......
시가 뭐예요?
...... 손 잡아 주는 일이지.
다니엘이 여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도록 작고 보드라운 다니엘의 손을 마주 잡고 여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다니엘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흔들리듯 여자와 맞잡은 손을 몇 번인가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제 가볼게요.
찾게 되거든 편지 보내줄래?
찾게 되면요.
종종걸음으로 멀어지는 다니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자는 문득 손이 허전하다고 느꼈다.
시시해.
여자는 소리 내어 중얼거리면서 시詩가 되는 한 때時를 이해할 수 있다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니엘: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미카 아처 · 이상희, 비룡소, 1판 2쇄 2018년 11월 8일, 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