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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6. 2021

만월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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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가 마음에 깃들었다. 만월아, 네 붉은 마음이 내 마음에 스며들수록 저 하늘의 달은 이지러지고, 너는 피어나고, 나는 바라보고. 이 어찌 좋지 아니하냐, 만월아.

사실 '만월'을 만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호텔 델루나>의 만월이었다. 굳이 만월과 만월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자면 달이 있고, 술이 있고, 붉은 마음이 있다는 것. 핏빛보다 붉은 마음에 푸른빛을 섞지 못한 달빛 그리고 술빛.

이를테면 전야제다. 양코배기들의 술도 맛나지만, 기꺼이 거기 가서 술에 꼭 맞는 술잔에 술을 따라 홀짝홀짝이고 싶지만, 우리 술에 대한 그런 어떤 사심이 싹텄달까. 무엇보다 진도 홍주. 홍주와 백주의 한 끗 차이가 내 눈을 우리 술에게 돌렸달까.

그러나 저러나 <호텔 델 루나>를 운영하고 있는 만월의 마음은 여전히 붉고, 기댈 곳 없고, 그저 홀로 서야 하고. 그렇게 내일 같은 오늘이 흐르고. 시간 속에서 간신히 서 있고. 내가 어디에 서 있든 고양이들은 저희들 좋은 대로 또 하루를 살고.

그 와중에 가지 볶음은, 왜 때문인지 갈치조림 맛이 나고. 갈치조림이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더라면 매번 갈치조림을 주문하고 갈치 한 토막에 소주 한 병씩 마셨을 텐데. 그걸 몰랐네. 인간이 술이든 음식이든 어떤 회한을 느끼든지 말든지 고양이들은 저희 좋은 대로 날 뛰고, 그렇게 날뛰어 주어서 고맙고 함께 날뛰어 주지 못하는 인간이라 미안하고. 그보다 앞서 조금 질투가 나고.

한 사람의 시간을 오롯이 품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품고 싶은 마음을 지우지 못하는 건 무슨 오만인지. 그 짧은 오만을 위해 얼마나 더 나를 몰아세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중에도 고양이들은 책상을 엎고 내 마음도 엎고.

그래서 후식은 냥이 탁주. 차갑게 마셔서 본연의 맛을 즐긴 결과 맛.있.다. 고양이 나만 없어, 슬픔에 빠진 사람이라면 한 병 권하고 싶은 술. 한 병 이래 봐야 몇 모금이면 동날 양이지만 탁주 치고는 조오금 높은 알코올 함량에 술 치고 귀여운 이름에, 탁주 답지 않게 (고양이 털처럼) 부드러운 목 넘김까지 좋다, 좋아.


나는 싫어도 술이 좋아서, 계속 각양각색의 술을 찾기로. 그동안은 살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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