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V.E.]
“세렌 베일 씨, 가져가실 짐은 이게 전부인가요?”
거칠게 묻는 목소리와 달리, 집행관의 시선은 잠시 세렌의 발치에 흩어진 잔해들을 훑었다. 사진, 편지, 기획안, 그리고 무수한 기록들.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의 삶을 증명하던 조각들이었다. 그러나 세렌은 고개를 저었다.
“네, 이렇게 갈게요.”
그녀의 손에는 옷가지 몇 벌과 오래된 가족사진 하나뿐이었다. 되돌리지 못할 기록을 위해 허비한 일주일, 그리고 지독하게 비어버린 집. 그 속에서 세렌은 ‘마음이 가벼우려면, 손부터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집행관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지난 일주일 사이, 몰라보게 수척해진 얼굴. 그런데 그 속에 묘하게 단단해진 결이 서려 있었다. 수많은 이들을 추방하며 차갑게 굳은 그의 마음도, 이번만큼은 이상하게 흔들렸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세렌과 함께 구역의 끝으로 향했다.
“세렌 베일 씨, 30일간의 성과 부재로 당신의 벨타 거주권은 상실되었습니다. 카이로시아의 규율에 따라 17구역에서의 추방을 집행합니다. 어느 곳에서든 부디 존재 가치를 되찾길 바랍니다.”
그의 목소리는 늘 하던 선고 같았지만, 끝에 걸린 울림은 미세하게 달랐다. 세렌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너무도 느리게 경계선에 발을 들였다. 숨이 거칠어졌다. 떨림이 온몸으로 번졌다. 경계선을 넘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국가의 기록망도, 보호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완전히,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을.
세렌은 축제 때 이후로 오랜만에 부모님 생각이 났다. 부모님 집으로 가면 당장 며칠은 잠자리와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들에게 또다시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애써 떠오르는 얼굴들을 지우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번듯한 17구역의 경계를 등진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폐건물, 금이 간 포장도로, 그 틈새를 뚫고 자라난 잡초.
'아, 여긴 내가 알던 카이로시아가 아니야.'
세렌의 마음속에 낯선 고립감이 스며들었다. 문득, 그녀는 17구역으로 처음 이사 오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도 날이 참 추웠는데….’
3년 전, D-스코어 분석가로서 두 번째 승진을 앞두고 있었던 그녀는 돌연 퇴사를 결심했다. 마침 부모님과 함께 살던 28구역에서 승급이 결정되던 시기였기에, 세렌은 걱정스러운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무작정 짐을 싸 정 반대편인 17구역으로 옮겨왔다. 세렌은 무언가에 꽂히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런 충동적인 선택들은 늘 운명처럼 그녀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곤 했다. 17구역에서의 생활도 그랬다.
정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센터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 17구역이 벨타 승급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는 사실. 주민들이 허탈하게 웃으며 지난 노력을 자조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렌은 무심코 정리가 되지 않은 분리수거장을 보았다.
“하, 28구역이 청결은 훨씬 나았던 것 같네. 돈을 못 벌어서 몇 년간은 더 애쉬번으로 살아야겠지만.”
그 순간, 불이 켜지듯 작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돈을 잘 버는 17구역 주민들이 청결에도 신경을 쓴다면? 세렌은 즉시 자료를 찾아보고, 다음 날부터 사람들을 모았다. 그렇게 시작한 작은 모임은 곧 도시 개선 사업으로 성장했고, ‘필승의 디렉터 세렌 베일’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었다. 그 찬란한 과거를 떠올리자, 세렌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땐 무모했어도, 뭔가를 바꿀 힘이 있다고 믿었는데.'
“그럼 뭐 해. 지금은 애쉬번에 가도 이주를 받아주지 않을걸.”
말 끝에 스스로도 모르게 서글퍼졌다. 그녀는 혹시라도 링크가 고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지막 희망에, 길가에 쓰레기를 던졌다. 리스크 점수라도 오르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야속하게도 귓가엔 아무런 반응도 들리지 않았다. 세렌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큰 길가에 다다른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같은 자리를 몇 번이고 빙글빙글 돌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뭐야, 여기가 더스트인가? 무기록자들의 밀집 지역이라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없잖아.”
더스트는 이름 그대로, 사회에서 쓸려 나온 먼지더미들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었다. 공식 지도에는 표시조차 없는 영역. 그곳을 찾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걸을 수 있을 만큼 걸으며, 마주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세렌은 지도를 잃은 탐험가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비공식 구역의 풍경은 그녀의 상식을 훌쩍 넘어섰다.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자리를 깐 노숙자들, 눈빛이 풀린 채 중얼거리는 마약 환자, 술병을 기둥 삼아 앉아 세렌을 노려보는 사람들. 숨은 탁했고, 어디선가 썩은 음식 냄새와 녹슨 철 냄새가 섞여 코끝을 찔렀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무섭게 노려보기만 할 뿐, 누구도 다가오지 않았다. 세렌은 점점 기울어가는 해와 무거워지는 다리에 지쳐,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어. 내일은 좀 더 정상적인 사람을 찾아야지.
“이곳이 더스트라면 곤란한데. 내일은 일찍 움직여야겠어.”
세렌은 건물 벽에 등을 기대지도, 바닥에 눕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눈을 감으려 했다. 그 순간, 앞이 어두워졌다.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이런 곳에서 자면 강도에게 당하기 딱 좋은데.”
낮게 깔린 목소리.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심장이 콱 내려앉았다. 도망쳐야 해. 세렌은 눈을 질끈 감고, 머릿속으로 도망 루트를 계산했다. 그러나 남자는 달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시선 높이에 맞추려는 듯 쭈그려 앉았다. 세렌은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며 몸을 뒤로 물렸다. 그 순간, 남자의 얇고 낡은 후드가 벗겨졌다.
찰랑—
붉은 머리칼이 켜졌다 꺼지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흩날렸다. 세렌은 숨을 삼켰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그토록 쫓아온 그날의 불꽃과 똑같은 색이었다.
“리오 아셀!”
예상치 못하게 이름을 불린 남자는 덩달아 놀라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날카로운 눈매와는 달리, 엉겁결에 주저앉은 꼴은 의외로 우스꽝스러웠다.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세렌을 똑바로 바라봤다.
“너… 날 어떻게 아는 거지?”
세렌의 눈망울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이 남자가 맞아. 그날의 불꽃색… 하지만 마음속을 채운 건 단순한 분노만이 아니었다. 억울하게 무기록자가 되어 이곳까지 내몰린 서러움, 그리고 낯선 어둠 속에서 ‘아는 얼굴’을 만났다는 기묘한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세렌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리오는 난감한 표정으로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
“어…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구나. 무서웠지? 이곳은 험한 사람들이 많아서 위험해 보이길래… 놀라게 했다면 미안.”
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저 등을 두어 번 토닥이며 울음이 멎는지 확인할 뿐이었다. 세렌은 조금 진정되자, 그의 품을 밀어내며 코끝을 훌쩍였다.
“설마 여기가 더스트는 아니지? 이런 곳에서는 못 살겠어. 나 돈 많으니까… 좀 좋은 데로 데려다줘.”
리오는 초면인 사람치고 서슴없는 반말에, 맹랑한 요구를 던지는 여자가 흥미로웠다. 곧,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하하, 마음은 놓였다. 가자. 마을로 데려다줄게. 밤이 깊기 전에 출발해야지.”
그는 벌떡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세렌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어둠과 냄새와 공포로 가득한 거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들은 달이 머리 위에 걸릴 때까지 걸었다. 세렌과 동갑이라는 걸 알게 된 리오는 틈틈이 가벼운 농담을 던졌고, 세렌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짧게만 대꾸했다. 점점 다리가 저려올 무렵, 끝없는 어둠 속에 뜻밖의 풍경이 나타났다. 저 멀리,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켜진 거리가 보였다.
“자, 오늘은 여기서 자. 내일 마을을 구경시켜 줄게.”
리오는 허름한 2층 건물의 작은 방으로 세렌을 안내했다. 17구역에서 살던 집과 비교하면, 이곳은 화장실보다도 좁았다. 비하의 의도가 전혀 없이 묘사하더라도 그만큼 좁디좁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벽과 천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렌은 길바닥에서의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리오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세렌은 짐을 풀기도 전에 침대에 몸을 던졌다. 낡은 스프링이 삐걱이며 몸무게를 견디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눅눅한 곰팡내가 스멀거렸지만, 오히려 그조차 ‘안전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조금만 쉬었다가… 짐을 풀어야지. 씻을 곳도 있겠지…”
그러나 다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하루 종일 길거리를 떠돌아다닌 피로가 한꺼번에 덮쳐왔다. 세렌은 눈을 감자마자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만큼은 어떤 꿈도 찾아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맞이한, 비어 있는 고요였다.
다음날, 세렌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창밖에는 이제 막 붉은 햇살이 번져 오르고 있었다. 어제의 기억이 스치자 세렌은 몸서리를 쳤다.
“그래도 무사히 더스트에 들어온 게 어디야. 리오 아셀이 아니었으면...”
생각은 곧 리오에게로 흘렀다. 왜 이곳에 있는지, 미세 전류 장치는 어디에 감췄을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만큼 다정한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의문이 꼬리를 물자 세렌은 스스로 두 뺨을 가볍게 때리며 말을 끊었다.
“다정하긴 무슨! 도움은 받았어도, 애초에 그 자식이 아니면 내가 여기 올 일도 없었잖아!”
세렌은 괜히 이불을 발로 차내며 짜증을 쏟아냈다. 그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황급히 거울에 얼굴을 비추고 표정을 가다듬더니, 새침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잘 잤어?”
리오는 음식을 한 아름 안고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손에 찰랑이는 대접까지 있는 걸 보니 아침 식사인 듯했다.
“그럭저럭.”
세렌은 차갑게 대꾸했지만, 리오는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들어와 침대 끝에 앉았다. 가져온 음식을 내려놓자, 세렌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자존심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른 채 문가에 서서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안 먹을 거면 도로 가져갈게.”
리오는 낮게 웃으며 반 협박조로 말했다. 결국 세렌은 못 이기는 척 최대한 구석에 붙어 앉았다. 눈앞에 놓인 음식은 보기에도 초라했다. 바싹 굳은 바게트, 낡은 통조림에서 덜어낸 고기 조각, 건더기라곤 몇 개뿐인 묽은 수프. 세렌은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바게트를 골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턱이 저릴 정도로 딱딱했다. 양 볼을 가득 채운 채 씹느라 애쓰는 세렌을 보고, 리오가 피식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래서 넌 정체가 뭔데? 나를 어떻게 알지?”
예상했던 질문이었지만, 준비된 답변은 없었다. 세렌의 목이 턱 막혔다. 급히 가슴을 두드리며 수프에 숟가락을 집어넣는 모습은, 대답 대신 회피하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리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젓고, 곧장 다음 질문을 던졌다.
“아, 말하기 싫으면 됐고. 그럼 여기엔 왜 온 거야? 뭐.. 어디가 아파? 혹시 입원 때문에 기록을 못 올린 건가?”
또다시 곤란한 질문이었다. 세렌은 빵을 씹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말해야 하나? 아니, 그건 곧 널 체포하겠단 소리로 들리겠지.’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최악의 경우, 겨우 발 디딘 이 마을에서도 쫓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녀를 더 움츠러들게 했다. 세렌은 재빨리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급조한 변명을 내뱉었다.
“어… 나는 있잖아, 그, 맞아! 몸이 좀 아파서 수술을 했거든. 네 이름은… 아! 내 친구랑 비슷해서 착각한 거야. 얼굴도 닮았는데 정말 이름까지 같을 줄은 몰랐네. 하하… 운명인가?”
“… 거짓말 되게 못하네. 말하기 싫으면 말지. 여기 말 못 할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리오는 비꼬듯 말했지만, 진심으로 신경 쓰는 기색은 없었다. 그저 손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젯밤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었다. 세렌은 순간 머쓱해져서 괜히 그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일어났다. 그러자 리오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쪽 벽을 가리켰다.
“일단 저기 옷 갈아입어. 내 동생 옷인데 크게 만들었으니 네 몸에도 얼추 맞을 거야. 준비되면 마을 구경 가자. 여기서 살려면 동네 지리 정도는 알아둬야지.”
세렌은 멋대로 자신을 이곳 주민으로 만들려는 리오에게 할 말이 많았지만, 우선은 그에게 잘 보여야 했기에 꾹 참았다.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오가 가리킨 옷으로 갈아입으려 몸을 돌렸다. 리오가 눈치껏 방을 나가고 나니, 어제 대충 둘러보았던 방의 풍경이 구석구석 눈에 들어왔다. 대충 짜 맞춘 나무 바닥, 찬 바람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 여러 천을 덧대어 만든 이불. 심지어는 갈아입은 옷의 까끌한 감촉까지 모든 것이 세렌의 기대에 조금도 미치지 못했다. '이곳에서 최소 한 달은 살아야겠지.'
미묘한 긴장감과 떨림이 마음을 간지럽히듯, 걸음마다 짤막한 바지가 정강이를 간질였다. 세렌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방문을 살짝 열었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리오의 다리가 보였다. 리오 역시 기장이 짧은 바지 때문에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천이 모자라서 그런 건가? 아니면 칠부바지가 아셀가의 트레이드 마크?’
세렌은 혼자 킥 웃고는 아차 싶어 곧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진지한 얼굴과 상반되는 어정쩡한 저 바지길이가 긴장을 조금 풀어주는 듯했다. 리오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여전히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세렌은 슬쩍 다가가 그의 어깨너머를 훔쳐봤다. 그것은 카이로시아의 지도였다. 단정한 네모 모양의 구역들 대신 불규칙하게 뻗은 가지들이 강조된, 세렌이 알던 지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 더스트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같았다. 리오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지도를 세렌 쪽으로 밀었다. 거기에는 어젯밤 세렌이 지나온 17구역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과, 붉은 글씨로 표시된 ‘위험지역’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여긴 제3 더스트야. 그리고 빨간색으로 표시한 곳은 어제 네가 있던 곳이랑 비슷한 구역들. 더스트에 합류하지 못한 범죄자나 질 나쁜 사람들이 들끓지. 이동할 땐 조심해야 돼.”
“근데 이제 더스트 안에 들어왔으니 괜찮은 거 아냐? 경계만 알면 위험할 일은 없잖아?”
세렌의 말에 리오는 코웃음을 쳤다.
“풉, 여긴 공식 구역이 아니라고. 마을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단 뜻이 아니지. 밖을 봐. 일단 상점 같은 건 하나도 없잖아? 물건 살 때에도 최소한 근처 애쉬번까지는 가야 돼.”
세렌은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봤다. 리오의 말대로 상점은 고사하고, 좌판 하나 없는 길거리에 입이 떡 벌어졌다. 간간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물건을 늘어놓은 모습이 보였지만, 역시 장사를 하는 것 것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물건들도 생필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럼 이 마을은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 거지?’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리오는 그런 세렌의 표정을 읽은 듯 현관문을 열며 개구진 웃음을 지었다.
“궁금하면 따라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