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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27. 2024

우리 또 안녕이네요.

이별

삶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이별을 겪는다.

자의든 타의든,

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마치 학창 시절 같은 반 친구와 가장 친해지고

작년에 친했던 친구와는 자연스레 멀어지듯,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늘어나고

평생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는 그다지 남지 않게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에게 크게 기댔던 사람이다.

특히 친구라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했고 그 당시 공부나 가족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인연은 쉽게 끊어지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된 건 23살 즈음이었다.

매일같이 만나던 사람도, 서로 애틋하게 아끼던 사람도 어떠한 계기를 겪게 되면 뒤돌아 다른 길을 가게 된다는 것 말이다.


그때의 허무함이 잊히지가 않는다.

기껏 쌓아 올린 관계가, 소중한 기억이 추억으로 남았을 때

추억이 가물가물해지는 걸 지켜만 보게 되었을 때

마음에 누군가 총을 쏘아 뚫린 듯 허해졌다.


이는 친구뿐만이 아니라 연인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처럼 사랑했던 사이도

이별이라는 단어 하나면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니까.


서로의 고민을 토로하고 걱정하던 깊은 마음이

이제는 네가 무얼 하고 살든 상관 안 한다는 마음으로 바뀌는 듯 보이니까.


이러한 과정을 몇 차례 겪다 보니 생각했다.

사람에게 크게 마음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그리고 주더라도 선을 두어야겠다고.

그럼 끊어지는 인연에 덜 아파할 수 있을 테니까.



오늘 그런 이별을 한 차례 더 겪었다.

꽤 오랜 시간 끌고 간 모임에서,

나름 상업적인 일이 엮여있기에 큰 마음을 쏟았던 일에서,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지게 되었을 때 찾아오는 쓰라림은 어쩔 수 없었다.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늘 내 생각과 달리 내 마음은 순조롭게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모임원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앞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만 또 진심이었지...'라는 속상함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온다.


나는 누군가를 떠나보낼 준비, 또다시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를 항시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런치에서 조차 구독하는 한 사람을 기다리고 또 취소하는 한 사람에 실망하지 않아야 이 일을 버틸 수 있으니까.



이별은 언제쯤 익숙해질까.

영원한 관계는 언제쯤 기대할 수 있는 걸까.


한 번 이런 일이 발생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까지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만남을 갖지 않고 나를 그리워하게 하고 싶다는 모난 심보가 들어선다.

'내가 보고 싶으면 결국 더 찾게 되지 않을까?'라는 착각.


어떨 때는 아예 모든 사람과 관계를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이런 지긋지긋한 감정을 그만 겪고 싶어서.

'내가 긋는 선이 오히려 그 선을 넘어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다'라는 깨달음.


오늘의 이 아련한 일기는 어떻게 끝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나의 심정이 글에서 그대로 쓰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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