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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05. 2024

모른 척 넘어갈까? 가지 말자

정직하기로 했습니다

2023년 1월 23일,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인즉, 나는 독서모임을 몇 개월째 운영하고 있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서평을 작성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독서모임에 도서를 지원해 준다면, 나를 포함한 독서모임 인원은 해당 도서로 긴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한 명씩 서평을 올리도록 하겠다. 만약 제공한 만큼 서평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그만큼 금액을 지불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회신과 함께 2월 초 도서를 수령하였고 2월 말에 온라인 독서모임과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 독서모임 모집 조건에는 서평을 작성하는 것이 있었고, 이 조건을 수행할 경우 페이백을 해준다는 장치까지 심어두었다.


나는 사람들이 수많은 독서모임 중 내 모임을 선택한 이유가 서평을 작성하게 한다는 것 때문인 줄 알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쯤은 다른 곳들도 동일하게 하지만, 서평을 작성하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모임원 중 한 명을 제외하고 아무도 서평을 작성하지 않은 것이다. 한 명은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작성해 주셨다. 이들은 페이백 제도가 있음에도 그들은 ‘그 정도 돈쯤이야’라고 생각하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선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다. 앞으로도 도서 제공을 받을 예정인데,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출판사와의 관계가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서평 미작성 시, 도서 금액 제공‘이라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모임원들이 서평 작성을 하지 않을 경우 내가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출판사에서 모임원들이 서평을 작성하지 않은 건에 대해 나에게 연락을 취하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눈감고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제안을 한 것이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으며, 서평에 대한 약속은 지키지 못했더라도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오늘 메일을 작성해 송부했다.


아직 출판사는 메일을 열람하지 않았다.

이 일로 내게 금전적인 손해가 있더라도, 내가 정직하게 행동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3월에 진행하는 기수에서는 다른 조건을 내세웠다. 서평을 작성하지 않을 경우, 다음 차수부터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말이다. 내 생각에는 ‘그까짓 거 참여 안 하면 되지.’라고 여겨질 거 같지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페이백의 가치보다 독서모임의 가치가 더 높을 경우 이 조건은 먹힐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번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는 또 신뢰를 잃고 모임원도 잃고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법이고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고민하고 도전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서평을 쓰는 게 어렵나?’ 나야 매일같이 글을 쓰는 사람이니 쉬울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고역일지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책의 주인공이 되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전자책을 썼다. 30페이지, 20779자. 독서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배포를 했고, 나는 글을 더 다듬고 추가하여 유료 버전을 판매할 예정이다.


오늘의 일기 제목처럼 ‘모른 척 넘어가지 말자’라는 마음과 ‘이번 한 번만 그냥 모른 척하자’라는 마음이 수없이 싸운 날,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년의 내가, 내후년의 내가 이 일기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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