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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Feb 14. 2020

티끌에도 아픈 우리, 타인의 상처는?

악플에 대처하는 대중의 자세

   한 패션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내 업무 중의 하나는 셀럽의 스타일리스트를 응대하고 해당 셀럽에 맞는 의상을 추천하는 것이었다.

  인지도가 높을 수록 다양한 의상으로 피팅을 진행하는지라 피팅 후에도 녹화나 생방 당일이 되어서야  셀럽의 착용 여부를 알 수 있었다.


   한 땀 한 땀 비즈가 알알히 채워진 드레스는 물론이고 원피스와 정장까지 다양한 종류의 옷이 대여되고 반납되는 과정에서 담당자인 나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더랬다. 브랜드 자체가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여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람찰 때는 분명히 있었다. 내가 추천해준 의상을 셀럽이 착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나, 교통비 지원도 없이 뜨거운 여름 쇼핑백을 들고 강남을 활보했던 어시들의 열정을 볼 때, 나는 스스로 반성했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열정에 나 또한 행복했다.

  

  아이돌 출신이자 사랑스러운 외모로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그녀의 화보촬영에 우리 브랜드의 의상이 함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특히 기뻤다. 해외 로케 촬영이라 더운 날씨 등의 변수 때문에 끝까지 마음을 졸였던 것이다.


  메인 스타일리스트가 쇼룸을 찾아오는 일은 드물었는데 의상을 셀렉하러  그녀의 스타일리스트는 친절했고 겸손했으며  또한 그에 부응해 평소보다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여름, 설리가 촬영했던  화보는 굳이 직접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아직 생생히 남아있다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난 날은 공교롭게도 내가 퇴사하던 날이었다. 포털사이트의 비보를 접하고 한동안 어떠한 행동도, 그리고 어떠한 말조차   없었다.


  설리의 죽음이 대중에게 더욱 비통했던 것은 대중이 그녀의 불안함과 고통을 그녀의 SNS 통해 어림잡아 느끼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죽음을 막을  없었다는 일말의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랬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선한 댓글이라도 달았으면  댓글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꿀  있었을까? 손편지라도     있었다면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꿈같은 생각을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자주 했다.


  우리는 날선 댓글로 이미 수많은 사람을 잃었다. 설리가 우리를 떠나간 , 카카오는 뉴스의 연예  댓글 게시를 금지시켰다. 힘들어하는 유명인의 SNS 일부러 방문해 나쁜생각을 하지 않도록 애정어린 말을 건네는 사람 또한 많아졌다.


  하지만 조회수와 댓글로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인터넷 뉴스와 유사언론의 뉴스 과잉 양산, 팩트 체킹 과정이 생략된 오보 생산은 아직도 꾸준하다.


  얼마 , 손톱 주변을 정리하다가 손톱 주변 살이 뜯어져 피가  적이 있다. 눈에도 겨우 보이는 작은 상처였지만 물에 닿을 때마다 따가워 견딜  없었다.


  우리는 이처럼 몸의 작은 생채기에도 예민하고  신경을 쏟지만 가끔은 타인의 상처에는 무감각하다.

   공감능력은 인성의 문제를 떠나 지능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뱉기 전에 타인의 입장이나 상처를 헤아려야 한다. 나에게도 생채기가 있듯, 타인의 마음은 이미 당신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곪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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