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Y Dec 04. 2022

허구 작가 도예전(aka. 사전답사)

<함께하기 위한 준비 ep.6>

결혼을 준비하면서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은 결혼식 장소(=몽생이네 앞마당)에 수용 가능한 인원을 가늠하는 것이다.


인원에서 막혀버리니, 장소 디자인부터 프로그램 구성까지 진도를 나가는 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아버님이 도예 전시회(1부 행사) 겸 지인들을 초대하는 가든파티(2부 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축하도 드릴 겸 결혼식 사전답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부모님을 모시고 전시회에 가기로 했다.


아버님은 올초부터 도예에 취미를 붙이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셨는데, 하루 꼬박 도예에만 시간을 쏟을 정도로 열정적이셨다. 중간중간 작품 사진도 보고 작은 작품들은 선물로도 주셨지만 전시회에는 더 크고 멋진 작품들이 있다고 하여 매우 궁금했다.


첫 입구에는 아래와 같은 배너가 세워져 있었다. 배너가 뒷 나무와 햇살과 정말 아름답게 어우러져서 “이 전시회가 어떤 느낌을 추구하는지” 물씬 느낄 수 있었다 ㅎㅎ 어머님, 아버님이 직접 준비하신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몽생이의 동생 부부가 미국에서 보내온 센스 있는 선물이었다!

입구 배너

참고로 허구는 아버님의 작가명이다. 그래서 모든 작품에 아래와 같은 각인이 들어있다 ㅎㅎ (223은 22년 3월에 만든 작품이라는 의미)

허구작가 각인

도예전의 주제는 “생이와 별”이었다.

생이는 “새”를 의미하는 제주도 사투리인데, 아버님 말씀에 따르면 어릴 적 새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 새의 환생을 작품으로 승화했다고 한다 ㅎㅎ

별은 내가 느끼기에 아버님이 가장 사랑하는 대화의 주제이자, 오랜 관심사인 거 같다. 대학 전공도, 교직에서도 별과 연관된 곳에 계셨어서인지 아버님과 대화하면 항상 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역시나 도예전에서 별이 많이 보였다.


입구에 있는 첫 작품은 “황도 12궁”이었다. 모든 방문객이 별자리를 알게 하고, 찾아보게 하려는 아버님의 뜻은 아닐지?

그리고 그 옆에는 수많은 새들이 있었다. 새를 전시한 저 나무도 아버님이 손수 만드신 것인데, 목가적인 느낌이 아버님 어머님이 가꾼 정원과 정말 잘 어울렸다.

흰 집 벽과 잘 어울리는 “나는 반대일세”라는 작품 역시 상당히 귀여웠는데, 자세히 보면 새가 한 마리씩만 반대로 놓여 있다 ㅎㅎ

새 작품 1, 2

집 뒷마당, 앞마당에도 새가 가득했다. 사진으로 쭉 정리해보니 전시회를 통틀어 대체 몇 마리의 새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ㅎㅎ

작품도 작품이지만, 큐레이팅이 정말 아름답게 되어 있어서 부모님과 보는 내내 감탄을 내뱉었다. 엄마가 친구분들에게 자랑한다며 사진을 잘 찍으라고 했는데, 아주 조금 귀찮았지만 찍어두고 보니 보람 있다(고마워 엄마 하투)

새 작품 3, 4

전시회에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아래와 같이 마당에서 진행되었다.


쾌청한 날씨 & 예쁜 잔디와 꽃과 나무 & 곳곳에 전시된 멋진 작품 & 함께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정말 아름다웠다.


1부 전시회의 마지막 이벤트는 동백나무에 각자의 소원을 거는 것이었다. 아래 왼쪽 사진처럼 모두가 소원을 쓸 수 있는 작은 도자기가 준비되어 있어 소원을 적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엄마가 대표로 소원을 적었다. 언제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원이다.


나의 가족 모두가 아름답고 예쁘게 살기요


작가와의 대회 이후에는 2부 행사로 이어졌는데, 저녁식사/각종 축하공연/밴드 공연/연극 낭독까지 다양한 행사가 가득한 전시회 겸 가든파티였다. 공연마다 “오늘이 첫 공연이라서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부분의 공연이 어머님, 아버님과 지인분들의 취미 공연이었다. 대부분 퇴직 전후 나이대의 분들로 그동안의 열심히 살아온 삶에서 이제 조금씩 여유를 누리며 즐거운 제2의 인생을 찾아가시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 한편의 응원과 왠지 모를 아주 약간의 찡함이 있었다.


나는 몽생이네를 몇 번 방문했지만 부모님은 첫 방문이셔서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두 분 모두 너무나 좋아하셨다. 결혼식을 위해서는 테이블, 식사 등 좀 더 세팅할 것이 있지만 그래도 잘 준비하면 아름다운 결혼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사실 부모님은 장소보다도, 지인들과 이렇게 멋진 전시회 겸 파티를 하시는 아버님, 어머님의 삶에 감동받으신 거 같았다.


두 분 모두 오늘 하루를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시는 것 같아 나 역시 참으로 좋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양가 부모님께 감사하며,

마지막 사진은 아버님이 주신 선물~!





이전 05화 2022 서울가족학교 예비부부교실 下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