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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Jan 18. 2023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오글오글 10분 글쓰기 ep.19>

<게으름에 대한 찬양> 챕터 중 또 하나 써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 오랜만에 책 읽었다고 글 두 개 쓰는 거 아니고(진짜) 요즘의 내가 잊지 않아야 할 무용함의 가치를 되새기고 싶어서이다.


나는 어느 정도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취해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여기에 만족하면 안 된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머무르다가는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이 있다.


이러한 불안은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한다. 오늘 놀며 얻은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오늘 노느라 놓친 기회를 계산한다. 심지어는 노력해서 성취한 순간에도 무언가를 성취했음을 인정하기보다는 내일 더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의 잣대가 유용함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가?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무엇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


이러한 사고방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도 동일한 사고방식만으로 살아가는 게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트런드 러셀은 유용함에 집착하느라 내가 잃은 것이 숙고하는 습관이라 말한다. 유용한 지식은 대부분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지식이 필요하니 외우거나 적용하면 된다. 그 외의 사고를 할 수도 있지만 필수적이지 않다.


반면 무용한 지식은 의문으로 시작된다. “저건 뭐지?” “저게 왜 그런 거지?” 자연스레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것이 버트런드 러셀이 말한 숙고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힘은 결국 무용한 지식에서 나온다.


몽생이와 이야기하다가 몽생이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무용한 지식은 기계를 조립하는 방식이야”라고 말했다. 최근 <도구와 기계의 원리>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다. 지렛대의 원리 이런 걸 읽는 중이다. 나는  “그게 어떻게 무용한 지식이야? 누가 봐도 실용적인 지식인데! “라고 답했다.


실제로 버트런드 러셀은 책에서 실용적 지식을 유용한 지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유용함과 무용함의 기준 역시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문과생 회사원 몽생이에게 지렛대의 원리보다 무용한 지식이 어디 있으며, 지렛대의 원리만큼 숙고하게 만드는 지식이 어디이겠는가 ㅎㅎ


과학적 지식은 유용하고, 숙고하게 만드는 지식이 아니라는 것도 나의 편견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지금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습득하는 것이다. 그 즐거움을 보다 적극적을 찾고 누리자.


현재의 즐거움 외에는 아무 목적도 없는 행위.

수동적 즐거움이 아닌 능동적 즐거움이 있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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