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NA에서 진행된 이경규 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상당히 인사이트가 많아 스쳐 지나간 생각을 정리하여 올려본다.
https://www.arenakorea.com/arena/article/54555
제목을 참 잘 뽑은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본능이고, 무엇이 태도인가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본능이 태도를 만들었고, 또 태도가 본능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자신의 본능에 대해 "동물적 느낌"이라는 표현을 썼다. 생존 본능을 의미하는 것 같다. 생존해야 한다는 본능은 그를 도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의 태도는 그에게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만들어 주었고, 그는 오랜 세월 생존했다.
Q. 어느 분야에서나 내가 잘할 수 있는 곳에서만 계속 활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업자도, 직장인도, MC나 코미디언도요. 저는 그것도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경규 님은 계속 도전했습니다.
A. 저는 조금 그런 성향이 있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방송국이 날 내치겠구나’라는 느낌이 오면 빨리 종편으로 뛰자.’(웃음) 이런 동물적인 느낌으로 살았습니다. 케이블 TV 출연도 제가 제일 먼저 시작했을 거예요. tvN에서 <화성인 바이러스> 하고 있는데 종편이 개국했어요. 바로 갔죠.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 어부>. 뭔가 새로 생기면 바로 가야 돼요.
전반적으로 그는 성실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일을 안 하면 뭘 해요?"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일은 당연하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는 무언가인 것 같기도 하다. 타고난 성실함에 기반하여 OTT, 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본다고 한다. "저는 집에 웨이브, 왓챠, 디즈니플러스 다 깔아놨어요. 거기서 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거의 다 봅니다. 사람들이 뭘 하나, 저 콘텐츠와 저 플랫폼에서는 지금 뭘 하는가, 과연 뭘 하길래 사람들이 다 저리 가 있을까."라고 말한다. 그의 타고난 성실함 역시 그에게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는 오랜 세월 생존했다.
결론적으로 그의 생존 본능이 지금의 그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생존 본능을 올바른 방향을 발현하도록 도운 것은 그의 태도이다. 예를 들어, 생존 본능이 너무 강해서 타인을 깎아내리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는 성실함이라는 태도,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방식으로 생존했다.
SNS가 너무나 당연한 요즘, 무엇 하나가 유행하면 대중은 그것을 따른다. 무서울 정도로 빠른 시간에 유행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며, 빠르게 식기도 한다. 그 속도 너무 빨라 하루만 SNS를 보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짤들이 생성된다. 유행을 내 기준으로 소화하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느껴져서 나는 최근의 트렌드에 부정적이었다. (아, 그러기엔 나도 인스타 중독자이지만..)
그런데 이경규 님의 인터뷰를 보며,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트렌드가 향하는 방향을 알아야,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겠구나.
사실 처음한 생각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하이힐을 신은 여자"("예쁜 남자"인가,, 헷갈린다)라는 만화를 읽었는데, 거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에게 "당신은 어떻게 트렌드를 예측하나요?"라고 물었는데 그는 "나는 트렌드를 이끄는 게 아니라 대중보다 조금 앞서 그 방향을 확인하는 것뿐이다. 그 방향을 읽어야 트렌드를 이끌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경규 님이 수많은 OTT, 유튜브를 시간 내어 보며 그 방향을 찾는 행위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 방향을 알아야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할 수 있으니까.
이 모든 고민의 근원에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Q. 막연한 질문입니다만 예능 촬영 현장에서 출연자가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A. 가수는 노래를 잘하고 배우들은 연기를 잘한다고 하잖아요. 근데 우리는 뭘 잘하는가. 참 애매해요. ‘잘 웃긴다’는 좀 이상하고요. 뭐라고 해야 하나… 프로그램을 잘 소화해 내는 능력? 예능 프로그램 PD의 의도나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바를 잘 표현해 내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겠죠.
이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을 꼽자면 나는 이 질문과 답변을 꼽고 싶다. 나의 직업에서 내가 가장 고민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개발자도, 교육자도 아닌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무엇을 잘해야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스트캠프의 기획의도롤,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표현해 내는 것.
개발자도, 교육자도 아니지만 BRIDGE로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이것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부스트캠프를 만들기 위해 참여한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것이 전문성이라는 단어로 포괄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측정할 수 없으나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이와 비슷한 가치를 얼마 전 유튜브 십오야 채널에서 아래 영상을 보면서도 느꼈다. 그녀가 대천사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겠지.
https://youtu.be/sKyoVvbeM7E?si=oAvEQn6aMyKsz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