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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Dec 28. 2023

탄자니아 신혼여행기 2

잔지바르에서 세렝게티로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몽생이가 여러 루트를 찾아보다가 경비행기를 선택했다고 했다. 탄자니아 세로네라 공항에 내리는 루트였는데, 직항은 없어서 잔지바르-아루샤-세로네라공항으로 이동했다. 통상 아루샤에서 차로 이동하는 루트가 더 많은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나고 나서야 알았지만 경비행기 사고 위험이 커서 그동안 한 번도 사고가 없는 항공사를 고르고 골라서 선택했다고 한다. 비행기 값은 꽤나 비쌌지만 시간은 매우 절약할 수 있었고, 우리처럼 신혼여행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 좋은 루트로 추천한다.

다만 이 루트로 이동하려면 잔지바르에서 새벽에 비행기를 타야 했다. 잔지리조트가 공항과 약간 거리가 있어서 공항과 가깝고 잔지바르의 관광지 중 하나인 올드타운에서 하루 숙박을 하기로 했다.



230608 - 0609 파크하얏트 잔지바르


호텔은 호텔이었다. 리조트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인피티니 풀도 매우 아름다웠다. 올드타운이라는 메인 관광지에 위치하여 골목길도 돌아다니고, '커피하우스'라는 유명한 카페도 갔었다. 이 즈음 몽생이는 다소 현타가 왔다. 그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탄자니아까지 와서 리조트와 호텔을 다니는 호화로운 여행에 대한 생각인 듯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내가 탄자니아를 여행 중인 건가? 좋긴 한데 흠,, 탄자니아의 특색을 모르겠네." 호텔 바에서 마신 칵테일에서 느껴진 마살라를 느끼면 아프리카(탄자니아)이긴 하구나 깨닫긴 했지만.


그냥 수영이나 하자.


생각이 많아지는 시점에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이니까. 수영복을 챙겨서 인피티니 풀에서 한참을 수영을 하고, 바로 앞에 이어진 바다에도 들어갔다. 여전히 여기가 탄자니아인지, 인천 앞바다인지는 모호했지만 기분은 좋아졌다.

파크하얏트 잔지바르
커피하우스에서 한 컷, 마살라맛이 느껴지던 칵테일
파크하야트 앞 해변가에서 찍은 노을



230609 - 0611 세렝게티 세레나 사파리 롯지


세렝게티로의 이동을 위해 아침 일찍 공항에 갔다. 구 잔지바르 공항은 마치 우리나라의 버스 터미널 같다. 그렇게 작은 비행기를 타고, 아루샤에 도착해서 더 작은 비행기를 타고 아주 작은 세로네라 공항에 도착했다. 아루샤 - 세로네라 공항으로 이동할 때 탔던 비행기는 조종사 포함 약 8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아주 작은 경비행기였다. 조정석 뒤에 앉으면 계기판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ㅎㅎ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에 비행 내내 자지 않고 영상을 찍었다.

세렝게티로 이동했던 비행기
조종석 뒤에서 찍은 타임랩스
세로네라 공항

세로네라 공항에 도착하니 우리의 사파리 가이드 Godson이 마중 나와 있었다. '게임드라이브'라고 불리는 이 사파리투어는 다양한 업체들이 있다고 한다. 몽생이가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결과 우리가 묵는 숙소와 연계된 게임드라이브가 가장 저렴하고(저렴하다고 해도 인당 2600달러이긴 하다) 안전하다고 한다. 직접 메일로 연락하여 모든 예약을 해준 덕에 나는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기만 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이나마 세렝게티를 구경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동물을 무서워한다. 한국에서도 동물원에는 가지 않고, 작은 강아지나 고양이도 매우 무서워한다. 그런 내가 세렝게티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야생은 달랐다. 당연히 동물 가까이 가는 것, 차에서 내리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서 떨어져서 보기도 했지만 야생에서의 동물은 '무섭다'라고 느껴지기보다는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사자, 표범, 치타, 코끼리, 기린 등 크고 거대한 동물은 경외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동물원의 작은 우리가 아닌 자연 속에서 평화지만 그들만의 먹이 사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생태계를 목격하니,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Godson과의 드라이브

세렝게티에서 가장 먼저 본 동물은 사자였다. 지나고 보니 사자는 매우 흔할정도였지만 ㅋㅋㅋㅋ 처음 마주한 사자의 모습은 너무나 신기했다. 낮시간에는 대부분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게을러 보인다는 느낌이 들지만 밤에는 야생의 사자가 나타나겠지?

사자

짧은 세렝게티 체험을 마치고 우선은 세렝게티 세레나 사파리 롯지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했다. 롯지는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오두막이 개별 숙소로 제공되는 곳이었다. 우리는 몽생이의 주도면밀함 덕에 2층 숙소를 받았는데, 가능하다면 꼭 2층 숙소를 받는 게 좋다. 이렇게 멋진 뷰가 방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


식사도 매우 잘 제공된다. 점심은 이렇게 식당에서 먹거나 lunch box로 포장해서 밖에서(차에서) 먹을 수 있다. 아침과 저녁은 뷔페식으로 메인 레스토랑에서 제공된다.

점심식사
저녁 식당 모습



사파리의 밤


페퍼톤스의 노래 제목이다. 2022년 연말 이 노래를 듣고, '아 내가 세렝게티에 가는 것은 운명이다.'라고 생각했다. 세렝게티에 가면 꼭 한 밤 중에 이 노래를 들으리라 마음먹었고 그것을 실현했다. 몽생이덕에 얻은 2층 테라스에 나가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8분 33초에 이르는 긴 곡을 다 듣겠다 결심했지만, 사자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는 2층 테라스. 아까 낮에 본 사자는 나무 위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그럼 여기까지 올라오는 건 일도 아니겠네?
더구나 아까 체크인할 때 밤에는 동물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꼭 에스코트를 요청하라고 했는데...


그래서 재빠르게 사진만 한 컷 남기고 방안에 들어와서 음악을 들었다.  

그날 밤 우리 테라스 앞에는 사자자리가 떠 있었다.

그렇게 세렝게티에서의 첫날이 저물어갔다.

사파리의 밤

다음날 Godson과의 오전 8시부터의 투어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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