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온전히 하루를 세렝게티에서 머무는 날이었다. 우리는 한 10시부터 투어 하려나? 생각했는데 Godson이 8시에 만나자고 했다 낄낄.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투어는 거의 저녁 7시가 다되어 마무리되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 차 안에만 머무르는 게 지치기도 했지만 Godson의 친절한 설명과 지루할 틈 없이 나타나는 새로운 동물들에 신기함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은 표범이었다.
표범과 치타의 차이를 아는가? 치타는 표범보다 얼굴이 작고, 코 옆으로 검은 선이 있다. 둘은 가죽의 무늬도 다른데, 치타는 그냥 검은 점이라면 표범은 검은 테두리 안에 갈색 문양이 섞여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Godson이 설명해 준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세렝게티에서 보기 힘든 동물이 표범이라고 한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Godson이 흥분한 목소리로 앞을 보라고 했다. 우리 눈앞에 표범이 길가를 걸어가고 있었다. Godson이 우리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헉 너무 가까워서 공격할 수도 있나? 우리는 숨죽여 표범을 구경했다.
그런데 정작 시끄러운 것은 Godson이었다. 주변 동료들에게 무전으로 "여기 표범이 나타났다"며 빨리 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보다 더 흥분한 목소리로 동료들을 모으는 Godson의 모습은 마치 한 건 크게 성공한 주식시장의 큰 손 같은 느낌이었다. 이 경험 덕에 "세렝게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이 뭐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 없이 표범을 뽑는다.
그리고 동물 외에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하늘이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위로 광활한 하늘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무지개도 두 번이나 봤는데 역시나 자연의 경관은 눈으로 담을 때 가장 아름답다.
No view is wider than the eyes
freedom and its owner 中
2박 3일의 세렝게티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항, 세로네라에서 아주 작은 경비행기를 타고 다시 잔지바르로 향했다.
앞서 잔지바르를 여행하며 "내가 지금 탄자니아에 온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게 참 딜레마였다. 18시간을 날아왔는데 그만큼의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렝게티를 향하는 순간 이 모든 생각이 사라진채 탄자니아를 즐겼다.
경비행기를 탄 경험.
광활한 자연을 내달리는 경험.
적막함이 아닌 자연 속의 조용함을 느낀 경험.
밤 중에 사자의 먹잇감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웠던 경험.
맹수를 눈앞에서 본 경험.
얼룩말이 달리는 것을 본 경험.
기린의 나뭇잎 먹는 소리를 ASMR로 들은 경험.
무엇하나 내가 감히 상상해 볼 수 없었던 진귀한 경험들의 향연이었다.
생태계가 순환하며 1년 365일 변화하는 세렝게티.
그곳에서 내가 발견한 2가지 멋진 표어로 세렝게티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하고 싶다.
Serengeti Shall Never Die
Tanzania Unforget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