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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Dec 27. 2023

셀프웨딩 준비는 끝이 없다.

<함께 하기 위한 준비 ep.19>

그동안 큰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셀프웨딩 여정을 써왔다. 그런데 이 큰 카테고리에 담지 못한 소소한 준비물과 노동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너무 소소해서 글로 남겨야 하나 싶지만 나의 야매 디자이너로서의 노력과 결혼식 전날의 추억을 남겨두고 싶어 글을 써본다 ㅎㅎ


1. 테이블 스커트


1800mm짜리 듀라테이블을 대여하기로 했는데 흰색 테이블스커트는 대여가 안된다고 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대여가 되어도 음식물이 묻으면 안 된다는 제약사항이 있기도 했다. 우리는 해당 테이블에서 식사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음식물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직접 천시장에 가서 테이블스커트를 맞추기로 했다.


우리가 천시장에 가본 적이 있겠는가 ㅎㅎㅎ 무작정 인터넷 검색을 해서 동대문을 갔다. 결혼식을 직접 준비 중이라서 약 30개 정도 테이블 스커트를 맞추려고 한다고 했다. 백아이/아이보리 등 색상도 가서 확인해 보며 처음 알았고, 결혼식 느낌의 차르르르한 느낌이 있으려면 폴리에스테르가 좀 섞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천을 원단가게에서 사고, 재단하는 곳에 가서 원하는 수치에 맞춰서 따로 재단해야 한다는 것도 ㅎㅎㅎ

천 무지랭이들의 대화 ㅎㅎ

1차로 둘러본 후에 2차로는 고속터미널에 방문했다. 이때는 엄마와 함께 했는데, 엄마의 주부경력 덕에 훨씬 더 좋은 천으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대부라는 곳에서 구매했고, 무광 천으로 테이블당 1500mm * 2550mm으로 제작했다. 사장님이 박음질까지 완벽하게 직접 해주시고, 제주도로 택배로 일정에 맞춰 보내주셨다. 몽생이 어머님이 세탁하여 가든파티 때마다 잘 사용하고 계신 걸 보면 오염에도 강하고, 빨래해도 깨끗함이 유지되는 아주 좋은 원단이었던 것 같다.

구매한 천의 종류와 가게이름


2. 도자기 제공을 위한 각종 물품 구매


몽생이 아버님이 하객 선물로 수저받침을 만들어주셨다. 무려 하객의 이름이 쓰인 수저받침. 

이 수저받침의 원래 용도는 하객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테이블에 두기에는 테이블이 좁아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웰컴존을 활용하여 도자기를 배부하고, 그 도자기 상자 위에 하객의 자리가 안내되도록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었다. 


이제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각종 물품을 구매해야 했다.

- 도자기를 넣을 상자

- 이름 스티커

- 자리배치 스티커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서 우리가 원하는 사이즈에 맞는 민트색 박스를 찾았다. 그러나 고민이 되었다. 촌스러운 민트색이면 어쩌지...!!! 그런데 이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서, 그냥 하자라는 마음으로 주문을 강행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날의 날씨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민트색이었다.


이름스티커와 자리배치 스티커는 모두 내가 직접 만들었다. 그런데 당일 테이블 배치가 변경되면서 밤새 매직으로 다시 그려서 체크했다는 슬픈 전설이.

도자기 제공을 위한 각종 물품들


3. 끝없는 노동

결혼식 전 매 주말 노동을 했다. 천을 보러 가고, 각종 인쇄물을 디자인하고 인쇄하고, 업체와 연락하고..ㅎㅎ

그런데 결혼식 전날까지도 끝없이 일이 있었다. 토요일 식을 위해 금요일 오전에 도착했는데 테이블 세팅, 도자기 포장, 보물 숨기기, 업체와의 마지막 연락 등 챙겨야 할 것이 정말 많았다. 


하객들에게 편지를 쓰겠다는 욕심을 끝내 버리지 못해 편지까지 쓰고 나니 새벽 4시가 되었다. 화장하러 5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말이다 ㅎㅎ 

자체 제작한 카드


새벽까지 챙겼던 노동의 흔적들


이렇게나 열심히 준비한 결혼식이 끝났다.


우리의 결혼식 과정을 보며 주변에서 "뭘 그렇게까지 하니"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게 참 큰 스트레스였다. 우리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ㅎㅎ 그런데 이미 결혼식 준비는 시작되었고, 우리가 하지 않으면 이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의 우리가 하지 않으면 결혼식 당일의 혼란과 혼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정말 아득바득해낸 일들이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 둘 다 함께했다는 것.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시켜 줄 사람이 있었다는 것.


나만 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내가 더 하고 있다고 느꼈다면 엄청난 싸움이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을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폐가 되지 않지 위해 최선을 다한 팀프로젝트였달까? ㅋㅋㅋㅋㅋ

내가 화가 나는 순간에 차분하게 일을 정리해 준 몽생이가 있었고, 몽생이가 화가 나는 순간에 차분하게 일을 처리한 내가 있었다.

 

사진과 영상에 기록된 그날은 참 아름답고 행복했다. 그러나 결혼식을 이야기할 때 나는 6월 3일 그 순간보다 결혼식을 준비하던 우리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말주변이 없어 그 과정을 낱낱이 설명하기는 어려워 이렇게나마 글로 남겨본다.


고생했다! 나 그리고 몽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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