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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Dec 30. 2023

탄자니아 신혼여행기 4

230611 - 0613 잔지리조트

다시 잔지바르로 돌아온 우리는 올드타운에서 소소한 쇼핑을 했다.


먼저 결혼식 답례품을 샀다. 선물은 Inaya라는 곳에서 구매했는데, 담이의 친구분이 꼭 들러보라고 추천해 준 곳이기도 했고 잔지리조트 어매니티도 모두 이곳 제품이었다. 향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정말 좋았다. 이곳에서 거의 30개 넘는 수제비누를 구매해 왔다. 할인은 전혀 없었지만 나올 때 점원 분이 "잔비바르 여성을 위해 좋은 일을 해주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잔지바르 여성의 사회활동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직원이 여성으로 이루어졌고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브랜드였다. 뭔가 의미 있는 선물을 구매한 것 같은 마음에 뿌듯했다.


Inaya zanzibar

다음으로는 꼭 천을 사 와달라는 어머님의 요청을 위해 시장을 돌아다니며 천을 구매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Kanga라고 불리는 천을 활용하여 상하의 옷을 입는다. 천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아프리카 특유의 과감하고 화려한 프린팅이 특징이다.


말했다시피 나는 흥정에 취약하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들어간 곳에서 아주머니와 할아버지의 뛰어난 언변과 의도된 혼잡합에 얼이 빠져 시세의 4배 정도 되는 비싼 가격으로 천을 구매했다 껄껄.

아주머니 제 덕에 그날 고기 드셨죠? 그럼 되었어요. 누구든 한 명이라도 행복하면 된 거죠.

정신없이 쇼핑을 마치고 잔지리조트에 돌아오니 모두가 우리를 반겨주는 기분이었다. 그게 참 좋았다. 우리는 또다시 수영을 했다. 우리가 머무른 잔지리조트는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는데, 이날 날이 좋아 오롯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잔지바르 일몰



능귀(Nungwi) 돌고래 투어


잔지바르로 돌아오는 길 택시기사님을 통해 돌고래 투어도 예약했다. 세렝게티에서 돌아온 후 뭔가 의욕적으로 잔지바르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그렇게 도착한 능귀바다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게 인도양이구나. 이래서 잔지바르에 오는 거구나.


진청색의 바다를 한참 달리다 보면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살면서 바다를 수없이 보았지만 차원이 다른 아름다운 바다였다.

잔지바르의 바다


돌고래도 꽤나 보았는데 너무 많은 보트들이 돌고래 주변으로 모여들어서 돌고래가 불쌍하기도 했고, 위험해 보이기도 해서 스노클링을 즐기러 떠났다.


지난 2월부터 수영을 다시 시작한 나는 사실 좀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곧잘 수영을 한다고 생각했고, 어릴 적부터도 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스노클링의 기억이 초등학교 때이긴 하지만 그때도 매우 즐겁게 물고기에게 밥을 주었던 기억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풍덩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인도양을 달랐다.


우선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 오리발과 수경만 제공해 주었는데 우선 뛰어내리라고 하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뛰어내렸다. 바닷물은 염분이 있으니 물론 몸이 뜨지만 그래도 두려움이라는 게 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긴장이 시작된 것 같다. 바다가 상당히 깊었기 때문이다.  

수경도 나와 잘 맞지 않았다. 자꾸 물이 들어와서 바닷물을 1리터 가까이는 들이킨 것 같다.

파도도 거셌다. 스노클링을 즐길 잔잔한 바다는 아니었다.


낄낄 사실 모두 변명이다.

자유롭게 바다를 헤엄치는 나를 상상했지만 나는 안전한 수영장에서만 수영을 할 줄 아는 아이였다. 견뎌보려 했으나 갑자기 멀미가 시작되었고, 결국 보트로 돌아오는 길에 토를 했다.


나를 지켜보던 몽생이는 마치 화산처럼 토했다며 그 이후로 나를 volcano vomit girl이라고 놀렸다.


이때부터 시작된 멀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서 결국 이후 투어를 포기한 채 잔지리조트로 돌아왔다.

인당 100달러로 결제한 투어였는데..

택시아저씨, 제 덕에 그날 고기 드셨죠? 그럼 되었어요. 누구든 한 명이라도 행복하면 된 거죠.


그나마 건진 한 컷을 공유해 본다.

잔지리조트로 돌아와서 한숨 자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마침 꿈꾼 것 같은 에메랄드 빛 바다를 사진으로 다시 보며 잔지바르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이날 수영복도 잃어버린 걸 보면 꽤나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다.

그래, 그래도 에메랄드 빛 바다를 눈으로 담았으니 되었다.

지친 나

Comeback home


꿈같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내가 저 순간 저곳에 있었다는 게 참 아련하다. 이제야 신혼여행 글을 쓸 정도로 돌아오자마자 일이 바쁘기도 했고(13일 귀국했는데, 14일부터 출근함) 함께하는 삶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잔지바르에서 돌아오던 날 HAKUNAMATATA와 POLEPOLE의 마음으로 살겠다는 다짐의 글을 인스타에 올렸다.


6개월 동안 나는 그렇게 살았는가? ㅎㅎ


자주 걱정하고, 안 될까 봐 불안해하고 빨리빨리 해치운다는 마음이 더 앞섰던 지난 6개월이었다. 이게 나니까 한순간에 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 이 글을 마무리하면 또다시 다짐해 본다.


HAKUNAMATATA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POLE POLE
천천히


하쿠나마타타와 폴레폴레
잠보~ 잠보부아나~ 아산티사나~


더불어 잊지 못할 신혼여행을 선사해 준 몽생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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