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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Mar 24. 2019

이런 게 연애지, 별거 있나

처음부터 이렇게 구질구질할 생각은 없었다.

너무 덤덤한 마무리가 문제였는지 뒤늦게 후폭풍이 몰아쳤다. 도대체 연애가 뭐라고 모든 노래 가사가 내 얘기 같고 구구절절 맞는 소리만 늘어놓는지, 한 줌의 위로도 없이 무수히 많은 공감만 남겨둔 채 누구나 그렇듯 홀로 이별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결국 첫 연애의 첫 이별에 어쩔 줄 몰라 곱씹고 곱씹다 결국 이런 짓까지 하고 말았다. ‘전 남친에게 띄우는 꽤 오래 만날 줄 알았던 우리가 헤어진 이유’로 시작하지만 전 남친이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 반 안 봤으면 하는 마음 반으로 그림과 글을 기록한다.

남들 다 하는 연애가 처음이라, 세상이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늘 친구 아니면 언니 혹은 혼자서 걷던 영등포 지하상가는 빨리 지나가기 바빴지 기억에 남는 장소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전 그날의 데이트 장소는 영등포였다. 나는 자주 다녀서 괜찮은데 그 친구는 사람 많은 장소가 불편하진 않을까 혹시 이런 데이트는 별로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그 친구를 걱정하고 있을 때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아왔다.

그게 뭐라고 내내 설렜던지, 다음날 수업 중에, 친구와의 대화 중에, 혼자 있는 시간까지도 입이 근질거려 난리였다. 사람들은 하나 궁금해하지 않을 나만의 설레는 순간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던 시점이었다.


남산에서의 고백 이후로 마치 약속처럼 버스정류장 배웅이 데이트의 마무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창가에 앉아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입모양 대화를 이어가던 중 창밖에서 뜻밖의 손 하트 애교로 조용한 버스 안에서 나 홀로 소리 내 웃던 적이 있다.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누가 볼까 쫓기듯이 무표정으로 보여준 애교가 귀여워 그날 이후 손하트를 종종 요구했다. 



왜 이런 사진을 저장하지?라고 생각할 만큼 정말 정말 못난 사진도 귀엽다고 안 지우는 모습이 이 친구가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콩깍지가 나한테도 씌었던 건지 이것 좀 보라며 너무 귀엽지 않냐고 그렇게 자랑을 하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시원찮은 반응에 약간의 쓸쓸함을 느끼곤 했다. 

아 그 시절 언니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었다.

“그렇게 유난을 떠는 걸 보니 결국 너희들도 헤어지겠구나.”

그때는 언니가 참 재밌는 농담을 하네 생각했는데, 진짜 이렇게 헤어졌구나 싶다.






앞으로 이어질 그림과 글은 이별로 가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록이다.

헤어짐의 결정적인 이유가 없어 드라마틱 한 재미는 없지만 당사자들은 꽤나 심각했던 과정이 담겨있다.

‘이거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을 만큼 극 사실주의로 풀어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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