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돼도 중학교 2학년처럼 삶에 질풍노도를 자주 부닥치곤 한다.
나의 존재가 지구 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
지난 세월의 회의감까진 아니더라도 앞날을 생각하면 좀처럼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눈이 시리도록 뜬 눈으로 밤을 새워 아침을 맞이한 어느 여름날이었다.
지난밤 무수히 떠돈 생각들에 머리가 찡하니 울려 겨우 일으킴 몸에 고개를 숙이다 문득 내 존재 자체를 회피하는 기발한 방법이 떠올랐다.
나란 인간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면 다른 생명체를 존중해보면 어떨까.
우리 집 강아지는 존재 자체로 사랑받아 마땅하잖아.
아파트 단지 내에 돌아다니는 살찐 까만 고양이는 너무나 평화롭잖아.
태어난 순간부터 고통받는 아이들은 사랑받아야 하잖아.
돌연 큰 병에 걸리고 만 아이들은 아프지 말아야 하잖아.
조금 더 날이 밝자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동네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유기견 센터를 알아봐 적은 금액이나마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장에 있는 청바지와 대충 손이 가는 티셔츠를 꺼내 입고 오전에 알아봐 둔 헌혈의 집으로 찾아가 헌혈을 하며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을 했다. 그다음은 국내 아이들을 위한 후원까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완료.
책임져야 할 생명이 한 둘이 아니다.
수많은 유기견들은 물론 건강한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한 몸 관리, 꾸준한 후원을 위한 밥벌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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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걸음수만큼 유기 동물 기부가 가능한 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