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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Jul 18. 2021

자연스럽지 않아 윤택하지 않은 것들에 관하여

모든 불행이 나를 중심으로 돌 때가 있다. 지금처럼.

차례차례가 참 좋다.

하나 다음에는 둘, 승강기는 사람이 나오고 타는 것, 초록불에서 빨간 불로 바뀌는 순서. 

나열해 놓고 보니 전부 인위적인 것들이다.

이렇게 정했으니 이렇게 하자.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

그러나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다.


자연스러우면서 내 삶을 윤택하지 않게 하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오전 9시.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자동차 1열에서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그러나 느릿느릿 핸드폰을 만지며 걸어가는 헤드폰을 쓴 학생으로 인해 나를 비롯한 모든 차들이 올 스톱이 되었다.


다시 빨간불.

바로 옆에 오토바이 한 대가 등장했다.

차선도 아닌 중앙선에선 오토바이는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도착한 약속 장소.

오늘까지 작업을 마무리해달라는 거래처의 잠수로 인해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나는 어디에 컨펌을 받지. 나중에 기한을 못 지켰다고 하면 어쩌지.


집에 돌아와 현실 도피성 운동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운동하나.

홈트 브이로그를 유튜브에 검색하니 정말이지 내가 기대하는 바와 전혀 다른 결과물이 뜬다.

오늘따라 유튜브 드럽게 볼 것도 없다.



*

지극히 변태적이고 모순적인 것


샤워와 목욕을 자주 하고 청결한고 단정한 것을 좋아한다.

화려한 티셔츠보다는 깔끔한 무지 티셔츠가 좋고

미백효과가 있는 선크림보다는 로션 같은 깔끔한 타입이 좋다.

네일아트나 반지 팔찌, 목걸이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짧게 깎은 손발톱이 좋고.

민둥민둥한 털 없는 팔다리가 좋다.


그러나 블랙헤드 제거, 여드름 압출하는 영상을 1시간씩 집중해서 보고

다른 사람 화농성 여드름 터지는 영상에 희열감을 느낀다.


눈이 빠지도록 보다 보면 나도 더욱 청결해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올리브영에서 3단 돼지코 팩을 사들고 와 내 피부에 남아있는 모든 블랙헤드 박멸에 열을 가한다.

그렇게 한번 의식을 거하고 나면 조금 더 청결해진 기분에 개운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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