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너를
한참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던 나에게 '진실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친구가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사는 삶이 나답게 사는 삶인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매일을 고민하며 길을 잃고 난항 하던 나에게 그와 나눈 이야기는 비바람이 부는 바다 한가운데서 나를 인도해 주는 강렬한 등대의 빛이 되어 나를 삶의 육지로 이끌었다. 그 빛은 구체적인 조언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었다.
그의 인정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동력을 제시해 주었다. 굳이 돈을 충분히 많이 벌지 않아도 괜찮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삶. 그럼에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아서 나답게 사는 삶. 덕분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 나는 때로는 글 쓰는 작가였다가, 아름다움과 강렬함을 쫓는 화가였다가, 사회 변화를 꿈꾸는 사회복지사였다가, 때론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고민하는 철학가였다가, 이런 다양한 삶의 정체성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일식/중식/한식/동남아/양식 가리지 않는 요리사가 된다.
충분히 괜찮아
방향을 잡고서부터는 쾌속 순항.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외로움에 잠시 돛을 내리고 멈출 때도 있지만, 마법의 단어를 되새기며 뚝심 있게 다시 파도를 넘는다. 이제는 그의 인정이 기억 속에서는 희미해져 가지만, 배 곳곳에 쓰였던 인정의 말들은 이미 내재화되어 나만의 언어로 바뀌었다. 이제는 비바람에, 높은 파도에 방황하는 그의 배를 내가 인도해 줄 차례다.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순항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배는 오히려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서울살이를 결심했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짧지만 서울살이는 무척이나 힘들었던 시간이었음을 알기에 말리고 싶었다. 우리가 바라보던 방향이 아니지 않으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 친구가 힘들어하는 내게 해줬던 것처럼 그의 삶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기로 했다.
때로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거나,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보다 그의 삶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것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던 사람이기에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한 나름의 선택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도 나 못지않게 강한 사람이라 믿고,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것. 다음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 바라는 것. 나 또한 그 못지않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그 덕분에 나도 한 번 더 성장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