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에 대하여
몸에 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면역력에 좋다기에 홍삼을 매일 챙겨 먹으려고 한다. 홍삼이 거의 바닥을 보였고, 신세계 상품권을 챙겨 이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도착해서 결제를 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상품권이 없었다. 당황하고 놀란 나머지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봐도 분명히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가방에도 주머니에도 찾을 수 없었다.
지난달에는 장례식에 다녀오며 에어팟을 잃어버렸다. 이동할 때 항상 음악을 듣는 편이라 잃어버렸을 만한 곳을 다시 돌아가서 찾아봤지만, 어떻게 해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칠칠치 못한 내 모습에 화가 나고, 잃어버려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것에 슬퍼했다. 신세계 상품권으로 살 수 있는 물품들을 떠올리고, '에어팟이 있었더라면...' 하며 다시 사는 데 드는 비용을 생각한다.
그 순간은 잠시이며 곧 포기하고 현실의 대안을 찾는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잃어버렸을 만한 장소를 다시 가본다거나, 아이폰의 '나의 기기 찾기' 기능 등을 통해 갖은 방법으로 노력한다. 내 노력에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하면, 아쉬움이 남겠지만 인정한다. 인정하고 나면 아픔의 정도는 현저히 줄어든다.
인정과 포기 이후에는 현실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다시" 사는 것이기에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손실을 줄이고, 가지고 있는 현금과 다음 달 월급을 계산해 보며 지출을 조정한다. 수익을 늘리는 것도 방법인데, 외부 강의를 하거나 주식을 통해 단기 차익을 시도하는 등 부가 수입으로 수입과 지출을 맞춘다.
여기에 생각의 함정이 있다. 부가 수입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잃어버리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온전한 수입으로 생각될 수 있다. 이처럼 생각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데, 곱슬머리처럼 꼬불꼬불 꼬아 상황을 복잡하고 어렵게 할 수 있다. 내 마음을 돌보지 않으면 나쁜 일에 대해 자책하고, 자책은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나'를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하고, 더 나쁜 상황으로 데려간다.
이러한 생각의 방향성은 나를 더욱 우울하도록 만드는 '항상성 유지' 장치일 뿐이다. 이 항상성 유지 장치는 건전지 없이도 작동한다. 상황이 주어졌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오류 없이 작동한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서 끊임없이 좋은 상황에 데려다 주기도 한다.
나쁜 일은 이미 일어난 현실이고 잘 견딜 수 있으며, 이를 견디고 나면 곧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나쁨의 정도가 약하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할 이유도 없고, 나쁨의 정도가 강하다면 오히려 앞으로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길지에 대해 기대한다. 이것이 내가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는 방법이고, 위기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마음은 찰흙과 같아서 조금만 힘을 주면 엉망으로 구겨버릴 수 있지만, 의식적으로 힘을 준다면 원하는 모형을 만들 수 있다. 단단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의 조형물을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현실을 받아들여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포기를 바탕으로 다음을 생각한다. 내 삶을 행복 가득하며 자존감 넘치는 삶을 살게 하거나 우울에 빠져 살도록 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을 선택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을 빚는 미켈란젤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