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맞춰 걷는다는 것

by 김재용

발맞춰 걷는 사람들을 보았다. 함께 걷는 대상이 때로는 사람이기도 했고, 반려견이기도 했다. 강아지가 소변을 보는 시간을 기다리고, 강아지 걸음에 맞춰 옆을 함께 걷는 사람. 나이 지긋하신 어머니의 걸음에 맞춰 손을 꼭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주머니. 방학으로 일찍 학교를 마치고 신난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하는 학생들.

끈끈이와 함께 산책을 :D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걸음에 맞춰 걷는 사람들을 보는데, 그 모습이 마냥 아름다웠다. 현재 내가 갖지 못함에 대한 부러움일까? 언제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에 남는 걸음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걸음은 어느 순간, 어느 시점부터는 나에게 "이동"으로 밖에 남지 않았다.


내 걸음 대부분에는 음악을 듣는다. 몇 곡이 지나지 않아 무슨 음악이 흘러나오는지도 모르는 채, 핸드폰을 보거나 목적지만을 향해 걷는다. 주변에 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중요치 않고, 고개 들어 일상 속의 디테일도 느끼지 않는다. 그렇게 내 삶에서 이동하는 순간들의 시간이 사라진다. 심지어 여름에는 땀 흘려가며 빠르게 걷기까지 하는데, 혼자 일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더욱 걷지 않게 되었다. 내 걸음에는 '배려'가 필요치 않아졌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임에도 많은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상대와 속도를 의식적으로 같게 하는 것뿐 아니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소통의 과정들, 혹여나 위험의 상황으로부터 상대와 나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일과 같은 것들은 대부분 배려에서 비롯된다. 함께하는 걸음은 배려가 동반되어야 한다.


배려가 동반된 걸음은 아름다운 기억을 남긴다.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친구들과 같이 집에 가면서 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걸었던 기억, 사랑하는 사람을 집에 데려다주면서 곧 헤어짐의 시간이 온다는 것을 알아 서로 거북이처럼 느리게 걸었던 기억, 너무나도 배울 것이 많았던 한참 직장 선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나의 가치관과 중심을 잡아가던 기억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열심히도 걸었다.


비록 지금은 배려의 걸음이 내 곁에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 걷게 된다면 그 시간을, 기억을, 소중함을 느끼면서 걷고만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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