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참지 못하는 것은

by 김재용

나는 몸에 열이 많은 편이다. 여름이 힘들고, 겨울은 만끽한다. 열이 많다 보니 피부도 건조함을 많이 느낀다. 한 여름에도 립 밤을 바르지 않거나 챙겨 나오지 않았을 땐 극도로 불안해한다. 더위를 쉽게 느끼는 데다 몸을 활동적으로 움직이기에 땀도 자주 흘린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왔고, 시간적 여유 덕분에 사뿐사뿐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땀이 날쌔라 조심히 걸어갔지만 습하고 뜨거운 날씨에 온몸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울창한 가로수 그늘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습함에, 더움에, 기다리는 시간에 짜증이 났다. 잠깐의 사색을 통해 내가 더위를 참지 못하는 것이 몸의 화학적 반응뿐 아니라 참을성이 부족함을 알았다.

더위 타는 나 자신에게 짜증을 내다 이내 더위는 "참고, 견디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특별한 조치 없이도 곧 덥지 않아 졌다. 참을성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 뜨거운 햇볕 아래 군대에서 삽질하던 시간들, 라오스 블루라군에서 그늘 없이 맥주 먹던 시간들, 반 대항전 축구 결승전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뛰던 시간들은 덥지 않았다. 내 마음, 내 생각, 내 상황에 따라 마음은 달라졌고, 한참 더위를 느끼다가도 느끼지 못했다.


미련하고 바보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더위는 견디는 것이고 참을 수 있는 것이다. 무덥고 습한 여름 에어컨을 틀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위는 내 마음가짐에 따라 조절할 수 있고, 만약 참을 수 있다면 감정 환기의 기회(땀을 흘리면)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다면 참지 못하고 표출되어 짜증이 되기도 한다. 나의 짜증은 주변 사람들에게 대책 없는 불쾌로 이어질 수 있다.


더위를 참다.


곱씹어 보면 더위는 '느낀다'와 더 어울리는 듯한 단어이지만, '참는다'라는 어구가 익숙했던 이유는 우리 선조들이 그만큼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아닐까? 어릴 때 더우면 무작정 짜증이 났고, 표출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는 그늘에 가만히 있으면 덥지 않다는 것을 안다. 입맛이 달라지듯 '신체적 변화로 더위를 잘 못 느끼게 된 걸까?'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참고 견디는 힘이 자라 그나마 어릴 때보다는 더위를 참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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