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모두 내 것이어야만 하는 욕심에 대하여

by 김재용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있는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왕복 6차선이 넘는 길이기에 신호가 자주 돌아오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 보면 내가 타야 하는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시간 허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버스가 지나가버리면 어쩌나'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안절부절 발을 동동 굴리곤 한다. 버스를 놓치고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고, 이내 횡단보도 탓을 한다.


멀리서 횡단보도에 보행신호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어떻게든 이번 보행신호에 건너고자 달린다. 잠깐의 뜀박질로 얻는 것은 보행신호를 기다리지 않음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과 몇 분의 헐떡임, 적어도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지 않았다는 마음의 안도감이다. 악착같이 보행신호에 건너기 위해 달리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을 당겨 쓰는 것이다. 내가 원래라면 갖지 못했을 것을 노력을 통해 억지로 갖는 것이다.


만약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가 너무 멀리 있어 건너지 못할 상황이라면,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마음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이 상황은 마음이 아파야 할 상황이 아니다. 약속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생각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움직이면, 이 버스를 놓치더라도 그렇게 마음 아프지 않다. 횡단보도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상황을 만든 나를 탓해야 한다. 애초에 당겨 쓰는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기에.


내 것이 아님에도 욕심을 내서 마음이 아픈 것은 횡단보도 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것이 아니더라도 흔히 경험할 수 있다. 복권의 당첨번호가 아쉽게 빗나가거나, 시험에서 문제의 답을 고르며 두 개중 하나를 찍었는데 틀리거나,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던 일이 실패하는 등 우리 삶 속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노력의 여부를 떠나서 내 것이 아님에도, 당연히 내 것이어야 한다는 욕심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 마음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욕심을 내야 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 어떠한 요인도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노력은 성공의 확률을 높여줄 뿐 언제나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고, 운이나 능력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떠나서 당연히 보장되는 결과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욕심내지 않으며 한 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것이 아니기에 욕심부릴 일이 없고, 욕심을 구분할 수 있어 내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았다. 이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통제 밖에 있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내 통제 밖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노력하지 않으니, 실패하거나 얻지 못함에 따른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모든 것은 내 것이어야만 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욕심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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