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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Nov 07. 2022

《선과 악의 학교》로 보는 '선'과 '악'에 대하여

영화 도입부에서 해리 포터를 연상시키는 bgm 덕분에 잔뜩 기대하며 《선과 악의 학교》라는 영화를 봤다. 줄거리는 옛날에 '가발돈'이라는 마을에 '소피'와 '아가사'가 살고 있었다. 둘은 꼬마 때부터 각별한 소꿉친구 사이였다. '소피'의 소원에 의해 '선과 악의 학교'에 가게 되고, 선과 악으로 이분화된 곳에서 벌어지는 대립을 보여주는 판타지 영화다.

주인공 '소피'와 '아가사' ⓒ 2022. NETFLIX. All right reserved.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 대립 구조를 부각함으로써 단순하게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명제를 다시금 고민하게끔 하는 영화였다. '선'과 '악'이라는 관념의 대립 속에서 무엇이 진짜 '선'인지, 그렇게 정의된 '선'은 항상 승리해야만 하는지,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은 존재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영화에서 '선'과 '악'은 극명하게 대립하며, 가치 추구에 있어서도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선'은 다양성이 존재하며 아름답고 존귀하기에 사람들이 열망하는 가치들로 표현되고, '악'은 획일화되어 있고 지저분한 데다 역겨움을 중요 가치로써 열망한다. '선'과 '악'을 선택 가능한 가치로 설정해서 '선'이라는 것이 항상 선택해야 하는 선택지가 아님을 다양한 과정의 오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한다.

'선'의 학교에서 추구하는 외적 아름다움 ⓒ 2022. NETFLIX. All right reserved.

과정의 오류 첫째는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선'의 학교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입학하지만, '악'의 학교에서는 동양인이 보이지 않는다. 다양성은 타자와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바탕이기에 많은 요인에 대해 서로를 이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의 학교에 입학한 '아가사'는 단지 외모로 차별을 받고 따돌림당하게 된다. 반면 획일화된 복장부터 다양성이란 없어 보이는 '악'의 학교에서는 개인이 가진 재능과 개성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한다. 다양성은 오히려 '악'의 학교에 존재했다.

'선'의 학교에 학생들을 통제하는 요정들 ⓒ 2022. NETFLIX. All right reserved.

두 번째는 외적인 편견에 대한 고민이다. '선'의 학교에서는 각자의 외적 아름다움을 항시 강요받지만, '악'의 학교에서는 추하고 역겨움을 동경한다. 외적인 아름다움은 '선'과 '악'에 대한 사회가 가지는 편견 중 하나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선'의 학교에 요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존재와 다르다. 멀리서 보이는 외모, 즉 복장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그 실상을 살펴보면 성격은 추악하며 학생들을 폭력으로만 통제하고 가까이서 본 얼굴은 고블린처럼 표현된다. 반면 '악'의 학교에서 외적 아름다움은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역설을 바탕으로 '선'은 아름답고, '악'은 추하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직면토록 한다.


세 번째는 진정성에 대한 고민이다. '선'의 학교에서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진정으로 '선함'에 대한 가치는 잊은 지 오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아름다움과 이기심으로 점철된 거짓 '선'을 추구하는 존재밖에 없다. 심지어 '선'의 학교에서는 가르치는 과목에서 3번 낙제하면 끔찍한 것으로 변하는데, 낙제생은 '선'의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도구로써 활용된다. '선'의 학교에서 아름다움은 타인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며, 타인의 희생을 강요한다.

영화에서 끊임없이 '선'과 '악'의 대비를 통해, 무엇이 진짜 선한 가치인지를 고민하도록 한다. 이분법적인 '선'과 '악'의 가치에 대해 경계하고, 절대 '선'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하다. 사회가 가진 편견을 역설을 통해 꼬집으며 상대가 가지는 고유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너무나 단순하고 명료한 명제이기에 고민할 거리도 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을 살며 이 당연한 명제가 무너지는 사회를 자주 마주하기에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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