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니까
보스니아에 취재를 하러간 런던 특파원은
전쟁을 취재하던 중
폭격으로 부상당한 사람이
마취제없이 무릎아래를 절단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
그 후 정신이 살짝 이상해져서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 .
느닷없이 응급실에 뛰어 들어가서
자기 다리를 깨끗히 잘라 달라하고,
멀쩡한 사람들한테 "다리만 둘인 병신들!" 이라 불러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해.
영화 '아름다운 사람들'에 나오는 이야기야.
내가 선망하던 종군기자가 나온다는 이유로
내 인생의 10대 영화로 꼽혔던.
19살때, 난 죽고 싶었어.
그런데 스스로 죽지는 않을 마음으로
종군기자가 되려 했었지.
사실을 알리려 위험을 향해 기꺼이 뛰어들다
끝내 누군가가 가한 폭격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으로 위장되는것.
그것이 나의 목표였지.
하지만 죽임을 당하는것보다
영혼만 이탈한 채 돌아와
고통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 영화에서도 보여주는 것처럼 말야.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야.
실재했기에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전쟁장면 후엔
'절대 심각하게 보여지지 않을꺼야'라고 결심이라도 한듯
배꼽잡는 웃음을 선사하지.
유머로 전쟁의 상처를 덮어버리려는 의도라구?
그럴 순 없을껄.
아쉽게도 웃음은 순간적일 뿐이고
슬픔은 오래가니까.
감독은 단지
상처한 사람이라도 최소한 웃고 싶을 땐
양심에 가책없이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그래야 오랫동안 외상없이 기억할 수 있다고.
6월 초.
사전투표를 마치고 여행준비가 모두 끝난 뒤에도
왠지 개운치가 않았어.
감정이 정리가 되지않고
나도 모르는 죄를 지은 듯한 느낌 알아?
분명 사고였는데 눈 앞에서 3백명이 수장되는
집단양민학살의 현장을 본 것처럼.
난 희생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어.
한동안 교복입은 학생들만 봐도 눈물이 질질 흐르대.
그럴때면 파블로프의 개가 된듯
기분이 참 엿 같았어.
영화는 이렇게 말 해.
상처에 짧은 유머가 필요한 것처럼
삶에도 여행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끝까지 삶과 상처를 잊지는 말라고.
그래. 이 영화를 다시 본건
자기합리화를 위한 수단이었는지 몰라.
결국 난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으니까
그리고 맞는 여행지에서
매일매일의 아침 전경은,
누가 나를 이곳으로 유배 보내준다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평생을 석고대죄하며 지낼 수 있겠다
생각될 정도로 감동이었어.
하지만 역시 잠깐일 뿐이었지.
겉모습만 보고 사랑에 빠지는 어린애도 아니고
삶이란 아무리 평화로운 곳에서라도
치열하기 마련이란 걸.
모르기엔 난 너무 많이 살아버렸어.
그냥 그 기막힌 경관을 보고있으면 눈물이 날 뿐이었어.
혼자 나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집에 두고온 아이들이 생각나듯.
숨막히게 예쁜 자연을 보면
한국에 두고 온 사람들이 생각나서
눈물을 참느라
마른 침을 꿀꺽꿀꺽 삼켰어.
또다시 파블로프의 개가 된 듯.
기분이 참 엿같았어.
멀리 떠나온다고 해서. . .
잊을 수 있는 건 아니었어
드러내서 말하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