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서클 투어하고 첫 번째 캠핑장으로
다음날 아침, 전날 저녁 7시부터 잠을 청해서인지 해가 새벽 다섯 시에 떠서 그런지 잠에서 일찍 깨어났다. 여행하기 좋게 한 캐리어에는 캠핑용품을, 한 캐리어에는 생활용품을 담아 정리하고 숙소를 나서는데 아직 아침 9시도 되지 않았다. 오늘은 텐트 치고 자야 하기 때문에 식재료를 사야 해서 마트가 문을 여는 열한 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마트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아침식사를 했다. 유럽 도시들을 여행하면 빵, 샌드위치, 파스타, 그리고 또 빵. 빵만 계속 만난다.
동아시아 쪽이 식문화가 발달한 건지, 이들도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내가 몰라서 잘 안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음식은 맛있지만 내 입맛엔 약간 짰다.
마트는 야채나 유제품, 육류가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냉장창고에 들어있었다. 한 코너 자체가 냉장되고 있는 게 어찌나 신기하고 어찌나 춥던지 정말 'ice'랜드다.
식재료를 구입하고 결국 찾지 못한 술을 사러 주류 전용 마트로 향했다. 아이슬란드는 술도 담배도 구입하기 어렵게 해 두었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구입할 수 있는 한국에서 자란 나는 약간 국가의 월권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시계 방향으로 여행루트를 잡았다. 제일 먼저 골든 서클 쪽으로 향하는데 비 오는 로터리에서 시커먼 비옷을 뒤집어쓴 사람이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 여행 오기 전 여러 후기를 보며 히치하이커를 꼭 한번 태워보고 싶던 우리는 차를 돌려 낯선 여행자를 태웠다.
안 되는 영어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싱벨리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알렌을 내려주고 비가 오길래 우비를 입고 아이슬란드 첫 관광을 시작한다. 비가 와서 좀 아쉽지만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지각판의 경계를 보고 있자니 '대'자연을 느낄 수 있다.
춥고 비 오는 국립공원을 두 시간가량 걸어 다니고 나니 너무 배가 고파 아이슬란드 여행자의 동반자인 핫도그를 만들어먹었다. 한국에선 온갖 재료를 넣은 맛있는 핫도그도 잘 안 사 먹는데, 별거 넣지도 않는 초라한 핫도그가 어찌나 맛이 있는지.
썩 내키지 않던 게이시르는 생각보다 재밌다.
오전에 마트 오픈 시간을 기다리느라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져서, 굴포스에 갈 것인가 온천에 갈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나는 몸도 피곤하고 추워서 온천에 가고 싶었는데 남편이 폭포에 너무 가고 싶어 해서 굴포스에 갔다.
폭포가 다 똑같지 뭐 하고 생각했는데, 규모가 어찌나 큰지 피곤함도 잊은 채로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싶다.. 오래오래 눈앞에 그려졌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이런 장관을 우리 둘밖에 못 보다니.. 우리 가족들 내 친구들 다 데려오고 싶게 만드는 말도 안 되는 풍경이다.
구글 맵에 루트상에 있는 가까운 캠핑장을 찾아갔다. 캠핑장은 딱히 예약할 필요가 없어 일정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깜깜해지기 전에 얼른 텐트를 치는데 귀여운 고양이가 기웃거린다. 남편과 내가 처음 함께 캠핑을 하던 날도 고양이가 있었는데, 우리 신혼여행의 첫 캠핑에도 고양이가 함께한다.
텐트를 치고 나니 밤이 되었다. 밤이 되니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비까지 오는데 전실이라곤 신발만 겨우 놓을 수 있는 작은 텐트를 치고 나니 저녁을 만들 공간이 없다. 어쩌지 고민하다가 트렁크에 있던 캐리어를 텐트 속에 넣고 간이 주방을 만들었다.
오빠, 우리 진짜 웃긴다ㅋㅋ
지금 신혼여행 온 거 맞아?
남들은 신혼여행 가면 5성급 호텔이다 풀빌라다 리조트다 일상에서 누릴 수 없는 갖은 호화로움을 누리고 편안하게 사랑을 나누다 온다는데, 플래시를 밝히고 트렁크 문을 지붕 삼아 쭈그리고 요리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어찌나 웃기던지. 캠핑장에서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살자'며 프러포즈하던 남편의 말처럼, 결혼생활의 첫 시작부터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웃기고 특별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천생연분인가 봐~"
캠핑 첫날의 저녁 메뉴는 무려 양갈비와 바이킹 맥주. 작은 텐트에 쭈그리고 앉아 힘겹게 먹은 저녁밥상이었지만 그 맛이 어찌나 훌륭하던지, 지금도 양고기 냄새만 맡으면 아이슬란드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