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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희 Jan 23. 2019

텐트밖 풍경이 환상적인, 아이슬란드 인랜드

산넘고 물건너 란드마날라우가르까지


여행내내 밤에는 비가오고, 아침엔 개었다. 아늑한 피신처에서 투둑투둑 비오는소리를 듣고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게 우중캠핑의 매력이다. 어제만난 야옹님은 비를피해 우리집 현관에서 주무셨나보다. 차가운 바닥을 피해 캐리어 위에 올라가 꾸벅꾸벅 졸고있는 고양이가 안쓰럽다.



변화무쌍한 아이슬란드의 날씨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허허벌판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이 고양이는 어떤 머나먼 마을에서 왔을지, 어떻게 살아남고 있을지 궁금하다. 지나가는 여행자들이 텐트 한구석 내어주고 음식 한조각 나누어주었을까?




날이 밝은후 살펴보니 캠핑장 한켠에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깨끗하게 관리되진 않았지만 트렁크에서 요리하는것보단 나을것 같아 가져간 보자기펼쳤다. 분홍빛으로 바뀐 테이블이 생각보다 그럴듯하다.  푸른 잔디밭과  이슬비 내리는 풍경에서 고요하게 아침식사를 준비하니 호화롭진 않아도 세상에서 제일멋진 신혼여행을 하고있는것만 같아 감격스런 기분이 든다.



파스타 맛있는 쥬스, 바나나와 빵. 호텔 조식 부럽지 않은 아침식사가 되었다. 다시생각해봐도 설레는 순간이다.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가 재빨리 텐트를 걷었다. 따뜻한물이 콸콸나오는 무료 샤워실이 있어서 또다시 언제 이런 기회가  올까싶어 얼른 씻었다.






오늘 일정은 말그대로 산넘고 물건너 가야하는 란드마날라우가르. 비가와 강이불어 건너기 힘들까봐 걱정이 되었는데 남편이 가보자고 결단을 내렸다. 혹여나 건너지 못하는 강을 만나면 그냥 돌아오지 뭐. 그것또한 추억이 되겠지. 하는 맘으로 믿고 따라가기로 했다. 마지막날 공항에만 도착한다면 아무문제 없으니까.




어느곳이 도로인지 구분이 안가는 까맣고 구불구불한 길을 가다가 앞서가는 버스를 만났다. 길잡이삼아 열심히 따라가니 홀로 길을 찾을때보다 수월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하나 없는 낯선 산의 모습을 보며 학생때 배운 지구과학이 생각난다. 학창시절 아이슬란드에 와봤으면 지구과학을 전공하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버스를 따라가다보니 산꼭대기에 있는 멋진 호수에 도착했다. 비도 그치고 기대하지 못한 멋진 포인트에 도착하니 기분이 구름위로 둥둥 뜬다. 도무지 카메라에 담을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을 볼때마다 부모님생각이 난다. 아! 엄마아빠랑 오면 정말 좋아하실텐데!



버스와 작별을하고 란드마날라우가르 캠핑장으로 계속 이동한다. 점점 파란하늘이 보이는데 저멀리 커다란 호수가 보인다. 아이슬란드는 여행하면서 만나는 멋진 풍경에 자꾸 차를 멈추게되서 오래걸린다더니, 도무지 그냥 지나칠수 없는 곳들이 많다.



호수앞엔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럽사람들은 아이슬란드가 멀지 않아서 그런지 우리가 동남아가듯 가볍게 여행하는게 너무 부러웠다. 



산아래 호수야 당연히 멋있는 풍경이지만 이끼로 뒤덮인 산을 보고 있으면 지구가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든다.



좋은 카메라, 좋은 촬영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이 풍경을 좀더 잘 담아 올 수 있었을까?





물웅덩이를 조심조심 건너 드디어 캠핑장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처럼 잘 정돈되어있는 반듯한 캠핑장은 아니지만, 넓은 캠핑장이 우릴 맞이했다. 오토캠핑만 다니던 나는 이런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벌써 오후 두시가 넘어 주린배를 부여잡고 허겁지겁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란드마날라우가르 캠핑장은 따뜻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커다란 공간이 있어서 가장 좋았다. 텐트앞에서 식사할수 있을줄 알고 테이블도 들고갔는데, 8월 말의 아이슬란드는 너무 추워서 전실이 없는 텐트에선 요리하기 힘들다.



시어머니께서 싸주신 매실장아찌와 함께 계란하나 탁 깨어넣고 끓여먹는 라면은 진정 꿀맛이었다.



이제 하이킹을 해야하는데 점심먹고나니 잠이 솔솔 온다. 거친 비포장도로를 달려오느라 긴장했던 몸이 풀린다. 하이킹은 내일 하기로하고 낮잠을 잤다.





한숨 자고 일어나 노천온천에 들어갔다. 어젠 그렇게 들어가고싶던 온천인데 역시 난 온천체질은 아니다. 따뜻한 물과 시원한 물이 섞여 딱좋은 온도였지만 그냥 심심하고 답답하다. 오히려 남편이 정말 좋아했다.



온천하고 씻고나니 또 배가고파서 마트에서 구입한 대구를 굽고 한국에서 가져온 찌개블럭을 하나 끓였다. 흔하디 흔한 생선구이인데 참 맛있다. 이날 이후로 별로 좋아하지 않던 대구탕도 잘먹는다.


가만히 바라보기만해도 좋은 이곳에서 몇일 더 묵고싶은데 장본 음식이 거의 다 떨어졌다. 먼훗날 아이슬란드에 다시 온다면 란드마날라우가르에서 일주일은 지내자! 하고 아쉬운맘을 달래며 마지막남은 햇반 큰공기 하나 뜯어 나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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