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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희 Jan 30. 2019

외계행성 같은 아이슬란드

란드마날라우가르 하이킹


여행지에서의 맑은 날씨는 언제나 환영할 만 하지만, 밤새 비에 젖은 텐트를 말려야 할 때에는 더욱 반갑다. 대문을 살짝 열어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바깥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고마운 햇빛이지만 잠이 덜 깬 남편에게는 반갑지 않나보다. 안대를 준비해 갔건만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있다. 신혼여행에서 각자 침낭에 들어가서 자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이다.




남편이 일어나기 전에 간단히 요구르트를 먹으며 일기를 쓴다. 책 한 권 분량의 여행기를 써보고자 거창한 포부를 안고 블루투스 키보드까지 사 왔지만 막상 여행의 피로를 이기기 쉽지 않다. 텐트가 아닌 호텔에서 묵었으면 좀 더 차분히 일기를 써올 수 있었을까? 결국 이틀 차까지 밖에 못쓰고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고 있다.








남편이 일어난 후 오늘도 아침으로 파스타를 먹는다. 가져온 재료가 다 떨어져 가서 선택권이 없다. 올리브 오일을 넣고 짭쪼롬하게 간을 해 파스타를 만들고 핫도그로 먹을 소시지를 토핑 삼아 넣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수프도 참 맛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로, 저녁으로 파스타를 먹는것 같았지만 맛있는 식사가 캠핑의 팔 할은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식사시간에 최대한 맛있고 거한 식사를 하려고 한다.



든든히 배를 채웠으니 인랜드 하이킹을 떠나기로 했다. 산행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낯선 풍경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조금 올라와서 뒤돌아보니 캠핑장이 보인다,



아이슬란드 전체가 그렇지만, 인랜드는 특히 가는 곳마다 다른 낯을 하고 있다.

돌이 가득하다가, 풀이 가득하다가, 땅에서 연기가 나온다.



최소한으로 만들어진 이정표도 자연과 어우러지게 되어있다. 단점은 길 찾기가 어렵다는 점.. 이곳이 등산로인지 통행금지 지역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길을 잃어 지나가는 여행객을 붙잡고 물어봤는데 자기들도 길을 잃었단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풍경들이 계속된다. 나무가 없는 산이 너무나 낯설고 영화 속 외계행성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상상한 외계가 이런 곳이 라니, 영상 속에서 주입된 우주에 대한 이미지가 결국은 지구 안에 존재하는 곳이었다니 인간의 상상력이란 참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잡을 곳 하나 없이 인간에게 불친절한 등산로를 스틱 하나씩 나눠갖고 힘들게 힘들게 올라오니 이렇게 멋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까지 올라왔는데 카메라 배터리가 없다. 힘들게 삼각대까지 이고 지고 올라온 보람도 없어졌다.




우리가 지나온 길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참 다르게 느껴진다. 관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하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니 양들이 방목되어있다. 아이슬란드에는 이렇게 가는 곳마다 양을 만날 수 있다.



캠프로 돌아와 마지막 남은 재료를 탈탈 털어 핫도그를 만들어먹었다. 배고플 때마다 질리도록 먹은 핫도그. 보스턴에서 온 미국인 할아버지랑 합석해서 대화했는데, 신혼여행으로 차 끌고 텐트 들고 강 건너왔다고 하니 크레이지 커플이라고 한다. 돌이켜 우리 여행사진을 찾아보면 정말 그래 보이기도 한다.ㅋㅋ



올 때랑 다르게 갈 때는 정말 강을 많이 건넜다. 너무 큰 강이 나타나면 건너갈 수 있을까.. 수심도 재어보고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건넜다. 휩쓸려 내려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안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란드마날라우가르를 빠져나오니 무지개가 우릴 반긴다. 평생 본 무지개보다 더 많은 무지개를 아이슬란드에서 만났다.



일용할 양식을 구입하러 마트에 갔다. 햇반이 똑떨어졌는데 드디어 한국식 쌀을 구했다.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유럽에선 동남아식 길쭉하고 찰기 없는 쌀을 많이 팔아서 우리나라에서 먹는 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래 묵고 싶은 곳에서 음식이 없어 이동하는 일이 없도록 며칠분의 음식을 왕창 샀다.



또 만난 무지개. 옆에는 비가 오고 한쪽엔 무지개가 뜬 진귀한 풍경을 밥 먹듯 만난다.



이틀을 텐트에서 지내고 오늘은 숙소에서 묵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있는 숙소 중 빈방을 고르다 보니 가격대가 좀 있는 곳밖에 없었다. 시간과 유연성을 돈 주고 산 셈이니, 별수 없다.



신혼여행에 왔으니 호텔 레스토랑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간단하게 파스타랑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었다. 초록빛 칵테일은 '오로라'라는 이름의 술이다. 오로라 콜이 있는 숙소라 기대했는데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 찬 이날은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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