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요? 아니요. 올 겨울에 스노우보드 타러 가야 돼요.
남들이 들으면 웃었지만 우리는 사뭇 진지했다. 비록 중고지만 데크도 마련했고, 이제 막 스노우보드에 재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취미생활, 둘만의 여유로움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아이를 꼭 낳을 거니까, 새로 산 스노우보드만 19/20 시즌에 딱 타보고, 20년 7월에 임신하기로 했다.
왜 굳이 7월인고 하니, 7월에 임신을 하면 아이가 4월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연초에 태어나는 게 유아기 때 좋다지만 학교 다닐 때 생일이 방학이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출산 후에 산후조리하는데 너무 더운 날씨는 산모에게 고통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즐거웠던 지난겨울, 그리고 멋들어진 나의 데크
하지만 언제 내 인생이 계획대로 된 적이 있던가? 여름이 되니 보드 타던 기억도 희미해지고, 주변에 귀여운 아기들을 보면서 기왕 낳기로 한 거 빨리 갖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게다가 마침 7월이 아닌가!
엄청난 추진력을 자랑하는 우리 부부는 결정하자마자 9월 즈음받던 직장인 건강검진을 앞당기고, 보건소에 가서 산전검사를 받고 엽산을 받아왔다. 기존에 먹던 영양제에 원래 엽산이 들어있었으니 그 부분은 준비되었고, 풍진항체도 있다고 하니 만사 오케이다.
유튜브에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운영하는 채널들을 보면서 임신 확률 높이는 법, 필수영양제, 임신 준비사항들을 열심히 공부하고 바로 임신 준비에 들어갔다.
아이를 갖기로 계획하니 언제 생길지도 모르는 아이 때문에 벌써 기회비용이 많이 생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친구를 만날 때 음주도 자제해야 하고, 오픈일만을 기다렸던 복싱클럽 등록도 물 건너갔다. 혹시나 임신일지도 모르니 아파도 약도 먹을 수 없었다.
임신 테스트를 하기까지 고작 2주의 시간인데,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