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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고전 소설 추천 세계문학 추천도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by 책읽는제이

10여 년 전 가보았던 피렌체의 뒷골목이 떠올랐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고 어느 카페에서는 시선을 끄는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들렸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고 모든 장면이 영화 같았다.


해가 지고 난 뒤의 밤은 달랐다. 어둡고 음침하고 정신없고 습한.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피해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데미안의 첫 장면은 그때와 많이 닮은 듯했다. 밝음과 어두움. 그 안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 그런 무엇이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데미안>


10살의 소년 씽클레어.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에는 늘 부드럽고 다정한 말이 있다. 깨끗하고 광채가 있는 공간. 사랑과 엄격함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거칠고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술 취한 사람들과 악쓰는 여자들. 선과 악의 세계가 맞닿아있었다.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준 데서 비롯해. <데미안>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과는 다르게 자꾸 다른 세상이 궁금해진다. 불량스러운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다가 왠지 그들 사이에서 으스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쳤다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그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싶었지만 돌아온 것은 크로머의 협박과 괴롭힘. 거짓 무용담으로 약점이 잡히고는 점점 그들에게 끌려다니게 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

한동안 괴롭힘에 시달리던 씽클레어는 전학생 데미안의 도움으로 그들 무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단호한 얼굴로 너무나 어른스러워 보였던 데미안.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그의 이야기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씽클레어는 데미안을 만나 많은 성장을 하게 된다. 자신의 내면에 있던 어두운 부분을 마주하고 극복해가면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아간다. 그렇게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선과 악은 분명히 나뉜다고 생각했다. 어두움보다는 밝은 면을 찾아가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선은 깨끗한 것도 아니고 악도 더러운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양면이 존재한다. 한쪽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면 나머지 또 다른 내 모습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나다운 걸까?


잘 들어. 나는 떠날 거야. 너는 어쩌면 다시 한번 나를 필요로 할 거야. 그럴 때 너 자신 안으로 귀 기울여야 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걸.
알아듣겠니?
<데미안>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어려운 시기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 그저 혼자 세상과 부딪혀가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모든 깨달음들이 바로 '데미안'이 아닐까?


학창 시절 처음 데미안을 읽었을 때에는 어둡고 구체적인 묘사들에 짓눌리는 느낌이 들어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때보다 어른이 된 탓일까. 몽환적인 이야기에 충분히 빠질 수 있었고 나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탐색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면 데미안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온전히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생이다.
<책읽는제이>
데미안 책리뷰 / 책읽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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