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읽는 제이 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너의 바다가 되어'라는 소설책입니다.
이 책은 저희 큰 딸이 저에게 추천해 준 책인데요. 읽는 중간에도 가슴이 먹먹하다고 하더니, 다 읽고 난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엄마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면서 자신의 소중한 책을 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 책은 인권 운동가인 고상만작가님이 쓰신 책으로 2011년 신문에서 우연히 읽은 어느 기사가 책의 줄거리를 구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의 경험을 '무심결에 당한 감동의 일격'이었다고 표현하시면서 기사를 읽고서는 엉엉 울었다고 하시네요.
아빠,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주인공 종안이는 올해 열 살입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지만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친구들과 뛰어놀 수도, 학교에 다닐 수도 없습니다. 아빠에게 처음으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던 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종안이의 머리만 쓰다듬는 아빠를 보면서 종안이는 알게 됐습니다. 엄마가 궁금해도 물어보면 안 된다는 것을요.
엄마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켰지만 사실은 아기 곁에 남아있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초등학교에 가서 쓸 가방과 공책, 연필을 사며 엄마는 기도했습니다. 이 가방을 내가 들고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갈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였습니다.
심장병을 앓고 있던 엄마는 아이를 포기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출산을 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종안 엄마의 출산 준비물은 다른 산모들의 것과 다른 점이 많았어요. 하얀 배냇저고리, 작고 귀여운 신발뿐만 아니라 예쁜 책가방과 학용품을 준비한 것이죠. 종안 엄마는 비 오는 날 학교 앞에서 우산을 들고 아이를 데려오는 일상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고 종안이를 낳은 지 3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안녕? 네 이름이 종안이니?"
"누구야?"
또다시 들려온 좀 전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종안이 주변을 둘어봤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좀 전에 무대 위에 올라왔던 아토가 물속에서 고개를 쑥 내밀며 "나야 아토"라며 말을 하는 것 아닌가요. 깜짝 놀란 종안이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아빠 손을 잡고 동물원에 놀러 간 종안이, 여러 동물들을 구경하다가 인기 만점인 돌고래 쇼를 관람합니다. 조련사의 퀴즈를 맞힌 종안이는 운 좋게도 돌고래와 함께 기념촬영도 하게 되었습니다. 촬영이 끝난 뒤 아빠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종안이는 분명히 들었습니다. 새끼 돌고래가 종안이에게 말을 걸어온 것입니다.
아빠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아빠는 좀처럼 믿어주질 않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종안이는 또다시 동물원에 가고 싶어 떼를 씁니다. 결국 두 번째 방문을 했던 그날, 종안이 아토에게 말을 건네봅니다.
"안녕 아토, 지난번에 그 말, 정말 네가 말한 거니?"
"정말 내 말이 들리니? 진짜 들려? 내 목소리가?" 아토의 목소리였습니다.
"엄마, 그런데 태평양 바다가 그렇게 커요? 여기보다 훨씬 더 커요?"
"그럼, 여기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크지."
"얼마나요? 한 백배쯤 커요?"
엄마 돌고래 루나는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넓은 태평양을 자유롭게 돌아다녔죠. 무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무시한 채 바닷속을 누비던 루나는 결국 사람들에게 포획되어 이곳 동물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동물원에 와서 남편인 덴버도 만나고 아들 아토도 낳았지만 루나는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자신뿐만이 아닌 어린 아들 아토까지 사람들의 볼거리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슬펐던 거죠. 그저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루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허공에서 자신의 몸을 비틀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허공에서 모두 세 번 몸을 비틀며 낙하지점을 바꾼 루나가 떨어진 곳은 불행하게도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공연장 무대 위였습니다.
아토가 사람들 앞에서 첫 공연을 하는 날입니다. 공연을 하면서 엄마 하는 걸 잘 봐야 하고, 다른 돌고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봐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죠.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웃음소리에 아토는 신이 났습니다.
루나가 높은 천정 가까이에 있는 링을 통과하는 공연을 펼치던 순간이었습니다. 링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다시 물속으로 입수하려던 순간, 입수 지점에 아들 아토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아들을 피해 몸을 비틀었습니다. 결국 루나는 심하게 다쳐 목숨을 잃고 맙니다.
남편인 덴버가 울부짖던 그 슬픈 비명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련사 은정은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고통을 가진 덴버와 아토에게 잔인하게도 오늘 당장 사람들의 웃음을 위해 뛰어오르고 헤엄치고 물 위에 바로 서라고 요구하는 것이 너무도 잔인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은정은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싫어졌습니다.
루나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빠 돌고래 덴버와 아토에게 공연을 시키려는 동물원 관계자들. 동물이라고 감정이 없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 사람이라더니 제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엄마를 잃은 아토에게는 가혹한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집니다. 조련사 은정만이 유일하게 그의 편이 되어주었죠.
안타깝게도 엄마들의 희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아토와 종안입니다. 아토의 자유를 바라는 종안과, 종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아빠. 과연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을까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서로가 서로에게 넓은 바다가 되어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고상만 작가님이 2011년 읽었던 기사는 바로 어느 여성 조련사의 실화였습니다. 동물원의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이슈가 뜨거웠을 당시, 새끼 돌고래가 엄마 돌고래와 함께 공연에 투입되던 날 큰 비극이 발생했고 엄마 돌고래는 아기 돌고래를 살리기 위한 본능의 몸부림으로 세 번이나 몸을 비틀어 물이 아닌 무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죠. 그 사고로 엄마 돌고래는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자식을 위해 희생을 한 두 엄마,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헌신했던 두 아빠, 그리고 10살 종안이와 아토.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모두 똑같은 사랑이었습니다. 동물이라고 결코 다르지 않은 것이죠.
아빠, 엄마, 종안이, 루나, 덴버, 아토, 조련사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주었기에 서로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요. 어른들을 위한 책이지만 초등학생인 저희 5학년 아이도 재밌게 봤을 만큼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추운 겨울, 우리에게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일깨워 주는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