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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로운 생활, 단순하고 촌스런 행복 [협찬]

네덜란드 일상 에세이

by 책읽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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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 감독님이나 튤립, 풍차 같은 것이 떠오르는데요. 지금껏 살면서 네덜란드가 어떤 나라인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


이 책은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우리나라에서 8,551km나 떨어져 있는 곳, 바로 네덜란드로 이주해 살게 된 저자의 리얼 네덜란드 밀착 라이프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잘 알지 못했던 나라 네덜란드의 생활은 책장을 넘기고 단 몇 줄 만에 호기심 가득한 나라로 변해버렸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카페를 가듯
커피숍에서 대마초를 살 수 있고
걷다 보면 누드 해수욕장이나
남녀 혼탕이 보이고

불치병에 걸린 사람의 의지에 따라
안락사도 허용되는 나라

동성애자의 결혼과 입양도 합법이요
매춘부도 일반 회사원 같은
복지와 대우를 받는 곳

네덜란드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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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60%가 해수면 아래에 있어 모든 구민이 치열하게 물과 싸워 온 역사가 있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이 되지 않고,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친 것보다 작은데도 국토의 6분의 1을 물과 싸워 개간한 지독한 나라.

그런데도 손에 꼽힐 정도로 부유하며 하늘과 맞닿을 듯 평평한 땅 위에 튤립들이 흐드러져 있다.


네덜란드는 안되는 게 없을 것 같은 별세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유와 규제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죠. 어찌 보면 그래서 더 안전하고 정직할 수 있는 나라일지도 모릅니다.


전 국토의 60%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치열하게 나라를 성장시켰지만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즐겨타고 현관문에는 도어록 대신 열쇠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입니다.


불필요한 소비나 남에게 보이는 것에 신경 쓰기 보다 실리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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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클릭 하나로 맛볼 수 있는 유럽 상품을 오히려 현지에서 구하기 힘들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마트의 종류도 제한적이고 그 안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도 대부분이 자국산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물론 네덜란드산 치즈와 하이네켄은 세계 최고라 할 만큼 너무나 맛있지만 무엇이든 선택권이 많은 나라에 살다 온 나로서는 이런 점이 흡사 사회주의 국가를 떠올리게 했다.


마트에 갔던 저자는 당황을 합니다. 인터넷 쇼핑으로 세상의 모든 제품을 집안에서 편히 받아볼 수 있던 우리나라의 삶에 익숙했는데 네덜란드에서는 흔한 유럽 제품 하나 구하기가 힘들었던 것이죠.


현지인들은 이러한 자국 산업을 장려하는 방향에 꽤나 긍정적이었습니다. 개인의 삶을 너무도 중요시하는 나라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불만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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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음과 충격으로 가득 찬 그 순간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반대 차선에 마주 보게 놓여 있는 우리 차, CCTV나 블랙박스 없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차에서 내리는데 상대편 운전자가 100% 자기 잘못을 외치며 다가온다.


한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특정 몇 가지를 제외하면 100% 과실은 없다고 하죠. 늘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배웠고 나는 잘못이 없다를 우기는 일이 자연스럽습니다. 차량마다 블랙박스 설치를 하는 것도 필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상대편 운전자가 자신이 100% 잘못했다며 이야기를 하고 주변에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이 공정하게 진술을 해주겠다며 나섭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죠.


네덜란드는 칼뱅이 강조한 검소와 근면의 가치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라입니다. 칼뱅주의 국가로 독립하게 된 네덜란드는 그 가치가 여전히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감시 카메라가 없어도 모든 것이 이성적으로 흘러가는 모습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느끼게 해주었던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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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 경제에 관해 배우는 학기 프로젝트였는데 본인들이 팔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하고 필요한 기술력, 노동력, 원가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실제 마켓으로 나가 판매자와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고 관련 지식을 수집했다.

그 속에서 적절한 가격 책정과 상품 기획 및 홍보까지 직접 해내야 했다. 어린아이들이 직접 홍보지를 만들고 마지막 판매까지 3개월에 걸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제관념을 넘어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정보를 몸소 체득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숙제도 시험도 없는 학교. 공부 자체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교육 환경입니다.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과 평가에 소모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이들과 많이 비교가 되는 부분이었죠.


주제가 주어지면 여러 과목의 선을 넘나들며 탐구하고 배워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융합교육이 이루어지고 주체적으로 학습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많이 부러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어지는 늦은 등교 시간이나 오후 3시가 되면 학생이나 회사원 할 것 없이 모두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


일은 일, 휴식은 휴식으로 구분하는 네덜란드의 철학을 보며 진정한 여유로움과 인생의 즐거움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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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촌스런 행복


저자가 경험한 네덜란드에서 4년 반의 시간은 "단순하고 촌스런 행복" 이 한 문장으로 요약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별다른 걱정도 조바심도 없는 단조로운 생활, 어찌 보면 한국보다 5배는 단순하지만 5배는 할 일이 많아 바쁜 일상이었죠.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이런 삶을 동경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복잡할 것 없는 단순한 삶을 추구하지만 그렇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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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햇볕을 피해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거주자에게 전국 400개 이상의 박물관을 무제한으로 무료입장할 수 있게 해주는 네덜란드. 진정 여유와 낭만이 넘치는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가 느꼈던 마음의 편안함에서 나에게 적용할 점을 찾아봅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의 행복. 단순하고 정직하고 건강한 삶.


나 또한 지금 내 자리에서 누리고 살길 바라며.



SE-05b6122f-91b3-4b64-a29e-669c8f165648 (1).jpg 책 속에 끼워져 있던 한 장의 엽서, 책 읽는 동안 책갈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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