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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녕 Jan 06. 2024

예비신혼일기 :: #1. 결혼하기 전에 집이 생겼다

 남자친구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었고, 같은 SH행복주택 항동하버라인에서 이웃주민이었던  우리는 다음 집을 위해 임대 아파트부터 가능성이 있는 청약은 도전하고 있었다. 입지를 공부하고, 추후 대출 이자 계산, 우리가 무리하지 않은 조건에서 오빠는 늘 아침마다 뉴스와 부동산 관련 내용을 브리핑해주었다.

 어느 날 우리가 넣은 민간 임대주택 아파트에서 1차 예비 추첨 문자가 날아왔다. 오빠는 예비 추첨 순번이 우리가 200위 대여서 기대하지 말자고 했지만, 혼인 신고했을 때, 대출 상황을 함께 알아보면서 주변 입지도 한번 더 공부하기 시작했다.



 예비 인생이여


행복주택도 1차 예비 당첨으로 입주하게 되었는데, 민간 임대주택마저 예비인 걸까 하며 나름의 '행복 회로'를 가슴에 품고 연차까지 써가며 열심히 추첨하는 장소로 향했다.

그 당시 지옥과도 같은 '전세 사기'가 줄줄이 나오던 때라 민간 임대주택에도 간절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비 순번 256번. 약 260번대 까지 오셨고, 앞에 100번대 사람들 포함해서 약 60명 정도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있었다. 이 중 동호수 추첨 후 포기한 세대는 한 세대였다. 그러고도 내 앞에 6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아.. 예비 인생이여.'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하고, 약 '2-3시간' 정도의 시간을 소비한 뒤 쓸쓸한 결말만을 안은 채 가족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혹시 몰라 당첨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기도 했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갑작스러운 연락 한통


 약 11월쯤, 예비 추첨 관련해서 씁쓸함을 맛본 만 27세 청년. 그 이후 3월 갑작스러운 연락 한통을 받게 된다. 070 번호였는가? 인터넷 전화 혹은 보험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끊어 버렸는데 끈질기게 한 번 더 오는 전화에 받아보기로 한다.


"OOO님 되실까요? 여기 OO 민간임대 사무처입니다."


네? 뭐라고요..?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거리면서 온몸이 뜨거워졌다.


"예비 당첨으로 인해 동호수 추첨 안내 연락드립니다."





 동 호수 추첨 연락이란 것은 최종 합격이고, 나는 만 28세의 나이에 30평대 아파트에 입주하는 자격을 가지게 되었다. '혹시라도 이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오빠를 로비로 불러낸 뒤 당첨 사실을 알렸다. (지금 우리는 사내 커플이다.) 오빠도 혼란스러운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우리는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없어서 'GO!'를 외쳤다.


우리는 그렇게 연애하는 동안 함께 살 집이 정해졌다.




피할 수 없는 운명(?)


 우리 커플은 사내 직원이었는데, 오빠가 먼저 행복주택에서 3년가량 먼저 거주하고 있었고, 나는 그 이후 입주를 하게 된 남남이었다. 이사 후 오빠가 이웃주민이란 걸 알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같은 동에 2층, 4층 그것도 바로 윗위층이 우리 집이었던 것. 이웃주민이라 함께 출퇴근을 하며, 주말을 함께 보내고 생활을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결혼 얘기도 나왔지만 이렇게 갑자기 동거를 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민간 임대 아파트 당첨 소식을 양가 부모님께 전해드리고, 우리 집은 오빠를 궁금해하시면서 자연스레 소개와 더불어 상견례를 모두 마치게 되었다. 집이 없어 결혼 생각이 없다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주변 사람들만 해도 오래 만난 커플도 투룸, 원룸 전세, 월세를 거주할 때는 연애를 지속하다가 집이 덜컥 생겨버리니 다들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도 종종 보았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오빠와 결혼하게 될 거란걸 직감했지만,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우리의 결혼을 응원받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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