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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녕 Dec 01. 2020

#3. 어쩌면 N번 째 인생

:: 가지려고만 하면 빠져나가고, 주고자 하면 들어오는 ::

돌고 도는 보이지 않은 손


우리에게 숫자란 어떤 의미일까. 나 포함하여 큰 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몸무게의 숫자, 300등 보단 1등 같은 숫자의 개념이 아닌(ㅋㅋ) 큰 키, 백 점짜리 시험지, 성과율, 그리고 돈의 액수.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장점,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나의 기회. 하지만 돈이라는 건 참 재미있게도 가지고만 있는다고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든 부자들은 소비하지 않고 모으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돌고 도는 것처럼, 우리의 돈도 돌고 돈다. 소비가 이루어져야 경제가 돌아가듯이. 우리가 붙잡는다고 해서 놓아지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 돈은 어떻게 서든 내 곁은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돈을 소비할 때, 가질 때, 우리가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 돈은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한다.



나에게 가치 있는 소비 (가심비)


그럼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이 돈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를 때, 대부분 하는 행동은 물질적인 충족을 위해 소비를 하는 것. 이는 금방 소비되고, 물질도 우리 마음속에 금방 사라지곤 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매 분기마다 더 좋은 상품을 팔기 바쁘고, 소비자는 사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 소비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면? 가장 기본적인 가치 있는 소비 중 하나가 기부, 그리고 교육에 대한 투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명절 세뱃돈을 먹고 자란 돼지 저금통을 열었을 때, 자그마치 70만 원이었다. 70만 원이라는 금액이 숫자로 계산되지 않은 나이. 그림과 사진을 좋아한 나는 엄마의 권유로 중3 처음 캐논 DSLR을 가지게 되었다. 진열해놓은 스크래치 제품이라 30만 원 정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으며, 중3부터 취미로, 고등학교 사진부, 대학교 2학년 때까지 과제로 잘 활용하게 되었다. 이건 70만 원 이상의 가치를 활용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에 그때 유행한 신발과 옷을 샀다면 70만 원 가치가 얼마큼 변해있었을까. 아마 1년도 채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값어치를 통한 가치를 깨닫다


대학교 3학년, 부모님의 용돈 내에서 해외여행을 꾸역꾸역 다녀오긴 했다만. 유럽 여행만큼은 어렵다고 판단한 나는 작은 간판 회사 이후 처음으로 서비스직 알바를 시작하였다. 학교를 다니면서 주말에, 방학 때는 평일 실습, 주말 알바를 할 정도로 6개월 내내 알바와 공부만 했다. (중간중간 잘 놀기도 했다.) 오로지 유럽여행을 가기 위한 목적 하나로 말이다. 여행은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다는 아빠의 말씀을 살짝 접고, 항공권과 숙소를 조금씩 예매하며 6개월간의 준비를 했었다. 기존의 알바비보다 더 벌고 싶은 욕심에 무리해서 추가 근무를 자처하기도 했고,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일만 했더니 결국 골병이 났다. 병원비로 알바비의 절반이 날아간 것. 온전히 내 유럽여행을 위해서만 돈을 가지려고 무리를 하더니 결국 고생한 것의 돈들이 나를 다 떠나버렸다. 건강에 대한 중요성과 돈을 쥐고 있으려고 하니 빠져나간다는 것. 이 두 가지를 깨닫게 된 22살의 유럽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액댐은 빨리하면 좋다고, 유럽 여행 가기 전에 응급실 행, 휴대폰 박살로 인해 새 휴대폰 교체 등등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는데, 유럽 여행에서는 스무스하게 흘러갔다. 오히려 휴대폰을 바꾸고 사진도 더 잘 찍게 되는 기회까지 얻었다. (여기서 위기는 곧 기회를 배운 걸까)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귀국하니 돈이 없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정말 일한 만큼 돈을 벌기란 쉽지 않았고, 알바는 더더욱 시간이라는 칼 같은 선에 냉정함도 깨달았지만. 돈에 대한 구애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베푸는 습관 그리고 가치 있는 투자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의 일부분, 휴대폰 요금 지원과 용돈에서 벗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독립을 시작했다.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돈에 대한 소비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당연히 나가는 돈들을 절약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금액에서 돈을 모을 수 있을까 하며, 알바와 졸업 전시 준비, 취업 준비를 진행했었는데. 한 학기를 2학점으로 휴학한 것처럼 보내던 나는, 문득 이 시간도 돈으로 보였고, 나는 그 당시 연애를 하면서 느낀 게, 내가 가정을 꾸리면 정말 나는 그 가정에 최선을 다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예측했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지금, 부모님도 한 살이라도 젊으실 때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대학교 내내 방학마다 해외로 여행 다녔는데 우리 엄마는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간 적 없으셨다. 이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모녀 여행을 계획 세우는 도중, 아빠도, 오빠도 결국 다 같이 가게 되었다. 코 묻은 알바비 200만 원 남짓한 금액으로 홍콩-마카오를 떠났는데,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멋진 공연도 함께 보고, 아빠가 좋아할 것 같은 여행 코스를 짜며 짠내 났지만 즐거운 여행. 돈에 대한 고비가 있을 땐, 언제나 그랬듯 부모님께서 경제적으로 도와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는 엄청 큰돈, 200만 원이었던 것 같은데, 두 달 동안 알바비 꼬박 모은 돈이었지만 200만 원 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가족의 추억거리가 생겼고, 생각해보니 낯선 환경에서 3박 4일이라는 시간 내내 붙어 있던 적이 없던 우리 가족의 모습도 알게 되고,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에서 지켜야 할 것, 감수해야 할 것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깨달았다. 시작을 했다면 습관이   있다고,  뒤로 우리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가족들에게 베푸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돈을 다루는 법


돈의 연연해하고 숫자에 쫓기는 삶을 살지 않는 것. 나의 돈을 숫자를 당당히 소비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나이에 얼마든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이 돈을 어떻게 소비하고 건강하게 모을 것인가 고민을 하며 살아갈 날들이 기대가 된다. 돈은 잘 쓰면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돌아온다. 눈 앞에 보이는 당장의 연봉과 숫자에 괴로워하기보다 내가 이 숫자를 점핑할 수 있는 내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 나의 2N세 목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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