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
대학교만 입학하면 모든 될 것 같았던 어른들의 말씀. Y세대라면 12년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좋은 대학교 입학하면 내 인생 성공 시작일 것 만 같았던 10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 장기적인 수능 목적형 삶이 지쳐였을까. 옆에 있는 친구와 비교당하며 평가받던 입시 때문이었을까. 어른의 탈을 쓰고 나를 위한 거라며 윽박지르던 사람에 지쳐였을까. 내 모자란 능력 탓이었을까. 결국 수시 시즌에 인생 처음 슬럼프를 겪었다. 다시 태생으로 돌아간 듯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경험을 했었다. 이런 게 슬럼프구나. 나는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흔한 방법도 잊었다. 12년의 결과물을 참담했고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나의 실력이 들통나 버렸다. 10년의 세월 동안 미술을 좋아했다는 것 치고는 정확한 방향성은 없었고, 대한민국 Y세대 학창 시절 궁극적인 목표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미래는 처참히 무너졌다. 인생의 실패라고 생각했던 19살에서 20살이 되어가는 과정, 남들도 모두 나를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고 똑똑한 부모님에게 실망만 안겨준 것 같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군말 없이 아버지가 일하시던 대학교에 입학했고, 한 학기만 다니고 자퇴를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모교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겠지.
학생 때 공부했던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고 부모님의 말씀 중 시대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짬 바이브가 있다. 인생 경험치가 보는 확률과 선택, 그리고 안목.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간접적으로 알려주신 것이었다. 깨어있는 어른들의 말씀은 모두 '꼰대'가 아니었으며, 간혹 설교, 충고하시는 어른들중 타인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인생관만 강요하시는 분들은 정말 '꼰대'일 수 있지만, 인생의 짬 바이브를 어떤 시대에 어떤 방법을 잘 활용하느냐는 본인의 판단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공자와 노자의 2천 년 된 말씀을 대학에서 배우고 인용하듯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어른'들의 말씀을 적응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보자. 아빠의 말씀 중에, 시작이 용 대가리냐 뱀 꼬리냐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시작하는 과정에서 돌아오는 혜택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방향을 잘 잡고 보이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과 숫자로 비교하지 말 것. 하다 보면 그다음 단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보인다고 하셨는데, 한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크게 와 닿았다. 예전에 핫했던 '신영준' 박사님의 결혼 주례사에서도 '비교'는 비참해지고, 교만해지는 것이라고 하셨지. 비교할 대상은 오직 어제의 '나'일 뿐.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내가 목표하려고 했던 꿈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고, 그 꿈을 어른이라는 현실적인 핑계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당신이 대단해 보이고, 부러운 타인의 모습 또한, “저 사람은 저정도로 이루어낸다.”와 같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 판단하는 거만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람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그저 지금 자신의 위치보다 높이 올라간 것 같아서 부럽고, 열등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타인의 인생에 대해 부러워하거나 뿌듯해할 시간에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면, 어제 나는 아침에 일어나 이불 정리를 했는지, 한 달에 독서 1권 이상은 했는지, 잠이 오는 것을 참고 공부를 해봤는지, 꾸준히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웠는지, 다시 되돌아보자.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땐, 그 결과가 다듬어졌든 엉성하든 매듭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계단을 오르기 위해, 혹은 무거운 것을 내려놓고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항상 행복할 순 없지만 또 항상 불행하진 않지, 행복하다가도 불행하고 불행하다가도 행복하다. 인생은 계단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사실 오르기만 하면 숨이 차서 내려가기도 하는 걸까, 내려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모든 걸 들고 높이 오를 순 없으니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할 텐데…. 나의 20대는 왜 이렇게 욕심이 많은지 짧은 기간에 다 가지고 싶고, 빨리 안정을 찾고 싶다. 왜 이렇게 악착같이 사냐고 멈춰 세우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무시하고 내 길을 걸었다. 내가 나를 케어하지 않고, 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나를 대신하여 살아줄 사람 그 누구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인생을 누구 탓하기도 싫다. 나는 악착같이 쌓여서 조금이라도 쌓이는 내 숫자가 좋다. 악착같이 배운 공부로 쌓이는 지식과 연륜이 좋다. 이 불안정한 시기를 아무도 탓하지 않는 내가 좋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싫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급하고 불안한 나의 20대에게 지금은 불안정해도 되는 시기라고 감싸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