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콜 맥주도 훌륭한 독일의 맛

by jose

10년 전 바게트나(?) 뜯으면서 (물론 것도 넘나 맛있었다!) 가난하게 돌아다녔던 때보다, 이번에는 호화롭지는 않아도 훨씬 다양한 음식을 섭렵했던 여행이었다. 물론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 덕도 많이 봤고 말이다.




영국과 독일의 공통점이라면, 우중충한 날씨와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일상'으로 지내는 독일과는 달리 단 며칠 지내는 여행지로써의 독일은 충분히 맛난 것들이 많다.


무알콜 맥주의 발견

이번에 특히 놀랐던 건, 독일 맥주 유명한 거야 전세계인이 다 알지만, 무알콜 맥주까지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 "Nordsee"라고 하는 독일에서 유명한 해산물 식당 체인(해산물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주메뉴다)에서 ALKOHLFREI(무알콜)라는 문구를 못 보고 실수로 산 "에딩거 무알콜 맥주"였다. 무알콜 맥주는 정말 맛없다는 인식이 강해 크게 실망하려던 찰나, 이 맥주의 맛은 신세계...! 바이젠 맥주와 비슷하면서 무알콜 맥주라 그런지 청량한 느낌이 더해진 맛이랄까. '무알콜 맥주를 먹느니 차라리 안 먹고 만다'는 생각을 가진 (이전의 나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감히 권하고 싶을 정도다. 한국에도 수입이 된 모양인데 같은 브랜드여도 한국에서 먹는 맛은 또 다르다고 해서... 어떨지 모르겠다.

맥주병이 컵에 가렸지만... 에딩거 무알콜 맥주. 거품도 저렇게나 잘 난다 :)


typisch deutsch

'전형적으로 독일적인' 그런 뜻이다. 브레멘 교환학생 시절에는 학생식당에서, 집 앞 빵가게에서, 마트에서, 빵을 어찌나 많이 사 먹었던지, '빵 살'이 마구 쪘었더랬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찐 살 때문에 독일에 있을 때는 많이 찐 줄 모르다가 한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팩폭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 빵이든 면이든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탓에 한국음식을 그리 그리워하지 않으며 근 1년을 잘 버텼었다.

독일에 있을 때 자주 먹었던 이런 샌드위치가 그리웠다. 곡물빵에 야채와 햄, 계란 등을 넣은 단순해 보이는 샌드위치지만 한국의 샌드위치는 저 맛이 안 난다. 아마도 빵의 맛이 다른 때문이겠지. 카페나 동네 빵집, 기차역 등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어서, 이동할 때나 간편한 식사를 하고 싶을 때 등등 여러 번 사 먹었다. 안 질린다, 진짜.


슈바인 학센과 피자 / 소시지와 슈니첼


독일하면 떠오르는 음식들! 소시지 요리, 돈가스와 비슷한 슈니첼, 그리고 독일식 족발이라고 불리는, 슈바인 학센. 예전 독일에 있을 때는 비싸서 못 사 먹은 특식들이다.


베를린 포츠담 광장 근처 소니센터 내 "린덴브로이Lindenbräu"라는 식당에서 먹은 슈바인 학센과 피자는, 양이 어마어마한 대신 음식의 간도 어마어마했다. 한국어를 포함해 여러 언어가 적혀있는 '관광객용 메뉴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큰 식당인데, 맥주를 자꾸 마시게 하려는 의도(?)인지 음식 간이 세고 양도 많아서 반 정도는 남긴 것 같다. 여러 명이 가기에 좋은 곳. 그래도 레스토랑 분위기는 좋았고, 영화보러 혹은 쇼핑하러 왔다가 들른 현지인들도 꽤 많았다.


내게는 브레멘을 추억하게 해 준 소시지 요리와 슈니첼이 더 맛있었다. 브레멘 베저강 주변 지역을 '슐락테Schlachte'라고 부르는데 교환학생 시절 그 지역엔 자주 갔어도 레스토랑을 가는 건 특별한 날이어야만 가능한 드문 일이었다. 브레멘을 떠나기 얼마 전쯤 친구들과 '작별 식사'를 하러 갔던 곳이었다. 슈니첼 옆에 곁들여져 나오는 감자 샐러드를 먹는 순간, 옛날 추억에 젖고야 말았다. 마트에서도 많이 파는 자주 먹던 음식인데, 저 샐러드 소스도 한국에서는 맛볼 수가 없다. 3월에도 불구하고 거의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였는데(ㅠ) 삼삼오오 모인 브레멘 할매 할배들, 가족들 틈에 섞여 따듯한 추억의 시간을 보냈다. 빠질 수 없는 맥주와 함께!


베를리너 친구의 강추 음식들

현지인 추천 메뉴는 웬만해선 후회가 없는 법이다. 독일에는 터키 이민자와 터키계 독일인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케밥집도 많다. 브레멘에서 살 때 저렴하고 양도 많고 게다가 맛있어서 즐겨 먹었던 케밥! 친구의 강추로, 베를린의 그 유명하다는 "무스타파 케밥"에 도전했다. 날씨가 좋은 성수기 때는 몇 백 미터는 족히 줄이 서 있다고 하는데, 서서 먹어야 하는 길거리 음식이라 추운 날씨 덕(?)에 다행히 줄이 많이 길지는 않았다. 10분 정도 기다려 주문을 하고 한 켠에 서서 먹었는데, 우왕, 빵도 매우 부드럽고 안에 야채와 불향이 스며든 고기가 가득. 고기를 뺀 채식용 메뉴도 있고 롤 형태의 케밥도 있다. 계속 생각나는 맛...!


친구의 또 하나의 추천 메뉴는 바로 "보난자Bonanza 커피".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선정한 유럽 5대 카페 중 하나이자, 세계 25대 카페 중 하나라고. 베를린 마우어파크 근처에 있는데, 깔끔하고 아늑한 인테리어에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조용함에 조금 놀랐다. 아마도 비 오는 날씨 때문이었을지도(날씨 계속 왜 이래ㅠ). 대부분 혼자 혹은 둘 정도 와서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고 있었다. 미니멀한 느낌에 메뉴도 단출해서, '블루보틀' 커피와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필터커피, 카페라떼, 코코아를 주문했는데 필터커피는 평범, 나머지 둘은 넘나 맛있는 것. 최근에 한남동 모어댄레스(mtl) 디자인샵 내에 입점되었다고 한다.

보통은 오른쪽 이미지처럼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내가 갔을 때는 비가 와서 한가했다.


달콤달콤 디저트

베를린 포츠담 광장 근처에서 우연히 들렀던 "카페 에 젤라또Caffe e Gelato"의 아이스크림도 깜짝 놀랄 맛이었다. 아카덴Arkaden이라는 쇼핑몰 건물 2층에 있는 정통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카페로, 보존제나 인공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유럽 각지의 유기농 재료로 만든다고 한다. 많이 달지도 않고 들어간 과일도 신선해서, 식사 후 디저트로 완벽하다!

망고의 신선함을 보라!


독일 여행 내내, 당 떨어질 때마다 먹고 다녔던 "Ritter" 초콜릿. 한국에도 이미 들어와 있지만 종류도 엄청 다양하고 무엇보다 싸니까. 가게에서 틈틈이 사서 집에도 가지고 왔다. :)


마지막으로, 감동의 집 밥!

이번 독일 여행에서 사실상 감동의 음식은, 베를린 여행 마지막 저녁, 숙소에서 친구가 해 준 떡볶이였다! 떡과 소스를 공수해 와, 느끼해져 가는 속을 달래준 떡볶이. 예전 교환학생 시절에 자주 먹던 마트 샐러드와 소시지, 맥주, 숙소 근처에 있던 또 하나의 맛집 "로젠버거Rosen Burger"에서 사 온 버거와 함께, 한 상을 차리니 최고의 저녁이 되었다. 독일에서 평소 내 소울푸드인 떡볶이를 먹고 가게 될 줄이야...! 친구와 함께, 남편과 함께, 맛있는 음식과 함께, 아쉽고도 (이제는) 그리운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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