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se Jun 12. 2022

자장가를 부르다가 왈칵, 울어버렸다


새벽수유를 하고 아기를 다시 재우던 중이었다. 아기를 안고 자장가를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오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단유 마사지를 받고 온 날이었다.




갓난아이에겐 모유나 분유가 유일한 먹거리이자 영양분인 터라, 이유식 시작하기 전까지 6개월은 분유수유와 함께 모유수유를 할 생각이었다. 힘들었지만 아기가 젖을 물고 빠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그 편안한 모습에 덩달아 내 마음도 고요해지는 게 좋았다.


그런데.

 

제왕절개 출산 후 몸에 소양증이 심하게 오면서 하반신 피부가 오돌토돌 물집처럼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병원과 조리원에서 가려움증으로 잠 못 드는 며칠을 보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피부과에 갔고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결국 일주일 정도 약을 먹게 되어 총 열흘 정도 모유수유를 끊게 되었다. 서툴게 초유를 며칠 먹이고 난 뒤였다. 모유량을 유지하기 위해 유축을 하고 아까운 모유를 열흘 정도 버렸는데, 아무래도 이때 모유가 많이 줄은 것 같다. 아니 본격적으로 모유가 나오려고 할 때 수유를 중단했으니, 원래 모유가 적었는지 줄었는지 잘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먼저 살아야 아기도 볼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약을 먹고 바르고 몸이 나아지니 아기도 더 예뻤고, 열흘 정도 지나서 다시 수유를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이후 모유량은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았다. 그래도 매번 모유+분유 혼합수유를 했고, 양이 적어도 이대로 6개월까지는 유지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분유 거부 사태. 아기가 분유를 안 먹기 시작했다. 모유만 겨우 먹고 조금만 배가 부르면 젖병을 거부하는 것이다. 수유 패턴은 엉망이 되었고 덩달아 내 마음도 엉망이 되었다. 도대체 아기가 먹고는 있는 건지 모유량을 보건대 완모는 불가능인데 젖병을 계속 안 물면 어떡하지 등등. 예측할 수 없는 시간들을 한 달 남짓 보내고 나니 수유하는 게 너무 힘들었고, 아이도 나도 고생하는 사이, 단유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때 주구장창 모유수유만 했으면 완모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나중에 듣기도 했는데, 그때는 이 모유량으로 완모는 불가능이라고 생각했고, 사실 모유만 먹인다는 건 미처 생각을 안 해본 일이었다.


그렇게 결국 단유를 하게 됐다. 6개월보다 두 달이나 빠른 4개월 만에. 처음부터 모유량이 많았다면 젖병을 거부하는 아이의 뜻대로 완모의 길을 갔을까 하는 생각, 다시 모유랑 분유를 같이 먹여볼까, 그러다 또다시 분유 거부 사태가 오면 어쩌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는 사이, 아이는 분유 쪽으로 적응해 갔고 모유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허할 줄은 몰랐다. 단유하면 상실감이 꽤 크게 온다는 말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유를 만끽한다고도 하던데, 나의 경우는 전자였다.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수유를 짧게 끝내게 된 탓일까 그 섭섭함이, 허전함이 생각보다 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 젖을 물리고 싶은 마음인데, 지금 돌이키면 혼란스러워할 아기, 다시 도돌이표가 될 상황에 아찔해져 마음을 다잡곤 했다.


더 이상 갈팡질팡 하면 안 되겠어서 상담과 마사지를 받으러 아이통곡을 찾았다. 결론은, 이미 모유량이 많이 줄었고 이제서 양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아기가 공갈로 물다가 모유도, 분유도 안 먹게 될 수 있다고, 단유를 하는 게 맞다는 것이 진단이었다.


그렇게 단유 마사지를 받고 돌아온 날, 이렇게도 마음이 서운할 줄이야. 새벽에 아이를 안고 주룩주룩 주룩주룩 울어버렸다.

 


인생이란 게 왜 다 이모양일까. 원하는대로 좀 되어주면 안 되나. 계획한대로 후회가 남지 않을만큼, 그렇게 여건이 갖춰질 순 없는건가. 왜 꼭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건가. 미리 조금 더 고민하고 공부했다면 좀 달랐을까. 내 마음이 이럴 줄 왜 몰랐을까. 수만 가지 생각들.


어쩌면 육아라는 게 아이가 나로부터 독립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아이로부터 독립해 가는 과정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 생각에 또 마음이 아렸다.




육아를 하며 인생을 다시 배운다. 나도, 아기도 이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반갑지 않은 손님, 우울증이 찾아온 게.

이전 03화 가끔은 수월한 날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