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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Aug 09. 2022

과거의 나와 화해할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


불안정한 마음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높은 마음일 때는 용기가 생겼다. 어렵게 생각되던 것들이 할 만한 것이 되고 그냥 하나씩 해결하면 될 일로 여겨졌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 마음이 아래로 추락하면, 작은 일 하나에도 마음에 돌덩어리가 얹어졌다. 아기 기저귀 가는 일 조차도 힘겨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곤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생각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움켜쥐곤 했다. 아기 옷 사기, 두 달 후 시작할 이유식 준비, 더 멀게는 복직 후 어떻게 일을 할지 막막한 마음, 주변의 사람들, 관계가, 심지어는 이제까지 나의 삶 자체가 모두 무너지는 것 같은 마음.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이 정도로 나의 신념의 뿌리가 얕다고? 너무하는군……



특히나 괴로웠던 건 그 마음을 지탱하느라 아기가 커가는 작은 하나하나를 놓친 것은 아닐까, 아기가 나의 이 심리상태를 느끼고 있어서 덜 웃는 건 아닐까, 아기가 덜 행복한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었다.


내 마음이 반영된 아기의 모습. 불안이 시키는 대로 보는 것. 자존감과 자신감이 무너지는 것. 우울증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니. 그 흔들리는 마음이 다시 찾아올까봐,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여기에서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아서, 두렵고 두려웠다.


유부녀의 탄생 시즌3. 2개월-2 중 발췌



어느 날 남편이 보여준 웹툰의 한 대목을 보다 울어버렸다.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과거의 자신들이 화가 난 채 말을 걸어온다”


고립감, 외로움, 포기하고 싶은 마음,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 하나같이 공감되는 이야기.


꾹꾹 눌러왔던 눈물이 터졌다. 다들 이런 시간을 지나오고 감당하다니. 대단해.


그리고 마음을 다독였다.

과거와 다른 삶,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낯설어 몸과 마음이 당황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의 과거가 모두 부정당하거나 잊혀지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와” “화해”할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조화롭게 뿌리내리게 될 거라고. 그렇게 나를 다져가면서 지금을 충실히 살면 된다고.


<내맘쏙 모두의 그림책전>, 안녕달 그림책  『눈아이』 중 / 그즈음 다녀온 전시, 좋아하는 문구




그러다 생각했다. 힘들지만 지금의 이 마음을, 이 괴로움과 외로움을 기억하자,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바라보자. 그리고 다시 과거와 조우할 때는 단순히 과거의 내가 아니라 조금 더 성장한 나로 만나자.


그렇게 애를 써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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