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원 보온밥통

공무원들 박봉철밥통. 사기업 고연봉 보온밥통

by 국화

K-인사고가

회사 고가(평가)에 대한 고찰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라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불편하고, 때로는 감정적으로도 고된 작업이다. 최근 두 회사에서 만난 관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한국 기업의 평가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생각해 본다.

점심시간 영어수업에서 만난 A 회사의 Sam은 매니저로 승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관리자였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모든 직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마친 직후였다. 승진 1년 차에 경험하는 첫 평가였음에 그는 지쳐 보였다.
“평가가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힘든지 몰랐어요.”

Sam은 자신이 87년생으로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말하면서도 “인터내셔널 나이로는 아직 30대”라고 했다. (인사에 나이는 평가기준에 꽤 중요하다.) 그는 요즘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이 빠르게 승진하는 이유를, X세대와 GenZ 세대 모두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데서 찾았다. 하지만 승진의 화려함 뒤에는, 누군가의 성과를 판단해야 하는 감정 노동이 있다는걸 이번에 알게되었다고 한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줘야하는 것은 내 일만 할 때와는 완전 다른 경험이었단다.


S 회사의 마스터 Erick과의 일대일 수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수업 시작부터 볼멘소리를 했다..
“평가가 끝나니까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와요. 솔직히 이 시스템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직원들 대부분은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며, 낮은 점수에 불만을 제기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는 그 모든 설명을 일일이 해줘야 하는 과정이 너무나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했다.
“사실 모두를 평가할 필요도 없어요. 상위 몇 퍼센트만 제대로 보면 나머지는 거의 비슷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평사원 수업에서 듣게된 이야기는 약간 달랐다. 정작 많은 직원들이 평가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과가 다소 부족해도 해고될 일이 없다는 사실이 그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 편안함은 때로는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두 관리자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15년 전만 해도 마흔이 가까워질 무렵 승진, 이직, 자기계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많은 평사원들은 취미생활에 더 집중하고, 승진을 목표로 두는 사람들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중간만 하면 된다’는 의식이 널리 퍼진 탓일까. 물론 모든 직원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업 문화가 전체적으로 변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기업이란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구조는 복지센터와 같다. 성과가 낮아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누가 치열하게 일하고 성장하려 하겠는가.

공무원의 철밥통이라 했던 말이 이제는 대기업 직원들의 온기를 평생 보장해주는 보온 밥통이 되었다..


나는 기업에 인사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해고가 가능해야 한다. 반대로, 성과를 내고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온 임원들에게는 더 큰 권한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처럼 임원들조차 연말만 되면

“괜히 일 키웠다가 짤릴까 봐” 몸을 사리는 구조에서는 창의도, 혁신도 나오기 어렵다.

높은 책임과 낮은 권한은 불안정한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누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평가는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절차가 아니다.
사람을 성장시키고 조직을 강화하는 핵심 도구다.
하지만 현재 한국 기업의 평가 시스템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관리자들은 감정 노동으로 지치고, 직원들은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조직 전체는 정체된다.

지금의 기업 문화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업이 성과와 책임, 권한과 안정성을 균형 있게 재설계할 때—비로소 그 안에서 진짜 ‘평가’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하지만 공정할 수는 있다.

철밥통이든 보온밥통이든 도시락이든

당신 밥통은 당신의 노력으로 지키시길....



밥통 지키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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