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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Jan 19. 2024

이 구역의 컴맹 호소인 라테



기초 컴퓨터 시간은  가장 궁금하면서도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다.

강의계획서에 적힌 코딩이라는 말 때문에;;

교수님께서  pure data라는 프로그램을

배운다고 하셨다.

* 퓨어 데이터는  오픈소스로 개발된

음악/ 멀티미디어 작업용 비주얼프로그래밍 언어이다.


"퓨어데이터는  

누구나  사운드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발되었어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되니까 걱정 말아요~~~"


교수님의 확신에 찬 말씀에

무섭기만 한 코딩에

조금은 접근할 용기가 나는 라테


'  따라만 하면 된다시니  해보자...'


"우선  홈피로 접속해서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하세요.

전원 다운로드 완료되면 그때 시작하겠습니다!"


전원 다운로드 완료되면, 이라는 말에

허겁지겁 영문 사이트로 들어가

다운로드 최신 버전을 찾아본다

노안인 라테는;

 겨우 pd 데이터를 찾아내는데 성공,

다운로드를 누른다.


헉!


왜 때문에!

자꾸 에러가 난다.

이 와중에 단체채팅창에는

이미 완료했다는 동기들의 글이 주르르 올라온다.


으헉. 또 나만…


자판이 부서져라 다운로드를 누르고 또 눌러도

되질 않는다;;

정보란을 클릭하니  ms에서  

방호벽으로 차단했다는 정보가 뜬다.

우클릭으로 차단 해제도 해보고

보안으로 들어가

별의별 짓을 다해도 꿈쩍도 안 한다.


자 안되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라테만  손을 들었다.;;


교순 님께선 친절히 체크를 해주셨는데..

툴 자체의 에러가 아닌

방호벽을 해제하는 방법을 몰라서였다 ㅠㅠ

라테가 만든 퓨어 데이터 사운드맵은

제대로 프로그래밍되었으면

저 파랑 녹색 불이 깜박여야 하는데

마지막에 먹통이 되었다..  확 마… ㅋㅋ



주위를 둘러보니

동기들은 벌써 툴을 깔아 멋진 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가 메타버스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이 아날로그 세상엔 라테만이 홀로 남아 있는 듯...

뻘줌하고 을씨년스러운 기분;;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

급기야  디지털 공황장애 발병-.-;

디지털 기기만 다룰라 치면

심장이 먼저 오그라들고 난리인 거다..


그도 그럴 것이…

50대 라테가 자란 세계는

디지털이란  감각 자체가

부재한 세계였으니 ㅜㅜ


허나 이수학점을 채우려면

디지털은 피해갈 수도 없기에;;

라테의 웃픈 디지털 도전은 계속되었다..


기초 컴퓨터 대면 수업 첫날.

교수님께서는 이번에는

에이블톤 라이브라는 툴을 사용해

미디 사운드 작곡을  배운다고 하셨다.


아유 …왜 이렇게 배워야할 게 많은 거야 -.- ㅋㅋ


라테는 매번 자기만 모른다고  

손 드는 게 창피해서

이번에는 혼자 해보려고

용을 쓰며 자판을 뚱땅거렸다.



하지만 가능할 리가 없고;;

하는 수 없이  옆에 앉은 하영이랑

또 이름이 비슷한  하연이에게

야금야금 물어보기 시작했다.

 

잔뜩 몸을 낮추고. 목소리도 낮추고.


하영아! 이거 누르는 거 맞아?

하영아! 여기선  또 뭘 입력해야 돼?

하연아! 내 창에선 왜 오토메이션이 안되지??

  

그러면 하영이, 하연이는  싫은 내색 없이


아! 네네.

라테님.  요기를 이렇~~~ 게 드래그 하시면 되세요!

 오토메이션 모드를 왼쪽 커서로 눌러서!


으응... 이렇게?ㅠㅠ


오! 잘하셨어요!.


그땐 몰랐다.

 mz 세대라 해도 처음 보는 툴은 파악할 시간,

따라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저 제 눈앞에 디지털이 두렵기만 한  

컴맹호소인 라테는

툭하면 동기들의 이름을 불러 젖혔으니..


하영아.... 모르겠어 ㅠㅠ

하연아... 이게 안 돼.ㅠㅠ


민폐도 그런 민폐가 아니었던 거다 ㅠ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디지털을 모르는 건 죄는 아니지만

24년 대학의 강의실에서

그걸 모르는 건 죄임을 깨달은 라테..

독학이든, 과외든 당장 컴 운용 능력을 높여

더 이상의 민폐짓을 중단해야 했다.


설상가상

지하 사운드 제작실의 장난 아닌 냉기!

관절 마디마디 얼음이 침투한 듯한 증상

발가락까지 얼어붙은 느낌.. (가지가지ㅠㅠ)


장장 세 시간 동안

노안으로 잘 뵈지도 않는

깨알만 한 툴 섹션들을 눌러가며

생전 첨 보는 프로그램으로

뚱땅뚱땅 작곡을 해보려다

기력을 완전히 소진한 라테…

그만 꾸벅거리다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미친 ㅋ)

첫 대면 수업 기념 셀카를 찍으시는 교수님/

저 뒤에 홀로 주무시는 라테 -.-

과 단톡에 올라온 이 사진 보고

가출을 심각하게 고민함 -.-;;;


그날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냥 너무 힘들었다..

분명 라테는 디지털 우울증이라는

신종병을 얻은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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