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컴퓨터 시간은 가장 궁금하면서도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다.
강의계획서에 적힌 코딩이라는 말 때문에;;
교수님께서 pure data라는 프로그램을
배운다고 하셨다.
* 퓨어 데이터는 오픈소스로 개발된
음악/ 멀티미디어 작업용 비주얼프로그래밍 언어이다.
"퓨어데이터는
누구나 사운드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발되었어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되니까 걱정 말아요~~~"
교수님의 확신에 찬 말씀에
무섭기만 한 코딩에
조금은 접근할 용기가 나는 라테
' 따라만 하면 된다시니 해보자...'
"우선 홈피로 접속해서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하세요.
전원 다운로드 완료되면 그때 시작하겠습니다!"
전원 다운로드 완료되면, 이라는 말에
허겁지겁 영문 사이트로 들어가
다운로드 최신 버전을 찾아본다
노안인 라테는;
겨우 pd 데이터를 찾아내는데 성공,
다운로드를 누른다.
헉!
왜 때문에!
자꾸 에러가 난다.
이 와중에 단체채팅창에는
이미 완료했다는 동기들의 글이 주르르 올라온다.
으헉. 또 나만…
자판이 부서져라 다운로드를 누르고 또 눌러도
되질 않는다;;
정보란을 클릭하니 ms에서
방호벽으로 차단했다는 정보가 뜬다.
우클릭으로 차단 해제도 해보고
보안으로 들어가
별의별 짓을 다해도 꿈쩍도 안 한다.
자 안되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라테만 손을 들었다.;;
교순 님께선 친절히 체크를 해주셨는데..
툴 자체의 에러가 아닌
방호벽을 해제하는 방법을 몰라서였다 ㅠㅠ
라테가 만든 퓨어 데이터 사운드맵은
제대로 프로그래밍되었으면
저 파랑 녹색 불이 깜박여야 하는데
마지막에 먹통이 되었다.. 확 마… ㅋㅋ
주위를 둘러보니
동기들은 벌써 툴을 깔아 멋진 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가 메타버스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이 아날로그 세상엔 라테만이 홀로 남아 있는 듯...
뻘줌하고 을씨년스러운 기분;;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
급기야 디지털 공황장애 발병-.-;
디지털 기기만 다룰라 치면
심장이 먼저 오그라들고 난리인 거다..
그도 그럴 것이…
50대 라테가 자란 세계는
디지털이란 감각 자체가
부재한 세계였으니 ㅜㅜ
허나 이수학점을 채우려면
디지털은 피해갈 수도 없기에;;
라테의 웃픈 디지털 도전은 계속되었다..
기초 컴퓨터 대면 수업 첫날.
교수님께서는 이번에는
에이블톤 라이브라는 툴을 사용해
미디 사운드 작곡을 배운다고 하셨다.
아유 …왜 이렇게 배워야할 게 많은 거야 -.- ㅋㅋ
라테는 매번 자기만 모른다고
손 드는 게 창피해서
이번에는 혼자 해보려고
용을 쓰며 자판을 뚱땅거렸다.
하지만 가능할 리가 없고;;
하는 수 없이 옆에 앉은 하영이랑
또 이름이 비슷한 하연이에게
야금야금 물어보기 시작했다.
잔뜩 몸을 낮추고. 목소리도 낮추고.
하영아! 이거 누르는 거 맞아?
하영아! 여기선 또 뭘 입력해야 돼?
하연아! 내 창에선 왜 오토메이션이 안되지??
그러면 하영이, 하연이는 싫은 내색 없이
아! 네네.
라테님. 요기를 이렇~~~ 게 드래그 하시면 되세요!
오토메이션 모드를 왼쪽 커서로 눌러서!
으응... 이렇게?ㅠㅠ
오! 잘하셨어요!.
그땐 몰랐다.
mz 세대라 해도 처음 보는 툴은 파악할 시간,
따라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저 제 눈앞에 디지털이 두렵기만 한
컴맹호소인 라테는
툭하면 동기들의 이름을 불러 젖혔으니..
하영아.... 모르겠어 ㅠㅠ
하연아... 이게 안 돼.ㅠㅠ
민폐도 그런 민폐가 아니었던 거다 ㅠ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디지털을 모르는 건 죄는 아니지만
24년 대학의 강의실에서
그걸 모르는 건 죄임을 깨달은 라테..
독학이든, 과외든 당장 컴 운용 능력을 높여
더 이상의 민폐짓을 중단해야 했다.
설상가상
지하 사운드 제작실의 장난 아닌 냉기!
관절 마디마디 얼음이 침투한 듯한 증상
발가락까지 얼어붙은 느낌.. (가지가지ㅠㅠ)
장장 세 시간 동안
노안으로 잘 뵈지도 않는
깨알만 한 툴 섹션들을 눌러가며
생전 첨 보는 프로그램으로
뚱땅뚱땅 작곡을 해보려다
기력을 완전히 소진한 라테…
그만 꾸벅거리다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미친 ㅋ)
첫 대면 수업 기념 셀카를 찍으시는 교수님/
저 뒤에 홀로 주무시는 라테 -.-
과 단톡에 올라온 이 사진 보고
가출을 심각하게 고민함 -.-;;;
그날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냥 너무 힘들었다..
분명 라테는 디지털 우울증이라는
신종병을 얻은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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