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 흑역사로 박제된 첫 수업^^;;
엄마한테 가장 시급한 건 디지털 운용 능력이라고
딸이 말해주었다.
디지털 키즈인 mz 세대에 비하면
라테는 그야말로 컴맹급.....ㅠ
바야흐로 메타버스의 시대!
대학의 모든 것이 디지털 시스템화 돼 있었다.
수강신청부터 과제와 시험, 성적처리. 학과활동...
코로나 시국이라 첫 한 달은
수업도 비대면 줌 수업이었다.
그렇게 개강날이 밝았다.
눈을 뜨자마자 계원 1년 선배인 딸에게
열심히 배웠던 출결시스템에 접속한다.
메인에 그날 들어야 할 강의와 출결 안내가 뜬다.
출결, 병가, 공결 신청도 여기서 한다.
디지털이 어려운 만큼 편하긴 편했다.^^
* 2학년 1학기 출결, 파란 건 출석, 빨간 건 결석 ㅋ
수강 안내란의 줌 (zoom) 주소를 클릭하니
융합스튜디오 라는 방 제목과 함께
‘관리자의 수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삼초쯤 지났을까, 수십 명의 얼굴이 쫘르르 보이는
zoom 방안에 내가 들어와 있다.
어릴 적 sf 영화의 순간이동 같은 느낌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딸이 알려준 대로 우선 프로필 설정부터 체크한다.
최대한 노트북을 멀리 밀어
얼굴이 작게 보이도록 한 라테 ㅋ
무엇보다 내 마이크 기능을 음소거해야 한다.
딸이 내 마이크는 내 발표때만 켜고
늘 꺼두라 했기 때문이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혼잣말하는 소리가 다 공개방송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헉... 말만 들어도 무서운 라테..; 음소거를 누른다.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융합스튜디오.
4시간짜리 전공으로
한 학기 동안 두 개의 동시대 예술 작업물을 완성,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미모의 여성 교수님께서
낭랑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신다.
순간 마구 떨리기 시작하는 라테...--
*유라테!
네!!!!
실제 강의실에 있는 듯
엄청 큰 소리로 대답하고 만 라테.ㅎㅎ
유라테??
이상하다. 교수님께서 또 호명을 하신다.
네! 엣!!!
이번에는 더 더 큰 소리로 대답하는 라테.
*유라테 안 왔어요??
이럴 수가..ㅠㅠ 분명히 말했는데....
왜 못 들으시지?? 뭐가 고장 났나>>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교수님. 음소거돼 있는 거 같습니다."
음소거??... 앗... 헉...
아까 내 마이크를 꺼놓고
출석 대답할 때만 켠다는 걸 그만 깜박한 거였다.
꺼져있는 마이크에 대고 계속 네네 거린 라테.. ㅠㅠ
부랴부랴 마이크를 켜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네….ㅠㅠ
첫 시간이니 자기소개하도록 할게요.
각자 전에 했던 작업 포트폴리오, 화면 공유하시고
십분 쉬고 시작할게요!
자기소개?......화면공유?
앜........
예상치 못한 자기소개에 혼비백산한 라뗴.
화면 공유는 또 어떻게 하는 건지? —;
급! 우사인 볼트로 빙의되어,
딸의 방으로 뛰어간다.
빼꼼히 문을 여니 딸이 손으로 엑스자 표시를 하며
줌 수업 중이라는 시늉을 한다.
얼른 카톡! 을 보낸다
화면공유 어떻게 해?? 급해 ㅠㅠ
'아래쪽 중앙에 보면 화면공유 아이콘 있어.
교수님이 공유하라고 할 때
그거 누르고 첨부할 파일을 찾아서 가져오면 돼.'
부리나케 방으로 날라 ㅋ 와 화면공유 버튼ㅋ,
아니 화면공유 아이콘을 찾는다. 다행히 쉽게 찾았다;;
쉬는 시간 동안 화면공유로
창을 띄우는 연습을 해 본다.
(화면공유란 내 컴퓨터에 있는 소스를
줌 화면으로 가져가
참여자 전원이 함께 보도록 하는, 말 그대로 공유..^^;)
마우스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긴 했지만
해보니 된다 ^^;
드디어 수업이 재개되었다.
첨엔 당황해서 몰랐는데
융합스튜디오 교수님은
수시 면접 때 내게
유난히 질문을 많이 해주신 분이었다.
갑자기 내적 친밀감이 들면서
' 교수님께선 내 실체를 알고 계시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22학번 정원은 총 35명
화면에 비친 앳된 얼굴의 동기들은
자연스럽게! 천 번은 해 본, 능숙한 태도로,
'화면 공유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소개를 시작했다.
아... 저렇게 하는 거구나.
라테의 전투력이 0.1 상승되었습니다...--;;)
디지털을 능숙하게 다루며
자신을 표현하는 재능이 부럽기만 한 라테..
그리고… 라테의 차례가 왔다..
**라테, 화면 공유하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웠다!
저는 십이 년 전에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요~
뭐라고요? 십이 년 전??
소녀처럼 상냥하던 교수님의 음성이
카랑카랑하게 들려왔다.
순간 뭘 잘못한 줄 알고 놀란 라테...
그만 입이 얼어붙어버렸다.
아.. 저... 그… 게…
십이 년 전이면,
열 살 때 다큐를 만들었단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교수님께서는
라테의 정체를 모르고 계신 것 같은...)
세상에 이런 일이..ㅠㅠ
맘 같아선 쓰러져 통곡을 하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안 나오는 목소리를 끌어올려
저... 교수님…. 제가 만학도라... 52세여서...
저기.... 십이 년 전 마흔 살 때 …
어?? ….어머!!! 미안해요!!!
교수님이 거의 비명을 지르신다.
라테씨! 기억나요. 수시면접 때.!
미안해요 어쩜... 얼굴이 너무 작아서 안 보였어요ㅜㅜ
교수님은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르시고.
나의 어린 동기들은
50대 교수님과 50대 동기가 쏘아 올린
이 상황에 말잇못 ;; 분위기고….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라테....—
뭐 이제 나를 모르는 동기는 없겠네... 에휴....
그렇게 라테의 첫 수업은 첫 흑역사로 박제되었다.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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