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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영옥 May 29. 2023

폭발한 압력밥솥

 아침부터 들들 볶는다.
"엄마, 일어나." 아직 몸이 일어나기를 꺼려한다.
"엄마, 1시간은 더 자야해." 말해보지만 와서 놀아달라고 하고 어서 일어나기만을 쳐다보고 있다.

 오늘은 유난히도 벌떡 일어나지질 않는다. 3일째 계속 비가 오고 몸도 쳐지고 마음도 쳐진다. 대체공휴일로 더 쉬는 바람에 아이와의 실랑이가 지속된다. 그래도 잘 보내고 있는 휴일이건만 오늘은 손과 발에 피가 안도는 듯하게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남편은 바쁜 회사일로 연신 나가서 근무 하기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드물다. 그래서 내가 거의 아이와 함께 하다보니 아이는 99. 99999999999.... 프로는 나를 찾는다.

 겨우 몸을 일으켜서 아침밥 먹고 오후 일정 한개를 취소한다. 도저히 나갈 기운이 없다. 저질 체력도 그렇고 요즘 활동이 많아진 탓에 피곤이 몰려오기도 한다. 날씨가 그에 한 몫 더한다.

 다시 눕는다. 다행히도 아이는 만화보느라 나에게 휴식시간을 준다. 남편에게 오후의 두번째 일정은 같이 소화하자고 말해본다. 도움을 청할 땐 늘 함께 하기에 다행이다.

  두번째 일정은 아이와 남편과 둘이서 소화해도 충분하기에 아이에게 아빠와 다녀오라고 말해본다. 아이는 싫다고 엄마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번만 둘이 다녀왔으면 좋겠는데  마음을 다시 돌이켜 몸을 일으켰다.

 거실에 나와보니 아까 카펫에 콜라를 쏟았다고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고 베란다에 널어 놓는 것 같았는데 베란다 꼴이 ... 물이 뚝뚝 떨어지는 카페트는 러닝 머신 위에 축 걸쳐져 아래에는 물이 젖을까 마구 수건을 깔아서 엉망진창이 되어있다. 이 모습을 본 순간

 압력밥솥은 분출했다. 밥솥뚜껑이 압력을 못이기고 휙 날아가 버렸다. 아이는 눈물을 뚝뚝뚝 흘렸다. 젖은 카페트와 수건을 치워 세탁기 돌리고 이참에 청소까지 싹 하고 아이에게 아빠랑 다녀오라는 명령까지 내리고 나서야 압력밥솥을 데우고 있던 가스 불은 꺼졌다.

 궂은 날씨라서 . 연휴가 길어서 . 나의 정상 호르몬이 제대로 생성이 안되서.  몸이 너무 피곤해서.
온갖 핑계를 대고 나같이 화안내는 엄마가 화냈으면 이 정도 한번은 미안하지도 않다는 합리화하며. 화낸 것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따위는 저리 모름척해 둔다.

  아이는 콜라를 쏟아서 나름대로 해결을 해 둔 것이고 엄마와 일정을 함께 같이 하자고 이야기 한것 뿐인데 들끓고 있던 압력밥솥이 스무스하게 연기가 지이익 하고 나가면 되었을 것이다.

 지지리 볶고 사는 것도 다 추억이고 과정이다라는 마음으로 부끄러운 압력밥솥을 시원한 물로 깨끗이 씻고 닦아본다.

 물기 바짝 마른 밥솥으로 윤기 좌르르 나는 흰 쌀밥이 되게 저녁밥을 맛있게 차려야 겠다. 아이에게 진심을 담은 미안한 마음, 흰 쌀밥를 내어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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