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첫걸음

by 한영옥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고 ,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언저리 나는 매번 쓸쓸함과 우울함을 느낀다. 계절이 넘어가 만끽하면 괜찮은데 날씨가 바뀌어 변화하는 시기엔 몸과 마음이 다운되면서 느껴지는 마음은 시베리아 바람이 불기도 한다.

9월 한달 우울함을 가득 품은 채 나의 모습에 투덜거리며 힘들게 지나갔다. 밀려오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터널의 끝이 보이기를 바라며 지낸 것 같다. 이 시기는 움직이기도 싫고 이야기 하기도 싫고 세상 만사 귀찮은 듯한 모양새로 지냈다. 나는 왜 이렇게 지내는지, 왜 이렇게 못났는지 자존감이 땅에 꺼져 파묻힐 정도로 낮아졌다.

지속될 듯한 어둠이 계속 될 것 같았지만 오늘 체증이 쑥 내려가고 마음이 말끔해 지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가을이 되면 내가 너무 좋아하는 분당 율동공원에 다녀왔다. 율동공원의 가을 낙엽에 햇빛이 환하게 비쳐주면 반짝반짝 빛이 나면서 이렇게 이쁠수가 감탄하며 탄성한다.

호수 뷰도 예쁘고 푸릇하고 울긋 불긋한 나무들이 하나 하나 아름답다. 10년정도 함께한 이웃 동생과 함께 가서 아이들이 남매처럼 잘 논다.

잔디밭에 돗자리 펴고 바리바리 싸온 음식과 삶은 계란, 과일, 음료수, 커피를 꺼내 한상차림으로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은 근처에 놀이터를 왔다갔다 하면서 놀다가 힘들면 에너지 충전하러 온다. 먹거리와 함께 진솔한 이야기도 오고 가며 서로에게 온전한 위로와 따스한 마음도 나눈다. 10년지기와 함께하니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었다.

어둡던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유연해지는 느낌이었다. 햇살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쌀쌀하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에 우리는 가을과 정면으로 인사한다. 안녕, 가을 ~~

아직 온전한 가을 낙엽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 보이는 울긋불긋 빛깔의 나뭇잎 색이 반갑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서로 장난치며 ( 동생 왈: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누나가 못생겨서 죄송해요) ㅎㅎ 각자 외동 티를 내며 서로가 서로를 때린다며 심술궂은 장난으로 남매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어릴 때 놀던대로 싸우지 않고 잘 논다. 함께 자전거도 타고 제대로 즐기며 너무 좋았다는 여운으로 만남을 마무리 한다.

정겨운 만남 뒤에 풍족한 마음이 충만해진다. 환절기의 파도를 넘은 느낌이다. 수고한 나를 토닥여주며 아름다운 가을을 진하게 느끼며 겨울을 맞이 하겠다.

이전 11화웃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