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걷어내다.
adhd 치료제로 바꾸어 약을 먹기 시작한지 한달 반 정도가 된다. 그전과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식욕이 줄어서 몸무게가 5킬로그램이 빠졌다는 점이다. 그외에 불안이 좀 많이 줄었지만 우울이 높아졌다. 그전에 먹던 약의 용량이 바껴져서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때는 머릿 속이 말끔해 진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아직도 내 머릿 속은 복잡하고 머리 아플 때가 많다. 40년간 살아온 패턴이 약 하나로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원인을 알았고 내가 이것에 대해 인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원인을 알았다고는 했지만 내가 adhd라는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괜찮다라고 했지만 정말 괜찮지는 않았다. 나는 왜 이런 것을 달고 살아야 하지? 언제 까지 정신과약을 복용해야 하는 거지? 왜 이렇게 심리가 힘든거지? 하면서 자책도 많이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감정이 복받쳤다. 진단을 받기까지는 알아채기가 힘들었고 여러 곳의 정신과를 다녀봤지만 진단이 내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그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확연하게 다르진 않다. 연속선 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크게 놀랄 일도 아니고 소화 못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행복하거나 즐거운 일도 아니다. 그저 겸허히 받아들이며 치료받고 약먹고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너무 다행인 것은 더 이상 식욕이 많이 당기지 않고 찐 살이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진단을 받았기에 우리 아이도 검사를 해 보니 adhd진단이 나왔다. 유전이 강하다고 하니 당연했다. 그리고 아이가 언어, 인지 , 사회성 등 발달지연 이었고 학습의 이해력도 많이 부족했다. 10년 동안 adhd 라고 생각은 못하고 그저 발달이 느린 것으로만 생각을 했고 진단도 받았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력과 흥미를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집단을 벗어나 있는 경우들이 꽤 있었다. 6살쯤 되어서야 전반적으로 잘 참여하기 시작하였지만 6살 반에 말을 텄기에 어린이집 통합반을 다녀야 했다. 7살 정도가 되어서야 착석이 가능해져서 한글공부와 숫자공부를 조금씩 해 나갔다. 그러기에 초등학교 입학할 때 또래보다 학습적으로 사회적으로 뒤쳐져 있었다. 그래도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서 별탈없이 학교에 잘 다녀주었다.
며칠 전에 아이가 "엄마, 왜 이렇게 선생님 말이 이해가 안되지? " 하고 이야기 한다. 순간 아이도 그랬구나 하면서 내가 겪었던 일이기에 공감되고 이해가 잘 되었다. "괜찮아, 들리는 데 까지만 들어도 괜찮아."하고 아이의 마음을 다독거려 주었다.
아이도 함께 약을 먹는데 식욕이 좀 줄은 것 외에는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 약을 잘 먹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주의력이 좀 향상된 느낌이다. 요즘 수학 나눗셈 부분을 열심히 공부했다. 자기도 단원평가 100점 맞아보고 싶다면서 의지를 불태운다. 공부하다가 힘이 들 때는 울음을 터뜨린다. 난 왜 이렇게 못하냐고 하면서 울고불고 하지만 오늘 할 학습분량을 끝까지 마친다. 오늘 학교에서 나눗셈 단원평가를 보는데 열심히 볼 아이의 모습이 선하다. 어제까지 잘 공부하고 준비했고 자기 못보면 어떡하냐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그동안 노력한 모습이 기특하고 아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넌 내 딸이 맞다. 함께 adhd를 가지고 있기에 아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혼자 걷는 것 보다 함께여서 서로 공감하며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주 토요일은 한달 만에 진료보러 가는 날이다. 가족이 모두 함께 간다. 함께 하기에 잘 이겨낼 수 있고 힘이 되어 응원할 수 있다. 서로를 바라보며 용기를 북돋아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별일 아니기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