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불면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
의도치 않게 일찍 깨어날 때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출장 등을 위해 일부러 알람을 맞춰놓은 게 아님에도
눈이 떠짐과 동시에 의식은 점점 또렷해졌다.
하지만 맑아지는 의식이 상쾌함, 가뿐함 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몸은 여전히 졸립고 고단하다.
내 윗세대가 강조한 것처럼, 정신력은 너무나 위대해
이 무거운 몸뚱이를 뒤척이다 결국 일어나게 만든다.
무거운 머리, 따가운 눈, 뻐근한 어깨
잠을 잔 보람이라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새벽.
그렇게 불유쾌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나날들이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 어느 순간부터 시작됐다.
잠이 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분명 쉽게 잠에 빠지지만, 너무나 쉽게 일어나게 된다.
문제가 뭔지 혼자 진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역시 수면장애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는 것처럼, 수면과 관련된 이런저런 영양제들을 사먹어 봤지만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
일부러 육체적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도 다음날 아침까지 '꿀잠'을 보장할 수는 없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문제는 스트레스, 일 확률이 높다.
그 다음으로는 노화가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잠을 자는 데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모처럼 늦게까지 잠을 잔 날은 몸이 개운하다.
하지만 마음은 개운하지 않다.
어떤 이유로 오늘은 이렇게 잘 수 있었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가 없으니까.
걱정과 함께 머리를 눕히는 나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