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고요히 적는다
상추를 처음 심었다.
화분 크기에 맞추어 어느 정도의 씨를 뿌려야 할지 당채 감을 잡을 수 없어 한 봉지를 통째 다 뿌렸다.
싹을 틔우지 못하는 씨앗도 있을 거고, 만약 싹을 다 틔운 다면 어리고 연할 때 솎아서 겉절이 해 먹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며칠 지나니 조금씩 새싹들이 올라오더니, 내가 뿌린 씨앗들이 한 톨도 낙오되지 않고 싹 틔우는 데 성공했는지 화분에 흙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촘촘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게 중에는 재빨리 자기 영역을 확보해서 영양분과 햇빛을 많이 받아 크게 자란 것도 있고, 비좁은 곳에서 겨우 겨우 생명을 키워가는 작은 것들도 있다.
복숭아 등 과일나무 솎아내기 할 때는 주로 큰 거를 남겨 두고 작은 것들을 버린다.
하지만 난 올라온 상추들을 다 뜯어먹을 요량이다 보니 큰 것들부터 먼저 뽑아 먹었다.
벌써 두 번이나 밥상에 올라왔다.
큰 것들을 차례로 뽑아내고 나니
지금껏 여건이 되지 못해 제대로 자라보지 못한
상치들이 조금씩 기를 펴는 것 같다.
맨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상치는 제일 어리고 여렸던 것들이 되리라.
크고 눈에 띄는 상추들을 찾다 보니, 문득
'못난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굵고 좋은 나무는 목수들이나 사람들 눈에 먼저
띄어 다 베여나가고, 비틀어지고 못나서 쓸모없는 나무들이 끝까지 남아 산을 산답게 만든다는 뜻이다.
반면 요즘은 드러내야만 살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광고비를 어마어마하게 투자를 하고
화려하게 드러내야만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연예인이나 공인들은 대중에게 얼마나
잘 드러내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라진다.
빨리 드러나 꺾이지 않고 꾸준히 잘 사는 이들도 있지만
무명이다가 유명세를 타자마자
뿌리째 뽑히는 이들도 심심찮게 본다.
여린 상추와 못난 나무처럼
특별히 드러낼 재능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면 묵묵히 그저 내 자리 잘 지키고
있는 게 성공하는 삶이리라.
#상추
#상추 솎아내기
#못난 나무가 선산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