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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컴패니언 Dec 05. 2022

“따로 또 같이”의 슬기로운 외로움 수업!

 어떤 물질이나 관계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법정 스님-    

  

방송에서 소개하는 자연인의 삶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 수 있을까?’라고 자문(自問)해보곤 한다. 필자인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나 혼자 사는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자연인은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 혼자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 적응하고 살고 있다. 자연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지금의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이런 삶을 선택한 자연인의 사연은 다양하다. 삶에 지쳐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큰 병을 얻어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 실패와 좌절, 그리고 배신의 고통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기꺼이 선택했다고 말한다. 자신 앞에 더 이상 삶의 퇴로가 보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서 살기 위함이었다고 말한다. 가족과 형제, 친구들을 뒤로하고 혼자 사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식 농사 잘 지어보려고, 먹고살기 위해, 자신의 명예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배우자와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산다. 흔히 말하는 ‘기러기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기러기 생활은 가족하고만 떨어져 사는 것이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각자 모여 산다. 자신의 주위에 사람들은 많이 있다. 직장동료도 있고, 친구도 있다. 스마트폰 SNS로 내 가족과 친구,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과 언제든지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기러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은 물리적·공간적으로 혼자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감정일까? 사람들 각자가 경험하는 감정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다. 그래서 외로움은 주관적인 감정이다.     


나이 50에는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외로움의 감정과 친구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외로움(loneliness)은 사전에서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는 마음’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물리적·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 자신이 그들과 같이 부대끼며 느끼는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물리적·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조차도 외로움을 덜 느낀다. 자신이 그들과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충분히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조차 외로움을 느낀다. 자신이 그들과 마음으로 주고받는 위로와 지지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간적·심리적 외로움에 본능적으로 힘들어한다. 원시시대 선조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무리를 지어 서로 교감하며 살았다. 그 무리에서 자신이 밀려난다는 것은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이다. 자신이 무리 속에서도 교감하지 못하는 것은 생존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은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고 알려주는 경고 신호다. 지금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라고 하는 경고 메시지다. 자신이 외로움을 느낄 때 자신의 삶 전체는 회색빛으로 채색된다. 외로움의 감정을 참고 억누른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마음속 외로움의 웅덩이는 메워도 메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외로움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외로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영원히 떠나보냈거나 함께 있지 못할 때 외로움의 감정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들이 가까이 있어도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해 외로움을 느낀다. 자신의 기대만큼 채우지 못한 연결감과 친밀감, 교감의 욕구가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외로움으로 텅빈 자신의 내면의 허전함을 폭식, 흡연·음주 등 뭔가로 채워 넣으려고 한다. 섹스 등 다른 감각적인 자극을 통해 외로움의 감정을 덮어두기도 한다. 적당한 운동과 취미,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외로움의 감정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이로운 외로움의 대체물을 습관화하면 다행이다. 자칫하면 애완동물이나 물건을 저장하는 데 지나치게 집착해서 일상생활이 힘들 수도 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친밀감을 미끼로 한 사기에 넘어가기 쉽다.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은 부정적 스트레스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골칫거리나 스트레스에 대한 완충 작용이 사라진 상태다. 이 부정적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몸과 마음은 비상 상황에 돌입한다. 외로움이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으면 만성 스트레스에 빠진다. 온몸이 긴장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에 흠뻑 젖는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는 외로움의 감정이 풀리지 않으면 신체적·심리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의 감정을 오래도록 느끼면 우울, 불안, 수면 문제, 인지 기능의 저하를 겪는다고 한다. 또한 심혈관 문제, 고혈압, 비만 등의 신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외로움의 감정이 하루에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내 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자신의 내면에서 지금 외로움이 올라오는가? 내 상황은 어떤 상태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은 같은 공간에 지지고 볶고 살면서 서로 보듬어주고 토닥여주는 관계다. 가족은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응원군이다. 자기 자신은 겉으로 보기에 가족들과 같은 공간에 살지만, 서로에게 관심이 사라진 지가 오래일 수 있다.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는 달나라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가족이 아니라 남남이다. 무늬만 가족이고 무늬만 부부다. 오히려 남보다 더 정서적으로 단절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은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가족관계로 인해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심리적인 방어벽을 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50이라는 나이는 다양한 상실을 경험하는 시기다. 외로움의 감정은 늘 자신의 곁에서 떠날 줄 모른다. 50 이후에는 배우자, 자녀, 부모님, 친구, 지인들과의 단절이 서서히 일어나는 시기다. 죽음과 질병, 은퇴 등과 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단절도 있다. 배우자와 이혼이나 별거·졸혼, 자녀 대학 진학이나 결혼·취업, 이사, 전원생활, 자연인의 삶 등과 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단절도 일어난다.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의 곁을 떠난 뒤에 허탈감에 빠진다. 자신이 해야 할 목표도 의욕도 사라지고 그냥 멍해지는 무력감을 느낀다. 배우자나 자식과 같이 살더라도 소통이 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새끼 새들이 자라서 둥지를 떠난 뒤에 어미 새가 느끼는 허전함과 외로움인 ‘빈 둥지 증후군’이 찾아온다.     

      

심리학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외로움(loneliness)은 사망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외로움은 ‘개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주관적 정서적 반응으로, 일시적으로 느끼는 불쾌한 기분이거나 지속되는 혐오의 느낌’이라고 한다.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은 한 사람이 공간적인 단절과 다른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상호작용이 없는 객관적인 상태를 말한다. 관련 연구들은 따르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성인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한다. 사회적 고립이 심하면 외로움과 사망률이 더 높고,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낄수록 사회적 고립감도 더 크다고 한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고혈압 등 대사장애의 위험을 높이고, 흡연, 음주 등 다양한 건강 위험 행동이 증가한다고 한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한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밀접하게 상호 영향을 주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개인이 사회적 고립에 처한다고 바로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생존과 유전 상속을 위한 필수적인 감정이라고 한다. 이런 감정을 어떤 사람은 명확하게 인식하고 온전하게 받아들여 삶의 에너지로 쓰는 사람이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외로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과 세상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는 ‘사회 인지적 훈련(social cognitive training)이 사회적 기술 훈련이나 사회적 지지, 사회 참여 조건보다 외로움 감소에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우리의 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 나이 들수록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나이 50이 되면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좀 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삶에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시기다. 외로움의 감정은 없앤다고 없어지는 감정이 아니다. 사람인 이상 외로움을 느껴야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 외로움의 감정은 삶에서 자기 자신에게 생존의 위협을 알려주는 충실한 파수꾼이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있지 못해서 겪는 외로움은 밖으로 드러나는 외로움이다. 또한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있지만 소통하지 못해서 겪는 드러나지 않는 외로움도 있다. 자신이 경험하는 외로움의 감정을 자신이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 자신의 외로움을 일부라도 삶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정제(精製)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50 이후는 자의든 타의든 혼자 있는 상황이 많아진다. 지금부터 외로움의 늪을 잘 건너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은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 신호다. 자신은 지금까지 이 경고 신호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내기만 했다. 이제부터 이 경고 신호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외로움이 자신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더 이상 피해 다닐 곳이 없구나!’라고 인정한다. ‘그래 설마 외로움이 나를 죽이겠어?’ ‘이렇게 도망 다니느니 차라리 한번 외로움의 실체를 알기나 하고 죽자’라는 각오를 하는 것이다.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외로움의 맛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다. 외로움의 감정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을 적극적으로 직면해서 기꺼이 경험하는 것이다. 외로움의 깊은 맛을 충분히 음미해보는 것이다.      

    

나이 50이 되면 외로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힘이 필요하다.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덜 느끼고, 소중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도 의존하지 않고 친밀감 느끼는 힘이다. 외로움의 감정을 자신의 삶에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는 힘이다. 이런 힘을 기르기 위해서 몇 가지 반복적으로 해야 할 과정이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정은 지금 자신의 내면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외로움의 감정은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갑자기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오기도 한다. 자신에게 평소에 익숙하던 것들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으로 SNS를 검색하고 싶어진다. TV 채널을 손에 든다.           

자신의 내면의 감정은 혼자 올라오지 않고 친한 친구들을 끌고 온다. 외로움과 관련된 생각, 감정, 욕구, 그리고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이 올라온다. 이런 순간에 마음속으로 ‘멈춤’이라고 읊어준다. 자신이 행동하기 전에 자신의 내면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내면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탐조등을 비춰서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다. 내면에서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다’라는 욕구가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린다. ‘허전하고 쓸쓸하다’라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가슴에서 먹먹한 느낌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런 알아차림을 하다 보면 ‘외로움’의 감정이 고개를 살짝 내민다. 마음속으로 부드럽게 끄덕이면서 ‘아하! 외로움이 올라왔구나’라고 중계방송하듯이 읊어주고 친절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연습을 통해 외로움의 감정을 소화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외로움의 감정 늪을 벗어날 수 있는 시야가 열린다. 사람들은 운동, 취미, 여행, 봉사활동, 자연인의 삶을 선택해서 외로움을 극복하려고 한다. 그렇더라도 외로움의 실체를 알아차리고 있어야 한다. 외로움은 다양한 가면을 쓰고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사람이 외롭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말이다. 혼자이든 같이 있든 외로움을 친구로 맞이할 때 외로움의 늪을 건널 수 있다. ‘따로 또 같이’는 50 이후의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사는 지혜다!      


(Tip!) “따로 또 같이” 사는 삶의 지혜. 너무 가까이도 말고 너무 멀어지지도 않기 

공간적으로 멀어지면 심리적 거리도 멀어진다. 가능하면 가까이 함께 접촉하면서 살면 심리적 거리도 좁아진다. 지지고 볶으면서 어울려 살되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경험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남들과 적절한 관계의 공간적·심리적 거리를 유지할 때 깊은 삶의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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