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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컴패니언 Dec 05. 2022

뭣이 중헌디! 자신의 상태를 아는 것이 먼저다

                                        마음으로 봐야 보인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텍쥐페리(Saint-Exupéry)-

     

어린 왕자의 별에 사는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중요한 비밀 하나를 들려준다. ‘중요한 건 마음으로 봐야 보인다’라고. 사람은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드는 만큼 감당해야 하는 과제가 늘어간다. 자녀 교육, 결혼 뒷바라지, 노부모 부양, 건강 문제, 직장 퇴직, 부부 관계, 노후 생활 준비 등이다. 이런 과제들을 만족스럽게 해낼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게 우리의 삶이다. 이런 과제를 만날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50 이후에는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눈앞에 닥친 과제에 우선 몰두하게 된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두더지처럼 앞만 보고 땅을 파고 들어가기만 한다. 자기도취에 빠진 상태일 수도 있다.   

        

나이 50이면 인생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데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시기다. 어떤 경주마는 결승선을 향해 달릴 때 얼굴에 가면을 쓰고 옆은 보지 않고 앞으로 달리기만 한다. 드디어 경주마는 결승선을 통과하고 승패와 순위가 가려진다. 승리한 경주마는 한순간의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맛본다. 주인은 얼굴을 쓰다듬고 잘했다는 칭찬을 한다. 그 맛에 경주마는 달리고 또 달린다. 성적이 좋지 못한 경주마는 어느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일터에서 사라진다. 경주마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돌아보지 못한다. 오직 주인의 처분만을 기다릴 뿐이다. 다음 경주에서 더 잘 달리는 경주마가 나타난다. 이기고 싶은 욕구는 강하지만, 내 발굽 아래에 있던 조그만 돌멩이를 밟고 그만 그 경주마는 넘어지고 만다. 상처를 입고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은 경주로를 달리는 경주마의 삶과 닮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달려온 것처럼 앞만 보고 계속 달려 나가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잠시라도 곁눈을 팔거나 멈추면 자신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잠시 그늘에 쉬었다가 가자고 손짓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눈은 멀쩡하게 뜨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다. 아직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자식들 유학비를 보내기 위해서, 자식 결혼을 시키려면, 나이 드신 부모님을 잘 모시려고, 노후에 돈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 돈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낸다.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고지가 저 앞에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만 있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수월하게 얻어지리라 여긴다.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돈이 없으면 안 되기에 돈은 삶에서 중요하다. 사업이 잘돼서 재산을 많이 모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같은 사람인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 아이디어와 재능이 많을까?’라는 부러운 마음이 올라온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를 잘해서 재산을 두둑하게 쌓아놓은 사람도 있다. 전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퇴직 연금이 넉넉하게 준비된 사람들은 노후가 단단히 보장되어 있다. 나이 들어 부부와 세계 곳곳을 다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이들은 남은 인생을 한층 더 여유 있게 즐기며 재미있게 살 것인가만 고민하면 된다. 이보다 더 좋은 인생이 있던가! 그런데 모든 게 완벽한 삶은 없다. 망원경으로 보는 세상과 현미경으로 보는 세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업을 하는 것마다 실패를 맛본 사람도 있다. 돈은 자신의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잡힐 듯하다가 달아나버린다. 아직도 미련을 놓지 못하고 더 큰 한 방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주식과 부동산은 투자할 때마다 곤두박질쳐서 어렵게 모은 재산이 바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일터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서 가족 먹여 살리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어느덧 퇴직할 시기다. 자신의 재산 통장의 잔고(殘高)는 기대만큼 채워져 있지 않다. 얼마 되지도 않은 통장 잔고를 보면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자신이 원하는 삶, 행복한 삶과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00세 시대라면 이제 인생의 반 바퀴를 돌았을 뿐이다. 돈을 많이 벌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보는 일이다.         

 

나이 50이 되면 성취했다는 뿌듯함에 젖어 있는 사람도 있다. 일터나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올랐거나, 전문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고 쌓아온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성취감을 느낀다. 일터에서 악연을 만나 승진의 성취감을 맛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성취감은 자신감과 뿌듯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자칫 교만한 마음을 갖게도 만든다. 자신이 잘 나서, 열심히 해서, 능력이 뛰어나서 이런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취에 취해 뒷바라지 한 가족들과 동료들,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자본주의 경쟁시스템에서 자신의 성취는 누군가에게는 실패를 안겨주는 일인데도 상대를 배려하고 위로할 줄 모른다. 적절한 경쟁은 성취를 위한 자극을 줄 수 있지만, 성취를 향한 집착은 자신에게 대가를 요구한다. 남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어떤 사람은 좀 더 높은 자리, 좀 더 힘을 가지는 자리에 올라가려고 동분서주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 험한 일, 궂은일도 기꺼이 맡는다. 그것을 시키는 사람이나 악역을 맡는 사람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나이 들어서도 그런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눈동자 굴리는 소리를 낸다. 하이에나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먹잇감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소위 ‘착한 사람’ ‘성실한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세상 삶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일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도 경험적으로 와닿는다. 자신의 명예를 차지하기 위해 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상처를 준 사람이 남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지 못할 때, 자신도 상처 입는다는 것을 모른다.     


나이 50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돌아보고 재점검해 봐야 한다. 자신이 이룬 성취에 젖어 소중한 그 무엇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50은 인생의 반 바퀴를 도는 시기이다. 남은 반 바퀴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가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 돈을 좇아 정신없이 내달린다. 가족들은 천천히 가자고 매달린다. 자신이 돈을 좀 모았다고 생각하고 가족을 찾을 때, 그들은 이미 떠나고 없다. 그들의 몸은 자신과 가까이 있어도 마음은 달나라만큼이나 멀어진다. 그들은 이미 자신을 기다리다 지쳐서 각자 생존을 위한 삶의 기술을 터득한 뒤다. 이제 자신이 없어도 살 수 있다. 이제 자신은 그들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가까이 다가갈 방법을 몰라 당황한다.       

   

50이 되면 건강 검진 결과에 민감해진다. 해마다 한 가지씩 해결해야 할 증상이 늘어난다. ‘어이쿠, 올 것이 왔구나’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다행히 수술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온몸 구석구석이 삐거덕거린다. 이제까지 기름칠 한번 하지 않고도 잘 버텨준 몸이다. 남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자신 안에서 올라오는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내가 바라는 목표지점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조잘거림에 넘어간다. 이를 악물고 몇 발자국을 내디뎌본다. 숨쉬기도 힘든 느낌이다. 아직도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정신 차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있을 때는 모르지만, 무언가 잃어버리고 나면 그때서야 후회한다. ‘그때 알았더라면’ ‘그때 이렇게 할걸!’이라고 하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아휴! 큰일 날 뻔했네. 이만한 게 다행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릴지도 모른다.      


심리학에서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내면적으로 숙고하면서 돌아보고 살피는 ‘자기성찰(Introspection or self-observation)법’이 있다. 자기성찰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포함해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관찰하면서 되돌아보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나는 어느 지점에 있으며,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 내가 걱정하고 불안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내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잠시 멈춤을 하고 심호흡하면서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후회도 해야 한다. 심리학에서 후회는 ‘어쩌면 더 나았을 수도 있었던 대안들을 고통스럽게 갈망하는 느낌’으로 부른다. 사실 후회는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필수적이다. 후회는 우리에게 유익하다.   

   

그러나 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50은 자신에게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자신을 돌아보고 움직이는 슬기로움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한 번쯤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TV 프로그램 중에 자연인(自然人)으로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자연인의 건강한 모습과 여유로운 생활을 엿보고 저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바람도 올라온다. 자연인은 자연인으로 살기 전의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다. ‘돈은 벌 만큼 벌지만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심했다’라고.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 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한다. 산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제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정말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50 이후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게 과연 돈일까? 지위와 명예일까? 건강일까?    

  

(Tip!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숙고(熟考)하는 연습

○ 혼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다. 여행을 가든, 조용한 카페에서든, 산에서든 조용한 곳에서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이룬 것과 못 이룬 것은 무엇인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속으로 묻고 답을 해본다.(이때 지켜야 할 태도는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자책하고 몰아붙이고 훈계하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이룬 것이나 못 이룬 것도 최선을 다한 결과이다. 그동안 애쓴 자신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건네라. 가슴과 어깨를 토닥여준다.)

○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꿈꾸던 삶이 있는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일까?(자신의 신체적 건강? 자신의 정신적 건강? 돈? 명예? 배우자? 자식?…) 숙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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