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즈쭈꾸미 Oct 20. 2023

실수의 세계

실수의 세계


결국 맥주를 한 캔 땄다.

이런 걸 이불킥이라고 하는 걸까?


오늘 수영장에서 할 수 있는 실수에 기어코 하나를 추가하고 말았다.


일전에 수영장에서 할 수 있는 실수를 전부 하루에 한 적이 있었다.


집에서 출발할 땐 차키가 없어서...

주차장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갔고, 수영장에 도착했을 때 락커룸 열쇠를 안에 넣고 잠가 버렸다.


그리고 그날 샤워를 할 때 수건이 없었다.

울고 싶었지만 자연스럽게 반팔 티로 닦고 나왔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때는 코로나로 수건 빌려 쓰기도 곤란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기에 사고까지 나면 최악이라고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을 했다.

다행히 머피의 법칙 같은 그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오늘 다른 분의 오리발을 잘못 가지고 들어갔다.


심지어 모르고 남의 오리발을 신고 수영도 했다.

오늘 웬일인지 오리발이 넉넉하게 잘맞네 라고 생각하며...


강사님이 물었다.

혹시 J라고 쓰여진 오리발 주인이 누구냐고...


왜요? 무슨일 있나요?

어떤 분이 자기 오리발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찾고 있단다...


헉 나다!!

내가 그 J라고 쓰여진 오리발의 주인이자, 남의 오리발을 잘못 신은 사람이다...



시간은 벌써 15분 정도 지나있었다.

심지어 나랑 같은 반 회원이다.

아까 탈의실에서 만나 인사도 했는데

그게 불행의 전조였나.

진짜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속상하다.


수영 강습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 

왠지 마음이 쪼그라든 기분이다.


사과도 여러 번 했고, 마음 착한 상대방이 괜찮다고도 말해줬는데...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다.


원래 실수라는 건 한 번 하고 나면 

조심하고 다음에 안하도록 하면 되는 것인데...


언젠가부터 실수를 하고나면 마음의 위축된다.

잘못했네 다음에 그러지 말아야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

나이가 들어 그런가...

내가 왜 이럴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문다.


사실 오늘 수영하다 쥐도 났다.

강사님 말씀이 원래 수영하다 쥐가 나면 다음에도 같은 동작을 할 때 또 같은 일이 생긴단다.

(몇 주 전에도 같은 자리에 쥐가 났었다)

그렇게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난 포기하지 않을 거다.

잘하지 못하면 즐기면 된다.

그리고 쪼그라든 마음도 펼 거다.


실수는 그냥 실수다.

오늘 나 때문에 곤란했을 그 분께 기회가 있으면 꼭 더 잘해드려야지....

그리고 담엔 꼭 정신 차리고 내 오리발을 확인하고 신어야지


그리고 다음에 누군가 나 같은 실수를 한다면 꼭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이해해줘야지

오늘 그 분처럼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도 어떤 누군가도 

나도 어떤 누군가도 실수에 좌절하지 않는다.

이건 사소한 에피소드로 남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아직도 수영장에서 일어날 실수가 남아있는 모양이다.

오늘 수영장 탈의실에서 사물함에 머리 박은 분을 봤다.


그분의 고통이 낯설지 않았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일어난 일인가? 일어날 일인가.


잃어버린 정신머리와 기억력을 찾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